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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테라퓨틱 IPO In-depth]'임상악재·투심부진' 결국 상장철회, 재정비의 시간 '넉달'ORM-5029 부작용 이슈에 수요예측 하단, 1월 이후 일정조정 예고

정새임 기자공개 2024-11-29 10:53:37

[편집자주]

IPO(기업공개)를 준비하는 바이오텍이 넘어야 할 관문은 기술성평가, 상장예비심사 뿐만이 아니다. 증권신고서를 통해 기업가치를 평가하고 공모가를 산정해 투자자들과 조율하는 과정도 거쳐야 한다. 얼마나 매력적인 회사인지 회사는 숫자로 입증해야 하고 투자자들은 정량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더벨은 바이오텍의 이 같은 상장 과정을 따라가며 성장전략과 위험요소를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11월 29일 08:3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대 7700억원의 밸류를 자신했던 오름테라퓨틱이 상장 자진 철회를 선택하며 시점 조율에 들어갔다. 상장을 앞두고 닥친 임상 악재로 인해 기관투자가들의 불만이 빗발친데 따른 결단이다. 얼어붙은 공모주 투자 심리와 떨어진 바이오 주목도로 기관 수요예측에서 부진한 결과를 받았다.

상장 일정을 내년으로 재조정할 경우 파이프라인과 관련된 이슈가 정리되고 시장 흐름도 달라질 것이란 기대가 있지만 현재로선 불확실하다. 수요예측 재도전을 앞두고 유의미한 모멘텀을 마련하는 것이 과제로 떠오른다.

◇'ORM-5029' 이슈에 바이오 대장주도 예외 없던 싸늘해진 투심

오름테라퓨틱은 21~27일 기관투자가 수요예측을 받아든 결과 상장 일정을 자진철회하기로 결정했다. 28일 회의에서 상장 철회를 논의하고 결론을 지었다. 공시는 29일 오전 중 낸다.

계획대로라면 12월 2일 공모가를 확정하고 3~4일 일반 청약을 거쳐 12일 상장할 예정이다. 하지만 기관투자가 대상 수요예측에서 저조한 참여를 확인했다. 수요예측 첫날 배정 가점을 부여하며 참여를 독려했지만 참여 열기가 높지 않았다.


오름테라퓨틱이 공모로 모집하려 했던 투자금은 최소 900억원, 최대 1080억원이다. 시가총액 최소 6428억원에서 최대 7712억원을 예상했다. 하지만 기관 수요예측에서 다수 기관들이 희망 공모가 하단 이하의 가격을 제시했다고 알려졌다.

신약 개발 바이오텍 중 대장격으로 꼽히는 오름테라퓨틱마저도 공모주 투자 심리가 저조해진 영향을 피해갈 수 없었다. 최근 상장한 기업들의 주가가 부진한 탓에 공모주에 대한 투심이 얼어붙었다.

더욱이 수요예측을 앞두고 주력 파이프라인인 'ORM-5029'의 임상에 대한 악재가 터지면서 투자자들의 반감을 샀다. 글로벌 1상에 참여한 1명의 환자에서 중대한 부작용(SAE)이 발생해 신규 환자 등록이 중단됐다는 내용이다. 이 같은 상황을 미국식품의약국(FDA)에 즉시 보고했고 후속 조치를 논의해 임상 관련 계획을 재수립할 예정이다.

해당 파이프라인은 2026년경 계약금 약 2488억원을 받고 기술수출이 가능할 것으로 봤던 핵심물질이다. 이를 통해 확보할 추정 매출액으로 182억6300만원을 예상했다. 그러나 임상 중단으로 지연될 가능성이 제기됐으면서도 오름테라퓨틱은 증권신고서상 매출추정치를 변경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IPO 시장의 부진한 투자심리까지 겹치면서 오름테라퓨틱 역시 철회 결단이 불가피 했던 것으로 보인다. '조 단위' 몸값이 예상됐던 케이뱅크가 10월 상장을 철회했고 그 뒤로도 미트박스글로벌, 씨케이솔루션, 동방메디컬 등이 줄줄이 상장을 철회했다.

시장 투심이 좋지 않은 탓에 오름테라퓨틱의 적정가치를 제대로 평가받기 어렵다는 의견이 기관투자가 중심으로 제기됐다. 오름테라퓨틱은 경영진 외 한국산업은행이 5% 이상 대주주로 올라 있고 IBK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등 전문투자자와 펀드 등 다수 벤처금융사로부터 투자를 받았다. 이들이 엑시트 하기에 적정 공모가에 미치지 못했다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1월 시장 분위기 호전 기대, 이슈해소·모멘텀 마련 관건

오름테라퓨틱은 9월 27일 한국거래소로부터 코스닥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했다. 예비심사를 통과한 기업은 6개월 내 상장해야 한다는 규정에 따라 2025년 3월 말 전까지만 상장을 완료하면 된다. 상장 일정을 재설정할 여유가 있다.

업계에서는 2025년 1월을 전후로 바이오 투심이 되살아나리라 기대하고 있다. 1월 개최되는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 영향으로 연말~1분기 기간 바이오 섹터 주가가 상승하는 흐름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컨퍼런스를 전후로 글로벌에서 크고작은 딜이 성사되는 등 다양한 모멘텀이 발생한다. 이 분위기를 감안해 오름테라퓨틱은 1월을 기점으로 상장 일정을 조율할 것으로 보인다.

오름테라퓨틱의 펀더멘털을 다지는 작업은 필요하다. 오름테라퓨틱은 필요한 시기마다 자사 파이프라인을 기술이전(L/O) 성공시키는 저력을 발휘해왔다. 지난해 파이프라인 통매각으로 매출의 지속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됐을 때도 버텍스와의 추가 딜을 성사시켜 우려를 해소했다. 내부적으로 소규모 딜을 다수 추진한다는 사업전략을 내세운 만큼 상장 일정을 조율하는 동안 추가 딜이 일어날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주력 파이프라인인 ORM-5029 임상 중단 이슈도 정리할 시간적 여유를 벌었다. 아직 부작용의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원인에 따라 임상 재개 혹은 파이프라인 재정비 등의 후속조치가 이뤄지게 된다.

최악의 경우 상장 일정이 3월을 넘겨 절차를 다시 밟아야 하는 상황이 되더라도 풍부한 유동성으로 버틸 수 있다. 오름테라퓨틱의 9월 말 기준 현금성 자산이 1246억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BMS와의 빅딜로 현금성 자산이 10배가량 늘어났다. 한 해 쓰는 연구개발비용과 판관비는 300억~400억원 정도로 갖고 있는 현금자산 만으로도 3~4년 연구를 이어갈 수 있는 체력을 갖췄다. 다만 기존 투자자들의 입장을 고려할 때 상장을 마냥 미룰 수만은 없다.

오름테라퓨틱 관계자는 "상장 일정에 대해 논의 중"이라며 "결론이 나면 공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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