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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주의의 '선순환' thebell note

이민호 기자공개 2025-01-14 07:12:54

이 기사는 2025년 01월 13일 07:46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저희도 누울 자리 보고 다리 뻗습니다." 최근 고강도로 행동주의를 전개하고 있는 기관투자자 대표를 만나 여러 기업에 대해 얘기를 나누던 중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이 인상깊었다. 행동주의의 대상이 되는 기업이라고 무조건 '나쁜 기업'이 아니라는 의미다. 오히려 기본적으로 현금창출력과 재무건전성 등 펀더멘털이 우수한 '좋은 기업'이다.

행동주의 투자자들은 극명한 차이를 만들어내고 있다. 지난달 좌초된 두산그룹의 두산밥캣 지배구조 개편 시도에서 초기부터 강하게 반발한 것은 두산밥캣 주주로 진입해있는 기관투자자들이었다. 두산밥캣은 대표적인 저PBR주로 오랜 기간 기관투자자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이들은 두산로보틱스와의 포괄적 주식교환에 매겨진 교환비율 산정에서의 적정성을 문제삼았고 결국 주식교환 계획을 철회시키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반면 두산밥캣 지분을 보유한 비상장사를 인적분할하는 '이상한' 방법으로 한 푼도 못 건진 채 두산밥캣을 잃게 됐던 두산에너빌리티 비지배주주들의 목소리는 충분히 커지는 데 애를 먹었다. 그동안 두산에너빌리티의 긴급자금 지원과 원전사업 부진 등 이유로 펀더멘털을 낮게 본 기관투자자들이 주주로의 진입을 꺼린 탓이다. 결국 두산에너빌리티가 분할계획을 철회한 건 비지배주주들의 목소리를 듣기보다는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가 몰릴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었다.

행동주의가 번성한다는 것은 그만큼 누울 자리가 더 넓어진다는 뜻은 아닐까. 지배구조 선진화, 이사회 개편, 자본의 효율적 재배치, 주주환원 확대 등 행동주의 투자자들의 요구는 다양해지고 있지만 어찌 보면 근본적으로 펀더멘털이 강한 '좋은 기업'이 많이 생겨나고 있다는 신호도 된다. 여기에 더해 행동주의 투자자들이 요구한 부분에 대한 개선 사례를 꾸준히 만들어가면 될 일이다.

행동주의를 정의로움으로 포장하긴 어렵다. 얘기를 나눴던 그 또한 행동주의의 궁극적인 목표가 수익 극대화라는 점을 오히려 강조했다. 행동주의는 운용전략이다. 그럼에도 행동주의 투자자의 수익추구 행위가 국내증시 밸류업을 가속화하므로 단순히 외부효과를 넘어 중요한 열쇠가 된다.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오랜 망령은 무기력함을 일상적으로 만들었다. 하지만 그 사이에 펀더멘털을 다진 기업들이 속속 생겨났다. 누울 자리가 넓어진 행동주의가 속속 다리를 뻗고 있다. 투자자들은 수익폭을 키우고 이 수익이 다시 기업의 투자재원으로 유입되는 선순환을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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