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컴퍼니 장비 국산화 40년]'엣지 그라인더'에서 '웨이퍼 가공'까지, 성장 변곡점최초 국산화 장비, 20억대 매출 외형 3년 만에 900억대 '성큼'
성상우 기자공개 2024-11-25 08:51:15
[편집자주]
미래컴퍼니가 올해로 창업 40주년을 맞이했다. 수시로 요동치는 전방산업 트렌드와 업황 사이클 부침에도 회사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원동력은 연구개발을 통한 혁신 노력 덕분이었다. '엣지 그라인더'를 최초로 국산화하며 글로벌 디스플레이 시장에 자리매김할 수 있는 힘으로 작용했다. 긴 시간 내공을 쌓은 미래컴퍼니가 새로운 포트폴리오를 갖추며 신성장 동력을 예고했다. 더벨이 미래컴퍼니의 청사진을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24년 11월 21일 08:3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미래컴퍼니의 지난 40년은 연구개발을 통한 시장 개척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반도체 자동화 물류 장비업체에서 글로벌 시장을 장악한 디스플레이 가공 장비 기업으로, 또 반도체 메인공정 장비 기업으로 진화하는 과정에서 가장 주효했던 건 ‘회사가 가장 잘 나갈 때 다음 먹거리를 준비해야 한다’는 철학이었다.히스토리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수 차례의 위기와 성장 변곡점이 있었다. 공교롭게도 위기와 성장 변곡점은 매번 맞물려 있었다. 글로벌 경기침체나 업황 사이클 변동, IMF 같은 국가차원의 경영환경 악화와 같은 변화가 회사를 휩쓸고 갔지만 결과적으로는 주력 사업을 또 다시 새로운 성장 사이클로 진입시키는 마중물로 작용했다.
◇IMF 이후 디스플레이 사업 진출, '엣지 그라인더' 최초 국산화
미래컴퍼니 성장 히스토리에서 가장 큰 획을 남긴 제품은 ‘엣지 그라인더’다. 회사의 운명을 바꿔놓은 대표 제품격이다. 이 제품 역시 회사가 중장기 플랜에 따라 사업 구조를 전환하는 과정에서 R&D를 통해 나온 혁신 장비였다.
첫 번째 위기는 1990년대 후반 IMF 외환위기였다. 반도체 자동화 물류 장비를 공급하던 시절 주력 고객사였던 LG반도체(구 금성반도체)를 LG그룹이 매각하면서 미래컴퍼니 입장에서도 새로운 활로 개척이 필요했다.
최대 매출처였던 LG그룹의 사업 파트너로 남아있으려면 당시 그룹 차원에서 새롭게 집중했던 디스플레이 밸류체인에 합류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당시 LG디스플레이 전신인 LG필립스는 일본 업체 몇 곳이 독점 공급하고 있던 ‘엣지 그라인더’ 장비의 국산화를 추진하고 있었는데 번번이 실패하던 상황이었다. 이때 미래컴퍼니도 장비 국산화에 뛰어들었다.
엣지 그라인더는 디스플레이 패널의 가장자리를 정밀하게 갈아내면서 가공하는 장비다. 이전까진 패널의 가장자리가 중요하지 않았는데 1990년대 후반을 거쳐 2000년대로 넘어오면서 모바일 디스플레이가 등장함에 따라 패널 가공이 중요해졌다.
처음엔 회사 내부에서도 반대 여론이 컸다. 사업 분야 전환에 대한 거부감과 새로운 장비 R&D에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 탓이었다. 김준구 미래컴퍼니 대표는 “엔지니어 10명 중에 10명이 전부 반대했던 걸로 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김종인 창업주는 “다른 회사들도 다 하는 사업을 하면 어떻게 성장하나. 어려우니까 한번 베팅해볼 만하다”며 장비 개발을 밀어붙였다고 한다.
미래컴퍼니는 2000년도에 엣지 그라인더 개발에 성공했다. 국내 첫 번째 개발이었다. 최초로 국산화한 장비에 주문이 밀려들었고 회사는 퀀텀점프 구간으로 접어들었다. 허들 높은 혁신의 벽을 뛰어넘은 대가였다.
당시 재무제표를 보면 2000년대 초반의 드라마틱한 성장세가 그대로 기록돼 있다. 미래컴퍼니가 최초로 감사보고서를 제출한 2001년도의 별도 기준 연매출은 27억원대였는데 이듬해 140억원대로 뛰더니 2003년과 2004년엔 310억원대, 960억원대로 뛰었다. 2001년부터 2004년까지 3년간 35배가량의 외형 성장을 이룬 셈이다. 기세를 몰아 2005년도에 코스닥에 입성했다.
혁신의 열매가 오래가진 않았다. 2005년도 상장을 마치자마자 디스플레이 업황이 침체기로 돌아섰다. 패널 단가 하락으로 전방산업 수익성이 크게 떨어졌고 발주 감소로 이어졌다. 1000억원대를 넘보던 미래컴퍼니 매출은 다시 300억원대로 내려갔다. 이후 3~4년 이상 이어진 외형 축소의 기간을 감내해야했다.
2010년대로 넘어가면서 또 한번 기회가 왔다. 글로벌 메이저 모바일 디바이스 제조사인 애플을 주도로 다양한 디자인의 기기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그전까지 디스플레이가 탑재되는 기기는 모두 직각 형태였다. 디스플레이 패널도 직각이면 충분했다. 그러나 애플이 등장하면서 모서리가 둥근 곡면 형태의 디바이스를 쏟아냈다. 패널 역시 모서리를 둥글게 깎을 수 있는 장비가 필요했다. 이 니즈에 대응할 수 있는 ‘이형 그라인더’를 미래컴퍼니가 때맞춰 내놨다. 회사는 다시 2차 점프 구간으로 접어들었다. 미래컴퍼니는 2011년에 매출 1000억원 고지를 넘어섰다.
미래컴퍼니가 시장 니즈에 맞춰 이형 그라인더를 곧바로 내놓을 수 있었던 비결은 업황 다운사이클이 왔던 2000년대 후반을 R&D의 시간으로 보냈던 덕분이었다. 김종인 창업주는 미래컴퍼니가 제일 잘하는 일이 다이아몬드휠로 엣지를 갈아내는 식의 '기계적 정밀 가공'이라고 봤다. 여기에 다양한 폼팩터 시대에 대한 인사이트가 더해지면서 원형 가공 장비 개발에 나선 게 회사의 새로운 10년을 만들었다.
2000년대 후반은 재무적으로 암흑기였다. 반면 사업 히스토리 상으론 결과적으로 새로운 도약을 위한 숨고르기 기간이 된 셈이다.
◇2014년 김준구 대표 합류, 레이저 가공 장비 본격화
2013년도에 회사는 또 다시 격동기를 맞았다. 당시 급하게 회사에 합류한 김준구 대표는 곧바로 새 사업영역 개척에 나섰다. 선대 창업주가 했던 신시장 개척 고민을 2세 경영자가 그대로 물려받은 셈이다.
김 대표는 대대적인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고 봤다. 휠을 활용한 가공은 대상 재질이 유리로만 제한된다는 한계점을 인식했다. 메케니컬 가공에서 레이저 가공으로 확장할 경우 대상 재질도 필름, 웨이퍼 등으로 다변화시킬 수 있었다. 김 대표는 그대로 실행에 옮겼다. 그 결실이 2017년부터 납품을 시작한 디스플레이 레이저 가공장비다.
동시에 가공 대상을 디스플레이에 국한시키지 말고 더 넓혀보자는 생각에서 웨이퍼 가공장비 개발에 나섰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제일 잘하는 게 대상 재질을 가공하고 모양을 만드는 것’이라는 생각에서 시작됐다.
2010년대 후반 ‘일본산 수출제한’ 사태가 터지면서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장비 국산화에도 눈을 돌리게 됐다. 미리 준비해온 미래컴퍼니에게 또 다시 기회가 찾아온 셈이다. 개발을 마쳐놨던 웨이퍼 가공장비는 주력 고객사들의 테스트 과정을 하나둘씩 거쳤고 지난해부터 매출이 본격화됐다.
김 대표는 “기계적·레이저 가공으로 반도체·디스플레이 밸류체인에 발을 들여보면 그 주변 공정들이 또 있다. HBM같이 제품이 고도화되면서 예전에 없었던 새로운 공정도 생긴다”면서 “새로 들어오는 공정 장비들에 대해서도 고객사와 꾸준히 소통하면서 개발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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