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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bell note]홈쇼핑 블랙아웃과 '젠트리피케이션'

김혜중 기자공개 2024-11-18 07:59:50

이 기사는 2024년 11월 14일 07:5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압구정 로데오, 신사동 가로수길, 이태원 경리단길. 공통점은 시기는 달라도 하나같이 ‘젠트리피케이션’을 겪었다는 점이다. 특색있는 카페나 식당, 공방 등이 하나둘 들어서면서 지역 상권을 형성하고 자연스럽게 임대료가 올라간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연스러운 변화일 수 있지만 문제는 그 다음이다. 상권의 영향력은 영원하지 않다. 트렌드 변화에 따라 특정 상권은 급격하게 쇠락한다. 반면 이미 높아질 대로 높아진 상권 임대료는 쉽게 내려가지 않는다. 내려간다 해도 임대료 눈높이는 쉽게 낮춰지지 않는다.

현재 사상 초유의 블랙아웃(방송 송출 중단) 사태를 목전에 둔 홈쇼핑업계 상황도 젠트리피케이션과 다르지 않아 보인다. 당장 다음달 1일 자정부터 딜라이브, 아름방송, CCS충북방송에서는 CJ온스타일 채널을 볼 수 없다. 케이블TV 채널을 상권이라고 가정할 때 홈쇼핑 업체는 상권 가치에 비해 임대료가 턱없이 높다고 판단해 방을 빼기로 한 셈이다.

젠트리피케이션 상권이 하루아침에 몰락하지는 않듯이 홈쇼핑 업계에도 단초는 있었다. 지난해 홈쇼핑사들이 협상 중단을 연달아 선언한 데 이어 올해도 갈등 상황이 이어지는 양상이다. 케이블TV 입장에선 억울할 수도 있겠지만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한국TV홈쇼핑협회가 발표한 '2023년도 TV홈쇼핑 산업 현황'에 따르면 케이블TV 사업자가 한 해 동안 홈쇼핑 채널로부터 받은 송출수수료는 총 7318억원이다. 케이블TV 전체 매출 중 42.2%에 달하는 수치다. 2014년 32.5%에서 10년새 9.7%p 커졌다.

반면 케이블TV 방송 수신료 매출 비중은 2014년 45.4%에서 2023년 33.6%로 줄었다. 상권 유동인구와 다름없는 TV 시청 인구가 줄어들면서 방송 수신료 매출액은 줄어들었지만 홈쇼핑 사업자 수수료는 더 받은 셈이다.

압구정 로데오, 신사동 가로수길, 이태원 경리단길. 이들은 다시 새로운 상권으로 자체 회복했거나 살아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이에 반해 케이블TV는 상권 가치가 낮아졌음에도 한동안 방 빼지 않고 기다려주던 홈쇼핑업계의 임대료에만 의존하며 여전히 별다른 도전을 하지 않는 모습이다.

더 이상 구경할 게 없는 상권엔 발걸음이 닿지 않듯 더 이상 볼 게 없는 케이블TV는 시청자도 외면할 수밖에 없다. 쇠락한 상권이라는 이미지가 고착화되기 전에 케이블TV업계에도 쇄신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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