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오션-HD현대 화해와 경쟁 사이]'왜, 지금' 원팀 화해무드 조성할까①넓어진 무대가 좁힌 라이벌 사이…국내에선 경쟁, 글로벌 무대에선 '원팀'
허인혜 기자공개 2024-12-03 09:11:04
[편집자주]
한화오션과 HD현대가 상대방에 대한 고소를 취하하며 화해무드를 조성하고 있다.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입찰을 두고 치열한 경쟁 중인 양사가 돌연 화해로 돌아선 이유는 무엇일까. 글로벌 해상 방산 시장의 확대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러브콜 등 조선과 방산 사업을 둘러싼 글로벌 분위기가 변화했기 때문이다. 국내 방위사업청 사업뿐 아니라 글로벌 방산·조선 수주에 도전장을 낼 만큼 회복한 두 기업은 경쟁할 때는 경쟁하고, 그렇지 않을 때는 손을 맞잡는 '원팀'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 사이 불필요한 갈등은 덜어낸다는 전략이다. 더벨이 한화오션과 HD현대 사이 분위기 변화와 배경, 남아있는 경쟁과 앞으로의 전망을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11월 28일 16:1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두 명의 주연이 하나의 무대를 두고 경쟁한다면 그 다툼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무대가 글로벌로 넓어지고 경쟁자도 늘어난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이익이 된다면 두 라이벌도 '원팀'으로 묶여 다른 경쟁자들과 싸울 수 있다. 한화오션과 HD현대의 이야기다.지난해만 해도 서로 기술력부터 신뢰와 도덕성까지 거론하며 갈등했던 두 곳이다. 지금도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입찰을 둘러싼 다툼은 현재진행형이다. 하지만 기류는 한파에서 무풍으로 변했다. 양측의 잇따른 소 취하는 불필요한 법정다툼은 차치하고 입찰로만 경쟁하자는 태도변화를 보여준다.
글로벌 시장을 두고서는 훈풍까지 감지된다. '팀코리아' 수식어를 달고 K방산 잭팟의 승전보를 울린 분야가 늘면서다. 해상 방산 분야에서도 캐나다와 폴란드, 필리핀 등에서 굵직한 수주전을 앞두고 있다. 최대 10조원 규모인 호주 호위함 사업에서 각자도생 전략을 펴다 이달 결국 탈락했던 점도 뼈아팠다.
◇국내 해상 방산 무대에선 둘뿐인 주연배우
한화오션과 HD현대의 다툼은 짧지는 않았다. 지난해 8월 울산급 배치3(Batch-Ⅲ) 5·6번함 입찰 갈등이 HD현대중공업의 가처분신청으로 격화됐지만 이 논쟁은 아주 오래전부터 이어온 다툼의 연장선이었다.
Batch-Ⅲ를 둘러싼 싸움도 KDDX 경쟁의 전초전으로 볼 수 있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과 정기선 HD현대 부회장의 '절친 전쟁'으로도 화제가 됐는데 역시 막역한 사이였던 부친들의 시대에도 양사는 조선 부문에서 계속 싸웠다.
거슬러 올라가면 양측의 다툼은 1980년대부터 이어졌다. HD현대는 1975년 한국형 전투함 건조업체로 선정돼 국내 첫 2000톤(t)급 한국형 호위함을 만든다. 한화오션은 1982년 독일의 하데베 조선소에 보낸 유학생들을 토대로 잠수정 분야에서 치고 나간다.
한화오션과 HD현대는 이때부터 서로 기자회견과 법정다툼을 마다하지 않았다. 사유는 다양했다. 한쪽의 독점으로 국내 기술개발이 더뎌진다는 주장부터 보안 사고, 기술력 논쟁까지 다툼의 씨가 됐다.
양쪽이 치열했던 이유는 그동안 사실상 국내 방사청 사업이 특수선 시장의 유일무이한 매출처였기 때문이다. 사업을 놓치면 특수선 사업부문의 존폐까지 흔들렸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전체 매출액 대비 특수선 사업부문 매출액 비중은 2023년을 기준으로 HD현대중공업이 3.5%, 한화오션이 약 11% 수준으로 파이가 크지 않아 내수와 수출 금액을 별도로 공개하지는 않았다. 다만 기업설명회(IR) 등을 통한 경영진의 말을 참고하면 내수가 9, 수출이 1 정도의 비율을 유지했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 지도도 운명처럼 라이벌전을 만들었다. 삼성중공업이 방산 사업에서 손을 떼면서 해상 방산 부문의 투톱인 두 곳만 남은 상황이다.
삼성그룹도 삼성테크윈과 삼성탈레스 등 관련 계열사를 필두로 1970년대부터 방산 사업에 천착했다. 40년간 유지했지만 2014년 한화그룹이 삼성그룹의 화학·방산 사업부문을 인수하면서 완전철수한다. 결과적으로 글로벌 시장이 아닌 한국 시장, 또 특수선 분야에서는 한화오션과 HD현대 서로 외에는 경쟁자가 없었다.
◇규모 확 커진 해외 수주전…호주 호위함 탈락의 교훈
양사의 방향타가 바뀌며 관계에도 변화가 필요해 졌다. 한화오션이든 HD현대중공업이든 해외 특수선 수출을 계속 도전했고 해본 경험도 있지만 여태까지는 '해봤다'는 족적에 가까웠고 규모면에서는 존재감이 크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양사가 눈독을 들이는 수주전의 규모는 남다르다. 수조~수십조원의 효과가 전망되는 사업이 줄지어 대기 중이다.
캐나다와 폴란드, 필리핀이 기대되는 수주전들이다. 캐나다 순찰 잠수함 프로젝트(CPSP)가 가장 큰 규모로 꼽힌다. 약 70조원 안팎의 규모로 전망된다. 3000t급 잠수함 최대 12척을 도입하는 사업이다. 폴란드와 필리핀 잠수함의 총 사업비는 각각 3조원과 2조원으로 예상된다. 척당 적어도 1조원 이상의 사업비가 책정된다.
문제는 이 수주전에 뛰어드는 다른 국가들이 팀을 이뤄 도전한다는 점이다. 한화오션과 HD현대가 최근 고배를 마신 호주 호위함 수주전도 마찬가지다.
최종 후보로는 일본과 독일이 올랐다. 독일은 우리나라에 잠수함 기술을 전수해준 오랜 명가다. 일본은 무기 수출이 한동안 막혀있던 나라다. 일본은 미쓰비시 중공업이 주도하고 미쓰이 E&S가 지원하는 원팀을 구성했다. 정부도 함께 뛰어들었다.
업계 관계자는 "호주 호위함 사업 수주에 탈락하면서 안팎에서 원인을 두고 질타하는 목소리가 들렸다"며 "10조원 규모의 사업 수주에 실패하면서 대승적 결단이 필요하다는 결심까지 이어진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러브콜·정부 K방산 '기폭제'…김동관·정기선 친분도 한몫
대외적으로 변화한 정치·산업 환경도 화해의 명분이자 기폭제가 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러브콜이 대표적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달 윤석열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미국의 조선업이 한국의 도움과 협력을 필요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의 세계적 건조 군함과 선박의 건조 능력을 잘 알고 있으며, 선박 수출 뿐 아니라 보수·수리·정비 분야에서도 긴밀하게 한국과 협력을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구체적 논의가 이뤄지길 원한다"고 했다.그동안 K방산에 힘을 실어온 정부가 양측의 화해와 원팀 구성을 요청할 만한 배경이다.
일각에서는 김 부회장과 정 수석부회장의 남다른 친분도 단초가 된 것으로 분석했다. 글로벌 호재를 맞은 만큼 경쟁력 강화를 위한 협력에 나서자는 명분에 두 부회장 모두 동의하며 양측의 고소 취하까지 이어졌다는 전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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