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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무통 중용' 깨끗한나라, 다시 고개든 투자 부담 차입규모 24년만에 최대…CFO 출신 이동열 대표, 박경렬 전무 배턴 터치

고진영 기자공개 2025-01-03 08:08:51

[편집자주]

기업의 최고재무책임자(CFO)들의 역할과 책임이 커지는 '지금' 그들은 무슨 일로 바쁘게 움직이고 있을까. THE CFO가 현재 CFO들이 맞닥뜨린 이슈와 과제, 그리고 대응 전략은 무엇인지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12월 30일 16:06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깨끗한나라는 최근 이례적 인사가 있었다. 최고재무책임자(CFO)였던 이동열 대표가 대표이사로 승격되고 전임 CFO였던 박경렬 전무가 재무총괄 자리로 복귀했다. C레벨 경영진이 재무통을 중심으로 개편된 셈이다.

수년간 수익성 악화가 이어지면서 외부조달 중요성이 높아진 상황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내년부턴 투자 규모가 다시 확대될 전망이다.

깨끗한나라는 4년 전부터 매년 차입규모가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2020년만 해도 연결 총차입금이 2100억원대에 불과했지만 올 9월 말 기준 3360억원까지 불었다. 2000년(3210억원) 이후 최대 수준이며 총자산의 55%를 차입금이 채우고 있다.


차입금의존도가 높아지기 시작한 것은 2017년 쯤이다. 당시 제품 유해성 논란이 크게 일었던 탓에 실적에 타격을 입었다. 그러다 코로나19가 오히려 호재로 작용하면서 차입이 잠시 축소 흐름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2021년 다시 증가세로 전환했다.

원인은 백판지를 생산하는 PS부문(제지)의 부진 때문이다. 깨끗한나라 사업구조는 PS부문과 HL(생활·위생용품)부문으로 나뉜다. PS부문의 경우 생산능력 기준으로 국내 백판지 시장에서 27% 남짓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1위 사업자 한솔제지를 잇는 두 번째 위치다.

애초 PS부문이 회사 영업이익을 지탱해 왔지만 2021년 원재료인 펄프값이 급등하면서 수익성이 급감했다. 실제로 2020년 kg(킬로그램)당 584원에 불과했던 펄프가격은 2022년 1038원까지 뛰었다. 현재 다소 내리긴 했는데 9월 말 기준 933원이니 과거에 비하면 여전히 비싼 가격이다.

작년엔 판가를 올려 수익성 개선을 시도했으나 한계가 있었다. 경쟁사 한창제지와 중국, 동남아 백판지업체들이 증설에 나서면서 공급 과잉상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결국 2022년 4분기부터 8개 분기 연속으로 영업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차입이 갑자기 늘어난 것도 현금창출력 부족 탓이 컸다. 영업활동현금흐름 규모가 축소된 와중에 깨끗한나라는 2021년과 2022년 340억원~480억원 수준의 CAPEX(설비투자)를 지출했다. 때문에 2021년 잉여현금흐름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차입 확대로 이어졌다.

재무 안정성이 악화 중이던 2022년 CFO로 영입된 인물이 이동열 대표다. 이 대표는 1964년생으로 대학졸업 직후인 1989년 옛 LG반도체에 입사했다. 이후 LG디스플레이 회계팀장과 회계담당, 금융담당 등을 거쳤으며 2019년 LG화학 금융담당으로 이동했다. 그러다 LG그룹에 몸담은지 30여년 만에 깨끗한나라로 적을 옮겼다.

이 대표가 LG디스플레이에 재직했을 때는 회사가 투자를 위해 자금조달을 공격적으로 추진하던 시기였다. LG그룹의 금융담당 임원은 자금계획 수립과 조달 일선에서 활동한다. 이 전무가 금융담당을 맡았던 2014년부터 2018년까지 LG디스플레이의 조달 내역을 보면 총차입금이 약 4조원에서 8조5000억원 수준으로 2배가량 뛰었다. 하지만 이 기간 차입평균이자율은 3.7%에서 2.8%로 낮추는 성과가 있었다

깨끗한나라에 합류한 이후에도 조달활동에 적극 나섰다. 특히 단기대출과 전자단기사채 위주로 차입을 운용했다. 이자비용과 발행비용 등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로 짐작된다. 이 전무의 부임 전인 2021년 말과 비교하면 총차입금에서 단기성 차입금 비중은 31%에서 79% 수준으로 높아졌다. 매출채권을 유동화하는 등 조달창구를 다변화하기도 했다.


성과를 인정받아 이달 인사에선 그가 CFO에서 대표이사로 승진했다. 이동열 대표에게서 CFO 자리를 이어받은 것은 전임 CFO이기도 한 박경렬 전무다. 박 전무는 범 LG가인 아워홈 출신이다. 2019년부터 깨끗한나라 CFO로 일하다가 이동열 대표 영입과 함께 DL이앤씨 CFO로 이동했다. 그러다 이번에 다시 깨끗한나라로 돌아오면서 또 배턴 터치가 이뤄졌다.

박 전무는 취임하자마자 조달 활동에 바빠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깨끗한나라는 CAPEX를 160억원 수준으로 줄이는 등 차입금 증가를 제어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하지만 주춤했던 투자부담이 재차 높아진 상태다.

깨끗한나라는 내년부터 2026년까지 청주공장의 폐합성소각로와 관련해 투자비용이 560억원 남짓 잡혀 있다. 남는 현금이 부족 상태라는 점을 감안하면 추가적인 차입 확대가 불가피한 상태다. 깨끗한나라는 지난해 잉여현금 플러스 전환에 성공했으나 올해 다시 순유출로 돌아섰다. 9월 말 기준 잉여현금은 -250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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