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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통' 정진완 우리은행장, 취임사에 '영업' 빠진 까닭 [2025 승부수]실적보다 자본비율 중요성 부각되는 시점…'조직·KPI' 재정비 우선시

최필우 기자공개 2025-01-03 09:09:22

이 기사는 2025년 01월 02일 17:1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정진완 우리은행장(사진)이 취임사를 통해 3대 경영 키워드를 제시했다. 당초 정 행장이 강조할 것으로 예상됐던 영업력 강화 관련 내용은 언급되지 않았다. 정 행장은 중소기업 대출 중심으로 영업점 경력을 쌓은 우리은행 대표 영업통이다.

전임자인 조병규 전 우리은행장이 취임할 때와 달리 영업에 힘을 싣기 어려운 환경이라는 점이 감안됐다. 최근 기준 금리가 잇따라 인하되고 환율이 높아지면서 영업 전략 재정립과 자본비율 관리 중요성이 부각되는 시점이다. 대신 정 행장은 조직 문화와 임직원 성과평가 방식을 재정비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금융감독원 정기검사 결과 촉각

정 행장은 지난달 31일 서울 중구 회현동 우리은행 본점에서 진행된 취임식에서 3대 경영방침을 제시했다. 그는 3대 방침으로 △신뢰 △고객중심 △혁신을 꼽았다.


정 행장의 경영방침은 조 전 행장과 차이가 있다. 조 전 행장은 '기업금융 명가 재건'을 슬로건으로 내걸고 영업력을 극대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또 시중은행 순이익 1위에 오르겠다는 실적 중심의 목표를 제시하기도 했다. 연초 내놓은 경영 방침을 일관되게 추진한 끝에 지난해 기업대출 잔액을 시중은행 중 가장 큰 폭으로 늘렸고 3분기에 이미 전년도 순이익을 넘어서기도 했다.

정 행장도 조 전 행장과 비슷한 커리어를 갖고 있는 만큼 영업 중심의 경영 방침을 이어갈 가능성이 제기됐다. 조 전 행장은 대기업심사부장, 기업그룹장을 지내는 등 대기업 영업에 특화된 인물이다. 정 행장은 중소기업전략부장, 중소기업그룹장을 거쳤다. 대기업보단 중소기업 영업에 집중했다는 점에서 조 전 행장과 차이가 있으나 함께 기업금융 전문가로 분류된다. 조 전 행장 재직 시절 중소기업 영업을 뒷받침한 것도 정 행장이다.

다만 우리은행이 처한 상황이 조 전 행장 취임 때와는 달라졌다. 환율이 급등하는 등 은행권을 둘러싼 환경이 급변하면서 실적 개선보단 자본비율 관리가 중시되는 시점이다. 일각에선 지난해 공격적인 영업으로 늘려 놓은 기업대출 잔액을 축소해야 자본비율이 관리 목표치를 달성할 수 있다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금융감독원 정기검사 결과가 이달 나오는 것도 당장 영업에 힘을 싣기 어려운 요인으로 꼽힌다. 금감원은 우리금융 전임 회장 친인척 부정 대출 사건과 관련된 검사 결과를 공개할 예정이다. 자본비율 등 경영 관리 실태에 대해서도 집중 점검이 이뤄졌다. 사태가 일단락 될 때까지 영업 드라이브를 걸기보다 집안 단속에 집중해야 한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고객중심 의사결정 강조…직원 동반성장 추진

정 행장은 영업보다 고객 신뢰를 회복을 우선시할 것으로 관측된다. 전임 회장 친인척 부정 대출 사태를 수습하고 조직 문화를 개선하는 게 정 행장에게 주어진 과제다. 내부통제는 물론 업무 프로세스와 임직원 평가 방식까지 전반적으로 손질한다는 방침이다.

'고객 중심' 키워드에는 효율적인 의사결정 체계를 정립하겠다는 정 행장의 의중이 반영돼 있다. 우리은행이 그간 업무 중심으로 조직을 편제하고 인사 적체를 해소하는 차원에서 필요 이상의 임원을 뒀다는 게 정 행장의 지론이다.

정 행장은 연말 조직 개편 과정에서 개인그룹과 부동산금융그룹을 개인그룹으로, 자산관리그룹과 연금사업그룹을 WM그룹으로, 중소기업그룹과 대기업그룹을 기업그룹으로 통합했다. 부행장 숫자도 5명 줄였다. 은행의 시각에서 업무를 대하지 않고 고객 중심의 효율적인 의사결정을 내리기 위한 재편이다.

'혁신' 키워드를 내세워 임직원 성과 평가 체계도 재정립한다. 우리은행이 오랜 기간 직원 상대 평가를 유지하면서 과도한 경쟁과 비효율을 유발했다는 게 정 행장의 진단이다. 정 행장은 상대 평가 방식을 절대 평가로 바꿔 조직과 직원의 동반 성장을 추구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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