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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은행 '글로벌' 고군분투기 [thebell desk]

조은아  금융부 차장공개 2024-11-12 12:56:30

이 기사는 2024년 11월 08일 06:5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헝가리에 있는 모든 은행 자산을 다 합쳐도 우리 은행의 반도 안 되는데 말이죠."

지난 9월 독일, 폴란드, 헝가리를 도는 9박 10일 일정의 출장길에 올랐다. 막바지에 만난 한 취재원은 몇 년 전 헝가리사무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겪었던 어려움을 한 시간 넘게 토로했다.

한국에선 자산 1~2위를 다투는 은행이라고 해도 헝가리에선 알 턱이 있나. 업무용 법인차를 리스하는 과정에서도 말로는 다 못할 고충을 겪었다고 했다. 폴란드에서 만난 다른 취재원은 출근한 지는 꽤 됐는데 명함은 아마 몇 달 뒤에나 나올 거라며 웃었다.

관광지로는 익숙한 곳이지만 출장지로는 낯선 곳. 10월이 되면 오후 4시만 돼도 해가 넘어가는 쓸쓸한 곳. 우리나라와 비교해 행정절차가 너무나도 느리고 한국에선 유치원생도 아는 회사를 아무리 설명해도 모르는 곳. 일주일이 조금 넘는 출장길조차 낯설고 척박한데 이들은 어떨까.

금융 선진국이라는 독일 역시 한숨이 나오기는 마찬가지다. 독일인 특유의 근면과 성실을 기대했지만 전혀 예상치 못한 대답이 돌아왔다. 한 취재원은 '노동법을 악용하는 걸 보면 정말 이런 나라에 희망이 있나'라는 걱정마저 한다고 했다. 독일에 위치한 우리 시중은행의 법인은 모두 3곳. 현지 직원을 더해 적게는 27명, 많게는 45명이 근무하는데 사실상 5명 정도밖에 없는 주재원들의 피와 땀을 갈아서 돌아가고 있다.

독일의 병가는 악명이 높다. 제한 없이 언제든, 얼마든지 쓸 수 있다. 악용의 유혹이 없을리가. 최근 테슬라 독일법인이 수시로 병가를 내고 출근하지 않는 직원들의 집을 기습 방문했다는 사실이 알려져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독일에 위치한 해외법인들은 병가에 말그대로 치를 떤다고 했다. 빡빡한 규제는 또 어떤가. 한 취재원은 "은행이 돈 벌기는 사실 후진국이 훨씬 쉬워요, 선진국에서 돈 벌기 정말 어렵습니다"라는 말로 분위기를 전했다.

길게 사례들을 풀었지만 하고 싶은 얘기는 하나다. 우리 은행들은 우리 기업들이 가는곳이면 어디든 함께 가고 있다. 개개인의 사정을 풀자면야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메마른 땅에서 자금이 필요한 우리 기업들에게 숨통을 틔워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만큼은 분명하다. 크든 작든 자신들의 역할에 보람을 느끼고 있다는 점 역시 마찬가지.

새삼스럽지만 한국에서 수십년 동안 느끼지 못했던 은행에 대한 고마움을 열흘 남짓한 출장길에서 처음 느꼈다. 고군분투 혹은 좌충우돌, 우리 은행들의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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