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11월 05일 07시44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예금보험공사의 MG손해보험 매각이 잠정적으로 미뤄졌다. 수의계약 전환과 메리츠화재의 등장으로 쉽게 풀릴 것 같았지만 당초 10월 내로 발표가 예상됐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이 늦어지고 있다. 그 사이 IBK기업은행이 새로운 인수 후보자로 떠올랐다가 인수전 불참으로 결론을 내리기도 했다.이는 지난달 국회 정무위의 금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MG손보 매각과 관련해 당국이 메리츠화재에 접수기한 연장 등의 특혜를 제공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다. 이른바 정치논리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법률이 정한 절차대로 매각을 진행하겠다고 했지만 상황이 미묘하게 돌아가고 있다.
메리츠화재가 수의계약 입찰에 참여했다는 소식에 업계에서는 메리츠화재의 인수를 기정사실화하는 의견이 많았다. 이는 단순히 메리츠화재가 대형 보험사로서 높은 자금력을 보유했기 때문만이 아니다. MG손보와 같은 손해보험사로서 입찰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진 사모펀드보다 소비자 보호의 관점에서도 더욱 적합한 인수 후보였기 때문이다.
MG손보 매각은 P&A(자산 및 부채 이전) 방식으로 진행된다. 인수자는 우량한 자산과 부채만을 선별적으로 인수할 수 있다. 다만 우량자산 및 부채를 선별하는 기준은 협상을 통해 세워지는 만큼 MG손보의 기존 계약을 최대한 보호하기 위해서는 매각 측인 예보가 협상의 우위를 쥐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고려하면 특혜 의혹으로 인해 기업은행이 후보로 떠올랐다가 불참으로 가닥을 잡은 것은 긍정적이지 못한 일이다. MG손보 인수가 국책은행으로서도 꺼릴 만한 사안이라는 점만 부각되면서 오히려 기존 후보자들의 협상력이 강력해지게 된 셈이기 때문이다.
MG손보는 상반기 말 경과조치 전 기준 지급여력비율이 36.5%에 불과하다. 당장 문을 닫는다고 가정하면 36.5%의 소비자에게만 보험금을 돌려줄 수 있는 부실한 보험사다. 특혜를 주면서까지 특정 기업에 매각해야 할 매물이라면 3차례의 매각 시도가 모두 무산돼 수의계약 전환까지 오지도 않았을 것이다.
결국 MG손보 정리의 가장 명쾌한 해결책은 우량한 보험사가 계약을 이전받는 것이다. 심지어 이는 시장의 자율적인 구조조정이라는 관점에서도 합리적이다. 이처럼 소비자 친화적인 시장논리가 정치논리에 가로막힌 상황은 아쉬울 수밖에 없다.
국내 금융시장에서 개별 금융사는 당국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그런데 당국의 판단에 정치논리가 개입한다면 MG손보 매각의 우선협상대상자로 과연 최적의 조건을 지닌 후보가 선정될 수 있을까. 그저 MG손보의 생명줄을 조금 더 연장시켜 부실기업 정리의 책임을 민간으로 떠넘기는 것으로 끝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을 지울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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