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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그룹 재무점검]롯데쇼핑, 타인자본 의존도 낮추기 '과제'5년간 차입금 의존도 50% 육박, 15년 만 자산 재평가 추진

정유현 기자공개 2024-11-28 07:30:53

[편집자주]

세기의 경영인라는 잭 웰치 GE 전 회장은 기업의 생명선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지표 중 하나로 캐시플로를 뽑았다. 작년부터 좀처럼 불씨가 꺼지지 않는 롯데그룹 위기론도 그 근원은 유동성과 현금흐름에 있다. 더벨은 주요 계열사들의 현금흐름과 유동성을 비롯한 재무지표을 통해 롯데그룹 심박수를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11월 22일 15:0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재무 구조 개선 방안 제시 부족'

롯데쇼핑이 지난 10월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발표하면서 자체적으로 진단한 저평가 원인 중 하나다. 경쟁사 대비 상대적으로 높은 부채비율로 자본 시장에서 재무 건전성에 대한 의구심이 존재하는 상황을 인정했다. 현금 창출력 대비 차입금 비중이 높은 점은 최근 유동성 루머에 불을 붙인 요소 중 하나다.

지난해까지는 적극적으로 상환에 나서며 부채 관리에 사활을 걸었지만 최근 다른 분위기가 감지된다. 조달 전략 다변화를 통해 비용을 낮추고 성장 동력을 위한 투자 재원을 마련하는 모습이다. 여기에 15년 만에 자산 재평가를 실시하는 등 사업 체질 개선 작업과 동시에 재무 체력을 끌어올리는데 집중하고 있다.

◇3분기 말 기준 차입금 의존도 49%, 이자보상배율 1배 미만 유지

국내 신용평가사가 제출한 자료를 바탕으로 롯데쇼핑의 재무 상태를 살펴보면 9월 말 연결 기준 총 차입금은 15조1580억원으로 집계됐다. 자산 총계는 30조9190억원 수준인데 이에 절반 가량이 차입금으로 구성됐다.

차입금 의존도는 49%다. 총 자산의 절반가량이 빌린돈이라는 의미다. 정해진 공식은 없지만 차입금 의존도는 통상적으로 30% 이하를 안정적이라 평가한다.

차입금의존도는 높을수록 금융비용이 커져 수익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경영 안정성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2020년이후 롯데쇼핑은 연결 기준 차입금 의존도는 50%가 넘지 않게 관리하고 있지만 40% 후반대가 유지되고 있다.

2021년 자산 매각 규모가 축소됐지만 한샘 지분 취득 등으로 자금이 필요해지자 차입에 나선 영향으로 풀이된다. 차입금 의존도가 50%가 육박하는 상황이 지속되는 것은 롯데쇼핑의 크레딧 부담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9월 말 연결 기준 부채비율은 190%로 계산된다. 최근 3개년 간 180%대를 유지했는데 이는 120%대인 국내 오프라인 유통 기업의 평균 부채비율을 상회하는 수치다. 부채에 따라 금융 비용 부담도 커지고 있다. 2022년부터는 기준 금리가 인상되면서 이자 비용 부담도 높아졌다. 5년 동안 이자 비용과 기준 금리 추이를 살펴보면 기준금리가 1.25%대였던 2019년 4912억원을 이자를 내는데 썼다.

2023년 금리가 3.5%로 오르면서 5954억원의 이자 비용을 감내했다. 이자보상배율은 개선되고 있지만 최근 5년간 1배 미만이 유지되고 있다. 3분기 말 기준 0.7배 수준으로 계산된다. 벌어들이는 돈으로 이자를 갚기 쉽지 않다는 의미다.

롯데쇼핑은 장기적으로 영업활동을 통해 이자 부담을 낮추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부진이 지속되고 있는 이커머스 사업에서 성과를 내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로 분석된다. 작년 말 백화점과 그로서리 해외 및 신사업에서는 흑자를 냈지만 이커머스 사업의 영업적자는 856억원 수준이다.

다만 이커머스 사업에서 단기간에 실적이 반등하는 것을 기대하지 않고 있다. 2026년 영업이익 800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는 가운데 이커머스 목표는 영업적자 800억원이다. 작년 보다 적자 규모를 50억원 줄이는 정도다. 물류 투자 등을 지속하면서 긴 호흡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는 분위기다.

이커머스의 부진 여파를 롯데마트와 주요 종속 법인의 성과를 키워 상쇄시킬 계획이다. 동시에 금리 인하 시기에 맞춰 적절한 재무 레버리지 활동을 추진하고 있다.

◇명동·잠실 토지 가치 상승, 15년 만 자산재평가로 재무 개선 기대

롯데쇼핑이 재무 체력 강화를 위해 손에 쥔 카드가 바로 자산 재평가다. 최근 유동성 리스크가 대두되자 롯데쇼핑을 넘어 그룹 차원에서 자산을 재평가하기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롯데쇼핑은 기업가치 제고 계획 중 하나로 자산재평가를 먼저 포함한 상태다. 2009년 이후 15년 만이다.

자산 재평가는 기업이 갖고 있는 토지, 건물 등 유형자산을 시장 가격으로 평가하는 것이다. 자산 재평가 차익은 기타포괄이익으로 회계 처리돼 자기자본을 늘리는 효과로 이어진다.

유통 업체들은 유형자산 중 부동산 보유 비중이 높기 때문에 이들의 실질적인 가치가 재무 구조나 주가에 반영되기 어렵다. 점포가 위치한 토지 등 유형자산의 장부가치와 현재 시점에서의 가치가 크게 차이 나기 때문이다. 백화점, 마트 등은 입지가 좋은 곳에 위치하고 있어 땅값이 비싸질 경우 재평가를 통해 자산과 자본을 추가로 확충할 수 있다.

롯데쇼핑의 주요 토지 공시지가는 15년간 크게 올랐다. 롯데백화점 명동본점이 위치한 토지의 공시지가는 2009년 3430만원에서 2024년 6530만원으로 90.5% 급증했다. 롯데백화점 잠실점의 토지 역시 2700만원에서 4800만원으로 78.1% 증가했다.

롯데쇼핑 측은 기업가치 제고 계획 발표 자료를 통해 "재평가로 자산 및 자본이 증가해 재무구조가 개선됨에 따라 미래 신사업(해외, 리테일 테크)을 위한 투자 재원 조달에도 활용이 가능하다"며 "부채비율 하락으로 신용평가등급에 긍정적 효과가 기대되며 신용도 강화 및 자본 확충으로 자본 조달 비용 감소가 예상된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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