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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K 메모리 레이스]'클라우드 1위' 아마존, HBM 큰손으로 급부상AMD 제치고 엔비디아 뒤따를 전망, AI 반도체 공급망 격변

김도현 기자공개 2024-12-20 09:56:31

[편집자주]

메모리 시장에 차디찬 겨울이 지나고 따사로운 봄이 찾아오고 있다. 지난해 희망의 아이콘이었던 HBM을 필두로 DDR5, eSSD 등 기존 제품까지 살아나면서다. 양강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전례 없는 불황을 겪으면서 더욱 단단해진 모양새다. 다만 이전과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SK하이닉스에 HBM 주도권을 내준 삼성전자의 압도적 선두 지위가 흔들렸기 때문이다. 올해 자존심 상한 삼성전자와 자신감 붙은 SK하이닉스 간 경쟁은 어느 때보다 치열할 전망이다. 두 회사의 '메모리 레이스'를 추적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12월 19일 07:4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엔비디아가 장악해온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에 적잖은 변화가 예고된다. 지나친 엔비디아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직접 칩을 개발하거나 타사와 협력을 추진하는 등 움직임이 포착됐다.

AI 반도체와 짝을 이루는 고대역폭 메모리(HBM) 공급망도 영향권이다. 그동안 엔비디아에 쏠린 공급 물량이 분산될 수 있어서다. HBM 선두주자 SK하이닉스와 추격자 삼성전자도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전략 구상에 나서고 있다. 복수의 고객들과 관련 논의가 한창인 가운데 클라우드 업계 1위인 아마존이 격전지로 꼽힌다.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확산에 메모리 업계 촉각

1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아마존에 5세대 HBM(HBM3E)을 납품 중이다. 엔비디아와의 HBM3E 품질 인증(퀄테스트)이 마무리되지 않은 것과 대비된다. 다만 아직 물량은 많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아마존은 세계 최대 데이터센터 운영업체다. 시장조사기관 시너지 리서치 그룹에 따르면 아마존은 올 2분기 전 세계 클라우드 시장 점유율 순위에서 최상단(32%)에 섰다. 마이크로소프트(MS) 23%, 구글 12% 등이 뒤를 잇는다.

*아마존 데이터센터

인공지능(AI) 시대에 접어들면서 전용 서버 등장으로 아마존의 역할이 더욱 커지는 추세다. 자연스럽게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 주요 고객으로 등극했다.

문제는 엔비디아 GPU 대안이 부족해 막대한 비용이 드는 점이다. 구매 경쟁이 심화해 웃돈을 주고도 원하는 만큼 확보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여파를 최소화하고자 아마존은 수년 전부터 자체 칩 '트레이니움' 시리즈를 출시하면서 대체재를 마련하고 있다.

아마존은 최신 AI 가속기 '트레이니움3' 활용도를 높여가고 있다. 그러면서 HBM 구매도 늘고 있다. SK하이닉스와도 거래하지만 대부분 생산능력(캐파)이 엔비디아 쪽에 맞춰져 있어 삼성전자 제품도 사용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중장기적으로 삼성전자와 거래량이 대폭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견제 차원에서 SK하이닉스도 아마존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후문이다. 엔비디아 대항마로 여겨지는 AMD보다 아마존 등 클라우드 공룡 대응에 무게중심을 두는 모양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현재 캐파로는 엔비디아 물량을 쳐내기도 벅차지만 메모리 제조사들이 캐파를 늘려감에 따라 매출처 다각화가 이뤄질 것"이라며 "아마존을 비롯해 MS, 구글 등이 HBM 확보에 열을 올리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이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특히 삼성전자는 엔비디아 공급망 진입이 어려운 상황에서 아마존과 협업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다. 6세대 HBM(HBM4)에서 분위기 반전을 노리는 과정에서 아마존과의 동맹에 힘을 싣겠다는 계획이다.

이번 정기인사에서 반도체 사업을 진두지휘하는 전영현 DS부문장(부회장)이 메모리사업부장까지 겸직하면서 관련 작업이 속도감 있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같은 맥락에서 첨단 D램 경쟁력 강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HBM은 여러 개 D램을 적층해 만들기 때문에 개별 D램의 성능이 핵심 요소다.

SK하이닉스 역시 엔비디아 쏠림 현상을 상쇄하고자 다른 빅테크들과의 협력을 타진 중이다. 결실을 맺기 위해선 적절한 캐파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 이에 따라 실리콘관통전극(TSV) 등 핵심 공정을 소화하는 라인을 예정보다 빠르게 늘릴 방침이다.

◇거세지는 '자체 칩' 열풍, 브로드컴 등 수혜 예상

아마존 이외에도 MS, 구글, 메타, 애플 등도 AI 반도체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엔비디아가 현재 관련 시장 점유율 약 90%를 차지하고 있으나 빅테크의 내재화 바람으로 점차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는 배경이다.

최근 통신칩 강자로 꼽히는 브로드컴이 주문형 반도체(ASIC) 기술로 대거 고객을 확보하는 부분도 관전 포인트다. ASIC는 GPU 등 범용 반도체와 달리 특정 목적을 위해 설계하는 방식이다. 제대로만 개발한다면 GPU 대비 비용, 전력효율 등에서 우위를 보일 수 있다는 평가다. 브로드컴을 향한 러브콜이 이어지는 이유다.

이미 구글과 메타 등의 AI 반도체를 브로드컴이 설계하기도 했다. 이같은 소식이 전해지면서 다수 업체가 브로드컴에 접촉 중이다. 최근 브로드컴은 실적을 발표하면서 "대형 클라우드 기업 3곳과 AI 칩을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구글, 메타에 이어 바이트댄스가 신규 고객으로 알려졌다. 오픈AI, 애플 등도 협력 대상이다.

호크 탄 브로드컴 최고경영자(CEO)는 "2027년까지 브로드컴과 만든 100만개의 맞춤형 AI 칩이 데이터센터에 적용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ASIC 제품이 늘면 HBM에도 변화가 필요하다. 대응 차원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HBM4부터 맞춤형(커스텀) 서비스를 강화하기로 했다. 고객마다 세부적인 HBM 설계가 달라진다는 의미다. 따라서 고객들과의 긴밀한 논의가 전제조건이다. 실제로 양사는 엔비디아 외 빅테크들과 물밑작업을 가속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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