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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금융 인사 풍향계]양종희 회장의 선택, '부문장 투톱'이재근·이창근 나란히 지주로 이동…부문장 맡아 경쟁

조은아 기자공개 2024-12-27 13:43:02

이 기사는 2024년 12월 27일 07:5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재근 KB국민은행장과 이창권 KB국민카드 대표이사 사장이 지주로 이동해 중책을 맡는다. 아직 나이가 젊은 데다 은행과 카드를 이끌며 경영능력을 인정받은 만큼 지주에서 새로운 역할을 부여받았다. 양종희 KB금융 회장 아래 2명이 부문장을 맡는 이른바 '투톱' 체제다.

과거 윤종규 전 KB금융 회장이 양종희 회장과 허인 KB국민은행장, 이동철 KB국민카드 사장 등을 부회장으로 두고 각 부문을 맡겨 경쟁시켰던 것과도 비슷하다. 부회장 승진은 없었지만 주력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를 거친 만큼 이름만 부문장일 뿐 사실상 부회장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회장 아래 투톱, 외부 출신에서 내부 출신으로

KB금융은 계열사 대표이사로서 검증된 경영관리 역량을 그룹 차원에서 활용하기 위해 현 계열사 대표인 이재근 행장을 글로벌사업부문장으로, 이창권 사장을 디지털 및 IT부문장으로 이동시켰다고 밝혔다.

두 사람이 지주로 이동할 수 있다는 관측은 꾸준히 제기돼왔다. 둘 다 아직 한창 나이인 데다 경영능력 역시 입증받았기 때문이다. 이대로 커리어를 마감하기엔 당사자뿐만 아니라 KB금융 차원에서도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다. 실제 이재근 행장은 1966년생, 이창권 사장은 1965년생으로 금융권의 주요 CEO와 비교해도 상당히 젊은 편이다.
이재근 KB국민은행장

다만 부회장직이 없어진 만큼 어떤 역할 맡게 될지를 놓고는 다양한 관측이 나왔다. 양종희 회장의 선택은 '투톱‘ 부문장이었다.

KB금융은 이번에 기존과 같이 3개 부문을 유지했다. 3부문 7담당 6본부 30부를 3부문 8담당 4본부 31부 체제로 바꿨다. 담당은 하나 늘었고 본부는 2개 줄었다. 부도 1개 늘었다. 전체적으로 인사폭이 크지 않았다. 지난해 기존 10부문을 3부문으로 재편하는 등 크게 변화를 줬던 만큼 이번엔 큰 틀에선 비슷한 체계를 유지했다.

다만 3개 부문을 이끌던 부문장은 바뀌었다. 기존 글로벌부문을 이끌었던 서영호 부사장은 퇴임 수순을 밟는다. 디지털부문장과 IT부문장을 겸직했던 조영서 부사장은 지주와 은행에서 AI·디지털본부장을 맡는다. AI·디지털본부는 기존 AI본부와 DT본부가 통합해 만들어진 곳이다. 두 사람의 자리를 이재근 행장과 이창권 사장이 각각 이어받았다.

눈에 띄는 건 서 부사장과 조 부사장이 외부 출신이라면 이재근 행장과 이창권 사장은 내부 출신이라는 점이다. 글로벌과 디지털, IT 등 KB금융이 중점을 두고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부문을 내부 출신들이 이끌게 됐다. 서 부사장은 통합 KB증권 출범 직전 외부에서 영입된 인물이다. 조 부사장은 신한금융 출신으로 2021년부터 KB금융에 몸담았다.

◇그룹 중책 맡겼다, 직급 부여는 안해

두 사람의 이동은 자연스럽게 몇 년 전 허인 전 행장과 이동철 전 사장을 떠오르게 한다. 둘은 2021년 12월 말 각각 이끌고 있던 국민은행과 국민카드를 떠나 지주로 이동하는 동시에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허 전 부회장은 개인고객부문장, WM·연금부문장, SME부문장을, 이 전 부회장은 글로벌부문장과 보험부문장을 맡는 등 중책을 맡았다는 사실 역시 지금과 비슷하다.

다만 당시와 달리 승진 인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두 사람 모두 부문장으로 불린다. 다시 부회장제를 도입할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현실화하지 않았다.
이창권 KB국민카드 대표이사 사장

사장직의 경우 2015년 잠시 부활한 적이 있으나 금방 다시 사라졌다. 자리 자체의 애매함 탓에 갈등의 배경이 되곤 했기 때문이다. 금융지주 사장은 회장에 이은 2인자라지만 회장과는 역할이 중복되고 지주 계열사 중 가장 막강한 영향력을 쥔 행장과도 서열 관계가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 단점으로 지적된다. 실제 주요 금융지주 중 사장을 두고 있는 곳은 없다.

이재근 행장과 이창권 사장의 인연도 주목받는다. 한 살 터울인 두 사람은 비슷한 길을 걸어오고 있다. 이 행장은 1993년 주택은행에 입행해 2022년 1월부터 국민은행장을 이끌었다. 2023년 말 연임해 모두 3년 동안 은행장을 지냈다.

이창권 사장은 1991년 국민은행에 입행에 이 행장과 같은 2022년 1월 국민카드 CEO로 취임했다. 그 역시 지난해 말 연임에 성공했다. 동시에 CEO에 오른 뒤 동시에 지주로 이동하면서 경쟁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는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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