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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유럽 K-금융 빌드업]만만치 않은 독일의 벽, 쉽지 않은 선진 금융시장 공략②까다롭고 촘촘한 규제…적응 어려운 노동 문화

프랑크푸르트(독일)=조은아 기자공개 2024-09-27 12:42:07

[편집자주]

국내 기업에게 유럽은 업종을 불문하고 난공불락의 시장으로 여겨졌다. 그럼에도 수십 년 전부터 끊임없이 도전해온 건 그만큼 매력적이고 포기할 수 없는 시장이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을 따라 은행권에서도도 유럽 시장을 꾸준히 두드려왔다. 독일과 폴란드, 헝가리 등 유럽 현지 시장을 들여다보고 국내 기업의 유럽 진출을 현지에서 돕고 있는 금융사들의 생생한 얘기를 들어봤다.

이 기사는 2024년 09월 25일 15:0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타국에서 사업을 한다는 건 어느 업종이든, 어느 나라든 쉽지 않겠지만 국내 금융회사에게 선진 금융시장인 독일의 벽은 특히나 더 높다. 그렇지 않아도 엄격하고 촘촘한 규제로 유명한 독일 금융당국은 외국계 금융회사에겐 특히 더 까다로운 잣대를 들이댄다.

국내와 다른 노동 문화 역시 사업을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현지에 진출한 국내 금융회사 관계자들은 "사람을 쓰고 다루는 문제가 제일 어렵다"며 입을 모았다.

◇"선진국에서 돈 벌기 쉽지 않다"

독일의 금융당국은 '바핀(BaFin)'으로 불리는 연방금융감독청이다. 유럽에서 가장 큰 금융 감독기관으로 다양한 범위에 걸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특히 보수적인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규제가 까다롭고 행정 절차가 복잡하기로도 유명하다.

실제 기자가 방문했던 한 은행의 독일법인에는 각종 서류가 빼곡히 들어찬 책장이 늘어서 있었다. 독일 금융당국 감사에 대응하기 위한 자료를 모아뒀기 때문이다. 또 다른 사례를 들자면 독일에 위치한 해외법인의 법인장 승인도 금융당국의 권한인데 승인까지는 최소 두 달 이상이 걸린다. 은행 주재원의 경우 최대 5년을 넘기지 못하도록 하는 규정도 있다. 은행 입장에선 업무에 적응을 마친 유능한 인력을 다시 돌려보내야 하는 비효율율 감수해야 하는 셈이다.
독일 연방금융감독청.

독일은 전통적 제조업 강국이다. 디테일에 강한 강점이 발휘된 결과다. 그러나 세부적인 걸 꼼꼼하게 따지는 게 늘 강점은 아니다. 유럽 다른 나라의 경우 기업이 영업 허가를 받기까지 40일이 걸리지 않지만 독일에선 120일 이상 소요된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어느 나라든 마찬가지겠지만 외국계 기업에게 한층 까다로운 잣대를 들이대기도 한다. 현장에서 느끼는 텃새가 적지 않다고 관계자들은 입을 모았다. 금융 산업이 성숙기에 접어든 선진시장인 만큼 다양한 규제가 거미줄처럼 촘촘하게 얽혀있기도 하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신흥 시장의 경우 금융당국의 규제에 어느 정도 융통성 있게 대응할 수 있지만 독일의 경우 그렇지 않다"며 "원칙을 지켜야 하는 부분이 많아 효율성이 떨어지고 외국계 기업에게 특히 더 보수적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일례로 우리은행은 한때 독일에서 철수했다가 시장에 재진출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공을 들여야 했다. 철수 이후 20여년이 흐른 시점에서 재인가를 받아야 했기 때문이다. 출사표를 던진 2017년 당시 우리은행 글로벌부문장이었던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이 독일 금융당국과의 직접 면담을 위해 여러 차례 독일 출장에 나섰다.

◇유연한 노동 문화…"옳고 그름 떠나 인력 운용에는 어려움"

한국 금융회사에 대한 인지도가 그리 높지 않은 점도 현지 영업에선 걸림돌이다. 조금 더 현실적인 고민으로는 인력 문제가 있다. 노동 문화가 한국과는 상당히 다른 탓에 고용상 어려움이 크다는 전언이다.
유럽우리은행이 자리한 독일 프랑크푸르트 메쎄투름(Messeturm) 타워.

한 업계 관계자는 "선진국에서 금융 산업으로 돈을 벌기가 정말 힘들다"며 말문을 열었다. 실제 금리가 높고 한국에 대한 인지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신흥국과 비교해 자국 금융 산업이 크게 발달한 독일에선 국내 은행들이 자리를 잡는 건 만만치 않은 일이다.

비슷한 이유로 인력 수급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내 은행들의 유럽법인(독일법인)은 법인장과 주재원 5명 안팎, 현지 채용 직원들로 구성돼 있는데 주재원의 경우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수를 늘리기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결국 현지 채용으로 상당한 인원을 채워야 하는데 고급 인력을 끌어오는 게 쉽지 않다. 아무래도 국내에서 신한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을 보는 시선과 독일에서 세 은행을 보는 시선이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다른 해외법인 관계자는 "좋은 인력을 어떻게 채용하고 또 유지하느냐의 문제는 모든 현지법인들에게 가장 피부로 와닿고 또 가장 다루기 힘든 문제"라며 "제도와 문화의 차이 때문에 단기간에 극복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고 말했다.

독일은 OECD 국가 중에서 연간 근무 시간이 가장 적은 곳으로 꼽힌다. 법적으로 보장되는 연간 휴가일수가 24일로 우리나라보다 월등히 많다. 이밖에 병가 역시 자유롭게 쓸 수 있다. 노동법에 따라 1년에 6주까지 급여 100%를 받는 병가가 보장된다. 물론 일반 연차와는 별개다. 병가를 내려면 당일 오전까지 직속 상사에게 서면으로 통보만 하면 된다.

다른 관계자는 "옳고 그름을 떠나 한국과는 다른 분위기에 적응이 안 되는 건 사실"이라며 "인력을 운용하는 데도 고충이 많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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