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 아트]포스코, 1300점 달하는 미술품 컬렉션국내외 거장 작품 대거 보유, 홀딩스 통한 관리 방식 '한계'
서은내 기자공개 2025-01-24 09:53:03
[편집자주]
기업과 예술은 자주 공생관계에 있다. 예술은 성장을 위해 자본이 필요하고 기업은 예술품에 투자함으로써 마케팅 효과를 얻는다. 오너일가의 개인적 선호가 드러나는 분야이기도 하다. 특히 문화예술 지원을 통해 사회에 공헌한다는 점에서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성격도 갖고 있다. 기업이 운영하는 예술 관련 법인의 운영현황과 지배구조, 소장품, 전시 성향 등을 더벨이 짚어봤다.
이 기사는 2025년 01월 22일 11시52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포스코는 외부에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대기업 집단 중에서도 소장 미술품이 특히 많은 기업이다. 포스코에서 자체 집계한 바에 따르면 포스코홀딩스를 포함해 포항, 광양 사업장을 합쳐 소장 중인 미술품 자산은 약 1300점 정도다. 작품의 수도 많지만 미술사적으로 의미있는 대작들도 다수다.정작 컬렉션에 대한 적극적인 관리에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정부나 공공기관의 미술품은 정부 미술은행으로 편입되거나 국가 보유 자산으로 관리된다. 이런 가운데 포스코의 경우 과거 민영화를 거치면서 소장품의 소유나 관리 주체가 불분명해진 상황이다.
◇홀딩스 경영지원본부 산하 사회공헌실서 운영
포스코는 기업 산하 포스코미술관을 주축으로 미술 분야와 관련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미술관 운영 주체는 포스코홀딩스다. 일반적으로 재단을 통해 관리되는 미술관과 달리 기업 산하 조직으로 놓인 구조다. 포스코홀딩스 경영지원본부 내 사회공헌실 소속이다. 전문 큐레이터 1명과 기획 운영자 1명 등 2명이 미술관 일을 전담하고 있다.
포스코미술관은 테헤란로 포스코센터 지하 1층에 자리하고 있다. 포스코미술관의 발자취는 서울 포스코센터 건립과 궤를 함께한다. 1995년 포스코센터가 문을 열면서 미술관도 포스코갤러리에 함께 개관했다. 리처드 쉐라, 심문섭, 김기창 등 그룹전으로 개관 첫 전시를 한 이후 30여년간 꾸준히 소장전과 기획전을 병행해왔다.
포스코의 미술품 수집 활동은 창립자인 고 박태준 명예회장이 재임하던 시절부터 시작됐다. 국영기업으로 시작된 기업인 만큼 포스코의 미술품 소장은 문화예술 진흥을 위한 국가 정책과도 맞물려 이뤄졌을 것으로 짐작된다.
이후 포스코가 민영화되면서 소장 미술품은 재단이 아닌 단순 기업 소유 자산으로 관리되고 있다. 이같은 특수성 탓에 미술품 자산에 대한 적극적인 관리도 이뤄지는 상황이 아니라는 게 업계 전언이다. 그 일환으로 볼 수 있는 게 포스코 소장품이 각 지역 사업소 사옥에 흩어져있다는 점이다. 주로 로비에 진열하는 식이다.
포스코홀딩스 관계자는 "소장 미술품의 관리는 홀딩스의 경우 포스코미술관을 통해, 미술품이 진열된 각 사업장별 주관부서에서 관리하고 있으며 외부 인력을 따로 활용하지는 않고 있다"며 "각 지역별로 별도의 수장고를 두고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2012년까지 국내외 거장 작품 1000여점 공격적 수집
포스코 소장 미술품은 1000여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술관 개관 후 수차례 소장품 전시를 통해 일부 공개해왔는데 2012년 소장전 당시 포스코미술관은 "1998년 포스코미술관 개관이래 수집한 평면 830여점, 입체 80여점, 기타 50여점 총 960여점 소장품 중 대표작 18점을 선보이는 자리"라는 설명 글을 작성했다.
이후 대여섯 차례 소장전에서 포스코미술관은 한국 단색 평면회화 대표작들부터 차세대 작가 작품까지 두루 소장품 전시에 소개했다. 첫 소장전에서는 가로 2.6m, 세로 2m 크기의 대작, 이우환의 '조응(1993)'을 비롯해 청전 이상범의 '산수(1959)', 차민영의 'Flying suitcase(2010)', 준초이 작가의 사진작품 'Black Mountain(2010)' 등 총 18점을 전시했다.
그밖에 박서보, 하종현, 윤형근, 최명영, 이대원 등 현재 국내 미술시장에서 거래가 많이 되는 주요 작가들의 대작들까지 포스코 아트 컬렉션에 모두 담겨있다. 해외 거장들의 작품도 소장 중이다. 제임스 로젠퀴스트의 회화 'Eclipse, eclipse, eclipse(1994)'나 루이스 부르주아의 판화 'Stom At Saint Honore(1994)',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NYMPHEAS' 등이 포함돼있다.
또 조각 작품 중에서는 포스코센터 야외에 설치된 프랭크 스텔라의 스테인리스 스틸 조각 작품이나 돌, 철판으로 제작된 이우환의 조각 작품 '관계항', 박석원 조각가의 화강석 작품, 포스코센터 1층 로비 공중부에 설치된 백남준의 '철이철철: TV깔대기, TV나무'가 대표작으로 꼽힌다.
◇미술품, 공정가치 평가 배제 특성상 재무제표 미표시
포스코가 소유 중인 미술품의 자산 가치가 상당할 것으로 보이지만 그 액수를 객관적으로 확인할 방법은 없다. 기업이 소유한 미술품의 경우 재무제표에 수치 등이 따로 잡히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이다.
기업 소유 미술품은 보통 회계상 유형자산으로 기재하며 공정가치 평가는 하지 않는다. 오래 전부터 소장해온 미술품일수록 취득 가격인 장부가가 극히 소액일 가능성이 크다.
구체적으로 미술품의 회계처리는 두 가지로 본다. 첫번째는 비용으로 잡히는 경우다. 과거에는 기업이 미술품을 구입하면 작품 한 점당 500만원까지, 현재는 한 점당 1000만원까지는 자산이 아닌 비용으로 인식해 손금처리가 가능하다. 이런 경우 자산으로 미술품이라는 이름표는 없어지는 셈이다.
또 하나는 유형자산으로 잡히는 경우다. 이런 경우에도 그 장부가액이 낮으면 전체 자산에서 해당 자산이 차지하는 비율을 기준으로 '중요성'을 따져서 일정 수준에 못 미치면 별도로 미술품 등의 계정으로 표시되지 않는다. 실제 작품의 시세를 자산평가하면 가치가 높겠지만 매입 당시 가격이 소액이기 때문에 재무제표에 따로 잡히지는 않는다.
한 회계 전문가는 "미술품 자산은 상각을 하지는 않지만 공정가치 평가 역시 하지 않기 때문에 취득가 자체가 낮아 중요성 기준에 미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이우환, 김창열 등 작가 그림이 현재 시세로는 수억원에 달해도 취득가는 기껏해야 1000만원 혹은 그 미만이었을 것이므로 취득가 그대로 내부 회계장부상 기록만 돼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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