이 기사는 2024년 10월 31일 08:0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인사철이 되면 우리금융을 취재하면서 가져온 궁금증이 한층 커진다. 한일은행과 상업은행 출신 임원들의 거취 얘기다. 역대 우리금융 회장은 전신인 두 은행 출신 임원들에게 적절히 역할을 배분하는 것으로 인사 철학을 보여줬다. 최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계파에 대한 지적이 다시 제기되면서 임종룡 회장 체제에서도 주요 관전 포인트다.우리금융이 계파 이슈를 베일에 가리려 하는 것도 의문을 증폭시키는 요인이다. 지난해 조병규 우리은행장이 행장 최종 후보로 추천됐을 때 배포된 이력서에는 '1992년 우리은행 입행'이라 적혀있다. 조 행장이 상업은행 출신인 건 출입 기자라면 모두 아는 사실이지만 굳이 한번 더 언급되길 원치 않는 바람을 이력서에 담은 것으로 읽힌다. 부행장단과 다른 계열사 CEO 인사 때도 다르지 않다.
취재차 만나는 우리금융 임직원들에게 조심스럽게 계파 문제를 물어보면 손사레를 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1999년 한일-상업은행 통합 이후 채용된 행원들은 계파를 체감하지 못할 수 있으나 합병 전부터 근무해 온 임원들은 언급 자체를 불편해하는 경우가 많다. 다른 계파를 배타적으로 여기기보단 이 문제를 가급적 언급 않는 게 갈등을 최소화하는 방법이라 생각해서다.
이렇듯 우리금융에게 계파 문제는 '방 안의 코끼리'가 됐다. 방 안의 코끼리는 방에 있는 모든 사람이 아는 큰 문제를 당장 손쓰기 어려워 애써 외면하는 상황을 뜻한다. 결국 우리금융의 코끼리는 한일-상업 통합 25년이 되도록 남아 있다. 2002년 평화은행까지 합쳐 출범한 우리은행의 공채 1기가 행장이 되는 게 자연스러운 해결 방법이지만 아직 10년 더 기다려야 한다.
국감장에서 본 임 회장은 방 안의 코끼리를 내보내려면 먼저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정확히 보여줬다. 코끼리의 존재를 직시하는 게 가장 우선이다. 모두가 인지하고 있지만 아무도 얘기하지 않으면 코끼리는 영영 방안에 있을 수밖에 없다. 임 회장은 의원 질의에 답하면서 우리금융 기업 문화를 '분파적'이라 자평했고 개선이 필요하다는 점도 명확히했다.
더 나아가 방법도 제시했다. 계열사 임원 사전동의제를 폐지해 회장 권한을 축소했다. 회장이 제왕적 권한을 행사하지 못하면 계파 수장에게 잘보이려 애쓰는 문화가 근절되고 계파 간 갈등도 완화될 수 있다. 임 회장은 국감 후 임직원들에게 기업 문화 개혁안 이행을 촉구하고 있다. 연말 인사에서 방 안의 코끼리를 내보내기 위해 임 회장이 어떤 묘안을 내놓을지 지켜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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