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가 트럼프' 거래의 방식]한화그룹 등에 업은 미 필리조선, 계열사 역량 집중[조선]인수금 60% 한화시스템…본격 MRO 수주, 짧은 납기 강점
김동현 기자공개 2024-11-20 07:59:12
[편집자주]
정치인의 유전자와 사업가의 유전자는 다르다고들 한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 자리를 재탈환하면서 정치인이자 사업가이고 엔터테이너인, 혼합 DNA를 지닌 독특한 인물을 우리 산업계도 다시 마주하게 됐다. 협상이 아닌 거래를 추구하고 보상 없는 비호는 하지 않겠다는 게 트럼프 당선인의 기조다. 사업가의 마음을 지닌 미국 최고의 권력은 국내 산업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우리는 달라진 거래 방식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더벨이 '사업가 트럼프'가 국내 산업에 끼칠 영향과 기업들의 대응법을 분석하고 앞으로를 전망해 본다.
이 기사는 2024년 11월 18일 15:5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윤석열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첫 통화가 이뤄진 지난 11월7일 조선 사업자들의 주가는 두자릿수대의 상승률을 보였다. 트럼프 당선인이 군함·선박 협력 언급을 덕분으로 한화오션이 21.76%로 가장 높은 상승률을 나타냈다.같은날 한화그룹 내에서 한화오션 다음으로 급등한 회사는 한화시스템이다. 한화시스템은 보수·수리·정비(MRO) 통합 솔루션·시스템을 제공하며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오션 등과 함께 그룹 방산 사업을 담당하고 있다. 특히 한화오션의 미국 거점 확보 과정에서 주체로 나선 곳이 한화시스템이었다. 특수선 사업에 힘을 주는 한화오션으로선 그룹 계열사의 지원을 받은 셈이다.
한화그룹이 연내 거래 완료를 목표로 하는 미국 필리조선소(Philly Shipyard) 인수에는 한화시스템과 한화오션 등 2개사가 참여했다. 1억달러(1436억원)가 들어가는 인수대금 중 60%(884억원)를 한화시스템이, 40%(552억원)를 한화오션의 미국 자회사(Hanwha Ocean USA International)가 각각 담당했다. 지분율에 따라 인수 종료 후 필리조선소는 한화시스템 연결회계로 잡힌다.
미국 조선업은 1920년 제정된 존스법 이후 자국 내에 갇혀 쇠퇴를 거듭했다. 존스법은 미국에서 만든 선박만 미국 내 항구에서 물품·승객을 운송할 수 있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 가운데 필리조선소는 1997년 설립돼 필라델피아 해군 조선소와의 높은 접근성, 선박 2척을 동시에 건조할 수 있는 설비 등을 앞세워 미국 상선 및 군 선박을 공급하는 역할을 했다.
한화그룹이 지난해 육·해·공을 아우르는 방산 사업자를 목표로 한화오션을 편입한 만큼 관련 계열사가 전방위로 나서 필리조선소 인수에 나선 것이다. 한화오션은 필리조선소 인수 절차를 마무리하는대로 스마트 설비 투자 등 현지 사업장 고도화에 역량을 집중한다. 당장은 상선 중심의 사업이 진행되겠지만 특수선 건조 및 MRO 확대를 위한 사업장 고도·현대화 투자는 불가피하다는 전망이다.
필리조선소 추가 투자가 진행되기 전까지 미 해군 MRO 사업은 국내에서 담당한다. 한화오션은 이미 올 하반기에만 2건의 미 해군 함정 MRO를 수주했다. 건별 수주액은 공개되진 않았지만 상장사 수주계약 공시 기준(코스피, 사업연도 매출 5% 이상) 이하 수준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화오션의 지난해 매출 규모는 7조4000원이 넘어 올해의 경우 수주계약금이 3700억원 이상이어야 의무 공시 대상이 된다.
건당 많으면 조단위까지 나오는 선박 계약과 비교하면 규모가 크진 않지만 한화오션은 MRO 사업의 빠른 납기 일정과 연 20조원에 달하는 미 해군 MRO 시장에 기대를 걸고 있다. 일례로 올해 8월 수주한 미 해군 군수지원함 '윌리 쉬라'함 MRO는 지난 9월 국내 거제사업장에서 정비를 시작해 내년 초에 프로젝트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전체 선박을 뜯어고치는 게 아니라 수요에 맞춰 필요한 부분을 정비하는 것이기에 가능하다.
올해 2차례 수주를 통해 미 해군 MRO 시장에 첫발을 뗀 만큼 한화그룹은 한화오션의 특수선사업부 총괄을 사장급으로 격상하며 힘을 줬다. 한화오션과 MRO 부문에서 손발을 맞추고 있는 한화시스템의 어성철 대표(사장)를 지난 9월 한화오션 특수선사업부장으로 선임해 전체 특수선 사업을 이끌도록 했다. 한화오션이 한화그룹에 편입된 이후 어 사장이 특수선 사업을 맡기 전까지 특수선사업부는 부사장급 조직이었다.
한화오션의 연결 매출에서 특수선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그리 크진 않다. 상선, 특수선, 해양 등으로 구분되는 사업부문 중 3분기 기준 매출이 가장 사업이 특수선(1961억원)이었다. 다만 영업이익률 자체는 7.0%를 기록하며 사업부문 중 가장 높은 이익률을 나타냈다. 회사 측은 MRO 사업의 이익 실현을 그 배경으로 꼽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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