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11월 04일 08시11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글로벌 자본주의 체제는 2016년 큰 변화를 맞이했다. '자본주의 정점'으로 불리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을 이끄는 래리 핑크 회장이 사회주의와 밀접한 의미를 가진 ESG(환경·책임·투명경영) 키워드를 시장의 화두로 끌어올리면서다.블랙록이 쏘아 올린 ESG 키워드는 에너지집약형 고탄소배출 제조업에 속한 석유화학 기업에 큰 타격을 줬다. ESG를 투자 기준으로 삼는 운용사들이 늘어나며 자금 수혈을 위한 친환경 투자를 어쩔 수 없이 단행해야 하는 환경에 놓인 탓이다. 사업 확장 등을 위해 비축한 자본을 투자하며 다른 곳에 투자할 수 있는 '기회비용'이 확대된 셈이다.
SK그룹도 ESG 열풍에 올라탄 기업이다. 2021년 9월 그룹 내 대표적인 탄소 다배출 업종인 화학을 주력하는 SK종합화학의 사명에서 '화학'을 떼고 '지오(지구)'를 넣은 SK지오센트릭으로 탈바꿈했다. 사명에 맞게 폐플라스틱 재활용, 친환경 소재를 핵심 사업으로 지목하며 지분 투자와 합작사 설립 등 다양한 방식으로 친환경 사업을 강화했다.
실제 SK지오센트릭은 지난해 11월 연 32만톤 규모의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할 수 있는 울산 플라스틱 재활용 종합단지를 착공하는 등 친환경 화학 청사진을 공개했다. 폐플라스틱 열분해, 고순도 PP 추출, 해중합 등 세 가지 공정과 관련한 설비를 구축하는 내용이 골자다. 총투자비는 약 1조8000억원이다. 이 중 SK지오센트릭 몫은 7000억원으로 추산된다. 내년 준공, 2026년 상업 가동을 목표했다.
하지만 부진한 실적에 공장 상업 가동 시기를 연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ESG 투자를 늘리는 데 부담을 느낀 탓이다. SK지오센트릭은 올 상반기 영업이익이 490억원으로 지난해 영업이익(1937억원) 대비 부진했으며 691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1일부터 시행된 조직 개편에서도 친환경 투자를 축소하는 방향성을 보였다. 지오센트릭생산본부는 화학생산본부로 이름을 바꿨다. 다시 '화학'을 사용하며 기존 범용화학 사업의 안정화를 꾀했다. 폐플라스틱 사업개발담당부서도 조직도에서 지웠다. 친환경 사업부를 축소해 속도 조절에 나섰다는 후문이다.
남보다 앞선 투자는 성공할 확률이 높다고 한다. 레드오션이 되기 전 시장에 먼저 진출해 기반을 닦고 선두에 설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SK그룹은 운이 좋지 않았다. 부진한 실적이 투자의 설득력을 얻지 못했다. 다시 화학으로 돌아온 만큼 아쉬움 없는 선택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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