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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씨소프트 '구관이 명관' [thebell desk]

김용관 산업1부장 겸 부국장공개 2024-10-25 08:15:26

이 기사는 2024년 10월 24일 07:5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엔씨소프트는 리니지를 26년간 애지중지 키웠다. 돈도 잘 벌고 어디 내놔도 자랑스런 효자로 잘 성장했다. 말그대로 '엄친아'. 학생들이 재미로 하던 PC게임을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거대 산업으로 끌어올린 아이콘이었다.

엔씨소프트는 1989년 공전의 히트를 친 리니지를 처음 선보인 후 다양한 후속 작품을 내놨다. 2003년 리니지2를 시작으로 리니지 몬퀘스트, 리니지 공성영웅전, 리니지 아덴전기(피처폰용), 리니지 M, 리니지 2M, 리니지 W(스마트폰용) 등 잇따라 후속 시리즈를 선보이며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리니지는 연간 1000억원에 육박하는 매출을 자랑하며 30년 가까이 안정적인 캐시카우 역할을 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애물단지 취급을 받았다. 엄친아 리니지를 목격한 옆집 엄마들은 너도나도 리니지류의 MMORPG 게임을 내놨다.

하지만 지나치면 독이라고 MMORPG 장르가 난립하자 이용자의 피로감과 거부감은 쌓여갔고 그 후폭풍은 엔씨소프트의 역성장으로 이어졌다. 매출은 꺾였고 주가는 100만원대에서 10만원대로 추락했다. 장성한 아들을 캥거루처럼 안고 가면서도 한편으론 내려놔야 하는지 고민하게 되는 모순적인 상황을 마주하고 있다.

엔씨소프트의 탈리니지 시도는 꽤 오래전부터 이어졌다. 하지만 MMORPG 장르 외에 개발 역량이 떨어진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특히 글로벌 시장에서 MMORPG 류의 리니지가 통하지 않는다는 점은 뼈아프다. 슈팅게임이나 스포츠게임, 액션게임 등 중국이나 서구권에서 인기를 끌만한 장르의 개발 역량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최근 엔씨소프트는 이같은 우려를 반영한 듯 본사 소속 신작 개발팀 3곳을 독립 회사로 분할키로 결정했다. 게임 사업부 산하 '쓰론앤리버티' 사업부가 스튜디오엑스로, 'LLL' 사업부가 스튜디오와이로, '택탄' 사업부가 스튜디오지로 각각 분할한다. 그간 본사 안에 여러 게임 개발 조직이 똘똘 뭉쳐있는 구조였지만 이번 조치로 기존 MMORPG 장르와는 확연히 다른 색깔의 게임이 나타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셈이다.

한편으론 엔씨소프트가 '탈리니지' 혹은 '비리니지'에 집착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다. 리니지는 누가 뭐래도 대한민국 대표 게임으로 여전히 1000억원 가까운 연매출을 가져다 주는 효자 IP다. 모바일게임용 리니지M은 2017년 6월 출시 이래 앱마켓(구글플레이스토어·애플앱스토어) 월간 통합 매출 순위에서 한 차례도 3위권 밖을 벗어나지 않을 정도로 탄탄한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 글로벌 최강자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분야에서 TSMC와 과도한 경쟁을 벌이다 메모리 경쟁력도 상실하면서 두마리 토끼를 다 놓친 상황이 됐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제한된 자원을 파운드리에 분산 투입하다 결국 차세대 황금시장 HBM 부문에서 경쟁력을 놓쳤다는게 시장의 판단이다.

리니지는 엔씨소프트의 영원한 심장이다. 남들은 베끼고 싶어도 엄두를 내지 못하는 리니지같은 엄친아를 스스로 포기할 필요는 없다. '탈리니지'가 아니라 리니지의 약점으로 꼽히는 미국·중국 등 해외 시장 공략에 에너지를 배분하는건 어떨까 싶다. 리니지가 30년을 넘어 50년, 100년 게임으로 자리잡길 바라는건 게임업계 공통의 바람이다.

마침 22일 올 시즌 9위로 시즌을 망친 프로야구 NC다이노스는 팀의 레전드인 이호준 전 LG트윈스 수석코치를 4대 감독으로 선임했다. NC다이노스의 성장기와 전성기를 함께했던 이호준만큼 팀을 잘 이끌어 갈 사람은 없다는 판단을 내린 듯하다. 이 감독은 3년내 우승을 자신했고 팬들은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의 결정에 환호를 보냈다.

결국 구관이 명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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