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테크 소부장 리포트]'삼성 후폭풍' 하나마이크론, 엑시노스 공백 극복 관건②중저가 AP 등으로 상쇄, 내년 하반기 폴더블폰 신작 기대
김도현 기자공개 2024-12-24 07:58:35
[편집자주]
반도체, 디스플레이를 비롯한 첨단산업의 생태계는 복잡하게 얽혀 있다. 이런 밸류체인 속에서 최종적으로 제품을 만드는 기업보다 때로는 막강한 힘을 발휘하는 곳들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업체들이다. 반도체 분야에서 ‘슈퍼 을(乙)’로 불리는 ASML이 대표적이다. 국내에도 각 분야에서 독·과점적 지위를 가지거나 나름의 강점을 기반으로 선전하는 소부장업체들이 다수 존재한다. 산업 경쟁력 강화에 기여하고 있는 소부장 기업들의 창업스토리와 사업 현황, 실적과 재무, 지배구조와 향후 전망 등을 더벨이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12월 20일 14:1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하나마이크론이 '위기'를 최소화하기 위해 분투하고 있다. 근원지는 아이러니하게도 최대 고객인 삼성전자다. 최신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물량 대응 차원에서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으나 삼성전자 내부 이슈로 신규 라인을 당분간 제대로 활용할 수 없게 됐다.단기적 손실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앞서 삼성전자 빈자리를 SK하이닉스로 메우면서 위기를 기회로 전환한 저력을 재차 발휘해야 할 시점이다. 이를 주도했던 이동철 하나마이크론 대표는 자신 있다는 반응이다. 예정됐던 물량을 최대한 보전하는 한편 새로운 매출처 확보에 나설 계획이다.
◇'형님 믿고 투자했는데'…갤럭시S25 충격파 여진은
하나마이크론은 올 6월 700억원 가까운 자금을 시설투자에 사용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앞서 유상증자를 실시하기도 했다.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579억원)을 상회하는 적잖은 금액이다. AP와 무선주파수(RF) 테스트 장비 구매를 위한 것으로 실질적인 타깃은 '엑시노스2500'이었다.
당초 엑시노스2500은 내년 1월 출시될 플래그십 스마트폰 '갤럭시S25'에 탑재될 것으로 점쳐진 AP였다. 연초 '엑시노스2400'이 갤럭시S 시리즈에 복귀하면서 긍정적인 분위기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다.
다만 결과적으로 희망고문에 불과했다. 수율(완성품 중 양품 비율) 등 생산 이슈로 인해 갤럭시S25 공급망에서 배제됐다. 하반기 들어서도 삼성전자 모바일익스피리언스(MX)사업부의 고민이 이어졌으나 결론은 달라지지 않았다. 퀄컴 '스냅드래곤8 4세대'가 독식할 예정이다.
이미 전용라인을 구축한 하나마이크론은 난감해졌다. 올 10월에도 추가 투자를 진행할 만큼 열의를 보였으나 정작 고객 사정으로 결실을 맺지 못했다.
이 대표는 "엑시노스2500이 갑자기 빠지면서 애로사항이 있는 게 사실"이라면서도 "대부분 계약할 때 물량 보장해주는 조항이 있다. 4분기는 어려우나 삼성 쪽에서 책임져주기로 했다. 내년 계획으로는 물량이 상당히 늘어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2025년 하반기 전략모델인 '갤럭시Z플립7'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최근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엑시노스2500에 대해 "파운드리에서 안정화 과정을 거치고 있다. 내년 양산 목표로 (Z플립에) 탑재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추후 MX사업부가 입장을 바꿀 수 있으나 이 정도 발언은 사실상 협의가 마무리 수순임을 암시한다.
변수는 수주 규모다. 그동안 갤럭시Z 시리즈 AP는 퀄컴이 독점해왔다. 단번에 삼성전자가 많은 물량은 차지하기 힘들어 보인다. 더불어 Z폴드 말고 Z플립에만 한정된다면 더욱 파이가 줄어들게 된다.
이 대표는 "(배제 결정이) 9월에 정해진 사안이라 대비가 쉽지 않았으나 중저가 AP 물량도 늘어나고 있다"며 "내년 할당량에 대해서는 꾸준히 협의하고 조율 중이다. 양사 간 투자 신뢰는 계속 지켜왔다"고 언급했다.
◇국내외 팹리스 협력 확대 추진, '메모리 원툴' 편견 이겨낼까
이번 건을 통해 하나마이크론은 다시 한번 매출처 다변화의 필요성을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 특정 고객 또는 부문에 의존할 시 리스크가 상당하다는 점을 상기한 영향이다.
이 대표는 "초기 투자 회수는 거의 끝났고 AP 외에 다른 물량을 할 수 있도록 논의 중이다. 여러 후보가 있어서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객군을 늘리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내년부터 10곳 이상 고객으로부터 테스트 외주가 예정돼 있다. 이후에는 글로벌 팹리스와 협력을 모색할 방침이다.
그는 "기존 테스트 쪽 가동률이 50-60%인데 어떤 제품, 인프라냐에 따라 사업 전개가 좌지우지된다"면서 "단순히 메모리 외주업체에서 턴키 비즈니스하는 방향으로 가려 한다. 글로벌 OSAT로 가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라고 이야기했다.
그간 하나마이크론은 메모리 전문 OSAT로 알려져 있어서, 시스템반도체 고객의 신뢰가 부족했다는 후문이다. 특히 해외 반도체 업계 상대로 이같은 이미지를 벗기가 쉽지 않았다.
이 대표는 "수년 동안 삼성전자 AP를 테스트하면서 경험도 쌓고 레퍼런스를 만들고 있다. 해온 물량이 적은 숫자가 아니"라며 "원가 측면에서도 경쟁력이 생겼고 기술력만 더 올리면 해외에서도 성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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