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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 인사 풍향계]김걸 사장 용퇴…정의선 회장의 강력한 리더십 효과⑫총수 넘어 지지받는 리더…조직 장악력 기반 적극 인사권 활용

고설봉 기자공개 2024-12-04 07:43:34

[편집자주]

현대차그룹 인사 시계가 빨라졌다. 사상 최고 실적을 달성하며 글로벌 톱티어로 부상했지만 동시에 지정학적 리스크에 더해 트럼프발 위기로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재편되는 글로벌 시장에서 미래차 선점을 위한 과제도 무겁다. 현대차그룹은 위기 대응력을 높이기 위해 올해 인사를 앞당기고 있다. 최고의 순간을 열어간 임직원 보상과 함께 미래지속성장을 위한 혁신을 동시에 추구하는 모습이다. 더벨은 올해 말 인사를 조망하고 2025년 현대차그룹을 이끌어갈 후보들의 면면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12월 02일 16:0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김걸 현대차그룹 사장(사진)의 용퇴를 바라보는 시선은 엇갈린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체제를 함께 열어간 경영진으로 김 사장의 그룹 내 입지는 탄탄했다. 현대차그룹 전반 경영전략을 수립하고 그룹사간 이견을 조율하는 등 전략·기획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 수장 역할을 도맡았던 김 사장의 갑작스런 용퇴를 어떻게 봐야할까.

◇인적쇄신과 인재육성 사이…김걸 사장, 용퇴 형식으로 이선후퇴

김 사장의 용퇴는 시기적으로 인적쇄신과 인재육성 사이에 위치한다. 그는 현대차그룹이 사장단(CEO) 인사를 단행한 뒤 일주일 정도 지난 시점에 사의를 표명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인적쇄신 기조 아래 사장단(CEO) 등 그룹 내 최고위급 임원들의 퇴진이 일단락된 시점이다.

12월 중순 정기인사를 하기 20여일 전 김 사장이 스스로 자리를 물렸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올해 정기인사는 현대차그룹의 새로운 미래를 이끌 차세대 경영진들이 대거 등용될 것이란 전망이다. 김 사장이 기획조정실장에서 물러나며 후임자 인선 등 절차가 차질 없이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 사장은 인적쇄신의 직접 대상은 아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영성과나 조직 내 입지 등에 비춰 그의 업적과 존재감은 컸다. 실제 김 사장은 11월 말 사장단 인사에선 대상에 오르지 않았다. 혁신을 기조로 대규모 최고위 임원 교체와 신규 CEO 발탁 등이 이뤄지면서 이른바 ‘올드보이’들이 대거 퇴진했지만 그는 남았다.

그러나 김 사장은 다음 세대를 짊어질 차세대 리더는 아니다. 이번 사장단 인사에서 정 회장은 차세대 리더들을 대거 발굴했다. 대내외 불안감이 커지면서 국적과 성별, 나이 등을 따지지 않는 파격을 단행했다. 핵심 키워드는 ‘지금 이 순간 필요한 성과와 실력’이었다.

김 사장이 용퇴를 스스로 결정했다면 ‘인적쇄신 대상은 아니지만 후배를 위해 물러난다’는 메시지를 대내외에 전달한 것이다. 아울러 정 회장이 김 사장을 2선으로 물리면서 인적쇄신 키워드에 포함하지 않고 명예로운 은퇴를 만들어 것으로 해석된다.

◇정의선 회장의 강력한 리더십…’친분·계파’ 상관 없이 ‘인재’ 세운다

김 사장의 용퇴는 정 회장의 강력한 리더십과 조직 장악력을 확인할 수 있는 사례다. 정 회장은 이번 인사로 현대차그룹 내 최고위 임원들을 물갈이했다. 그룹 전반 주요 계열사 CEO들을 대거 교체했다. 김 사장의 용퇴까지 더해지며 그룹 내 요직에 있던 최고위 임원들의 2선후퇴가 이뤄졌다.

김 사장은 정 회장 체제의 토대를 닦은 인물이다. 그는 김용환 전 현대차그룹 부회장 산하 기획조정실에서 오랫동안 근무했다. 현대차그룹 내 전략과 기획통으로 그룹 전반의 안살림을 책임지고 지배구조를 안정화를 이룬 버팀목이라는 평이다.

정 회장이 2018년 9월 수석부회장으로 승진하고 혁신을 단행할 때 밑그림을 그린 인물도 김 사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버지(정몽구 명예회장) 세대 가신들에 대한 인적쇄신 작업은 자칫 내부 권력투쟁으로 비춰질 수도 있었다. 아직 용퇴를 공식화 하지 않은 정 명예회장의 자리를 정 회장이 스스로 차지했다는 평가를 받을 수도 있었다.

김 사장의 밑그림은 주도면밀했던 것으로 보인다. 실제 옛 부회장들은 잡음 없이 2선으로 후퇴했다. 또 새로운 세대를 맞이하기 위해 현대차에 있던 고위직 임원들도 2선으로 자리를 물리거나 계열사로 이동하며 정의선 체제 토대를 만들었다. 이후 현대차그룹은 적극적으로 외부인재를 수혈하고 글로벌 기업으로 발돋움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출처=현대차그룹.

정 회장 입장에서 김 사장은 최측근으로 볼 수 있는 인물이다. 김 사장은 기획조정1실장에서 기획조정실장으로 기조실을 총괄 지휘하는 역할을 부여받았다. 그룹사 전체에 대한 기획조정 권한을 행사했고 그 정점엔 정 회장이 있었다.

자신의 체제를 출범한 뒤 정 회장은 지속적으로 인재 활용에 집중했다. 내부인재를 발탁하고 외부인재를 영입하며 현대차그룹을 개혁했다. 구심점이 강력하고 확실한 만큼 속도감이 빨랐고 결과는 확실했다. 최근 3년 현대차그룹은 매년 사상 최대 실적 및 재무 성과를 달성하고 있다. 브랜드 인지도와 신용등급 등에서도 최상위 브랜드로 거듭났다.

정 회장의 경영체제는 시스템적으로 효율성과 안정성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 회장 중심으로 리더십이 공고하고 조직 장악력이 강력하다. 그만큼 정 회장으로부터 하달되는 명확한 목표와 전략이 흔들림 없이 일사천리 수행되고 있다.

정 회장의 리더십과 조직 장악력의 시작은 인사다. 정 회장이 인사권을 확실하게 행사해야 필요한 인재를 적극 영입해 최적의 업무를 맡길 수 있다. 그가 구상한 대로 조직을 구축하고 그 조직을 가장 잘 운영할 수 있는 경영진을 선임해야 좋은 성과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이러한 인사공식이 이번 인사에서 확인된 것으로 해석된다. 최측근인 김 사장 조차 새로운 시대에 부합하지 않으면 2선으로 물러나야 할 정도로 정 회장의 인사원칙은 확고하다. 빠른 변화에 맞춰 친분과 계파를 배제하고 실력과 역량을 갖춘 인재를 적재적소에 채용한다는 원칙이 김 사장 용퇴로 다시 한번 확인된 것으로 해석된다.

재계 관계자는 “정 회장 취임 뒤 매년 꾸준히 인적쇄신이 진행됐고 올해 그 폭과 깊이가 깊었다”며 “매년 대폭 인적쇄신은 정 회장의 강력한 조직 통제력을 확인할 수 있는 사례이고 동시에 정 회장이 인재활용을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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