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K 메모리 레이스]또 다른 엔비디아 연결고리 'GDDR7', 내년 양산 돌입삼성전자가 다소 빠른 일정, 선점 효과 주목
김도현 기자공개 2024-10-18 07:38:42
[편집자주]
메모리 시장에 차디찬 겨울이 지나고 따사로운 봄이 찾아오고 있다. 지난해 희망의 아이콘이었던 HBM을 필두로 DDR5, eSSD 등 기존 제품까지 살아나면서다. 양강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전례 없는 불황을 겪으면서 더욱 단단해진 모양새다. 다만 이전과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SK하이닉스에 HBM 주도권을 내준 삼성전자의 압도적 선두 지위가 흔들렸기 때문이다. 올해 자존심 상한 삼성전자와 자신감 붙은 SK하이닉스 간 경쟁은 어느 때보다 치열할 전망이다. 두 회사의 '메모리 레이스'를 추적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10월 17일 17시52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엔비디아를 두고 다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전장을 넓힌다. 고대역폭 메모리(HBM) 못지않은 잠재력을 가진 그래픽 D램(GDDR)이 새로운 격전지다.그동안 GDDR은 인공지능(AI) 시장에서 주목도가 떨어졌다. HBM이 확고한 그래픽처리장치(GPU) 단짝으로 자리매김하면서 GDDR의 역할이 애매해진 탓이다.
다만 HBM의 비싼 가격과 적잖은 전력 소모 등으로 인해 GDDR이 재조명됐다. 주요 메모리 제조사가 HBM 대체재로 GDDR을 내세우는 배경이다. 기기 자체에서 AI를 구현하는 '온디바이스 AI' 중심으로 응용처가 구축될 전망이다.
◇'이번엔 앞설까' 메모리 1위의 반격 선봉장
삼성전자는 17일 세계 최초로 '12나노급 24기가비트(Gb) GDDR7'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GDDR은 PC, 게임기 등 영상과 그래픽 처리를 담당하는 초고속 D램이다. 일반 D램보다 많은 용량의 데이터를 한 번에 소화할 수 있는 것이다. 이같은 특징으로 응용처가 고성능 컴퓨팅(HPC), AI, 자율주행, 워크스테이션 등에서 투입되고 있다. GDDR은 세대마다 숫자를 붙여 구분하는데, GDDR7은 7세대격이다.
시장조사기관 데이타인텔로는 글로벌 GDDR 시장 규모가 2023년 58억달러에서 2032년 126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연평균 9.1%의 성장률이다.

이번 삼성전자 제품은 업계 최고 사양을 갖췄다. 24Gb 고용량과 40기가비피에스(Gbps) 이상 속도가 핵심으로 전작(16Gb GDDR7) 대비 용량, 성능, 전력 효율 등이 모두 개선됐다는 설명이다.
또 주목할 특징은 12나노급 미세 공정을 적용한 부분이다. 12나노급은 10나노급 5세대(1b) D램을 일컫는다. 이로 인해 동일한 패키지 크기에 셀 집적도를 높였고 이전보다 용량을 50% 향상할 수 있었다.
HBM을 대신하기 위한 전력 소모 감소도 GDDR7 신작의 핵심 가치다. 주된 응용처가 될 모바일 기기 특성상 저전력 지표가 중요한데 전력 효율을 30% 이상 개선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를 구현하고자 삼성전자는 불필요한 전력 소모를 줄이는 '클록 컨트롤 제어 기술', '전력 이원화 설계' 등을 적용했다. 각각 동작이 필요할 때만 동작하고, 저속 동작 시 전압을 낮추는 게 골자다. 누설 전류가 큰 영역의 전류를 제어하는 스위치를 추가하는 '파워 게이팅 설계'도 도입됐다.
삼성전자는 HBM 경쟁에서 밀린 것을 만회하기 위해 GDDR7 시장에 먼저 깃발을 꽂고자 한다. 경쟁사 대비 고용량 제품을 일찍 선보이면서 분위기를 잡아가는 흐름이다. 24Gb GDDR7은 연내 주요 GPU 고객의 차세대 AI 컴퓨팅 시스템에서 검증을 개시하고 내년 초 양산에 들어갈 계획이다.
파운드리사업부와 교류하는 복수의 AI 반도체 스타트업들이 GDDR 시리즈 적용을 추진 중이어서 삼성전자에 새로운 기회가 생겨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배용철 삼성전자 부사장은 "삼성전자는 그래픽 D램 시장에서의 기술 리더십을 공고히 하고 있다"며 "AI 시장의 빠른 성장에 맞춰 고용량, 고성능 제품을 지속 선보일 것"이라고 전했다.
◇'AI 기세 잇는다' HBM 선두의 자신감 표출
GDDR은 공급량이 한정된 GPU 대안으로 꼽히는 범용인공지능(AGI) 칩과 호흡을 맞출 것으로 예상된다. AGI 칩은 엔비디아, AMD 등 기존 AI 가속기 업체가 아닌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빅테크들이 자체 개발 중이다. 이들이 AI 반도체 내재화에 나서면서 GDDR 비중도 빠르게 늘 가능성이 크다.
HBM으로 승기를 잡은 SK하이닉스가 GDDR7 상용화에 속도를 내는 이유다. 앞서 SK하이닉스는 GDDR7 개발 소식을 전한 바 있다.
삼성전자보다는 약간 느리지만 격차가 크진 않은 상황이다. 16Gb GDDR7은 고객이 요구하는 일정에 맞춰 이른 시일 내 대량 공급, 24Gb GDDR7은 시장 수요가 본격적으로 발생하는 내년 양산한다는 방침이다.
이상권 SK하이닉스 부사장은 "SK하이닉스의 GDDR7은 고사양 3차원(3D) 그래픽은 물론 AI, 고성능 컴퓨팅(HPC), 자율주행까지 범위가 확대될 것"이라며 "프리미엄 메모리 라인업을 한층 강화하면서 가장 신뢰받는 AI 메모리 솔루션 기업 위상을 이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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