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 구독의 시대]'후발주자' 삼성전자, 수익성 하락 한계 뚫기 '안간힘'②갤럭시·볼리 등 투입 승부수, 해외 시장 공략 관건
김도현 기자공개 2025-02-05 13:06:31
[편집자주]
구독경제가 가전업계에도 스며들고 있다. '사지 않고 빌려 쓰는' 소비 트렌드가 확산되면서다. 중견·중소 기업이 주도하던 렌털 시장에 대기업이 합세하게 됐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관련 사업에 뛰어든 것이 상징적이다.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소비 심리 위축을 상쇄할 대안으로도 여기는 모양새다. 가전 구독 산업 현 생태계와 미래 성장 전망을 조명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2월 03일 15시51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전자는 작년 말 가전 구독 시장에 막차를 탔다. 과거 중견·중소기업의 영역으로 여겨졌던 렌털 사업에 LG전자가 합류하고 구독으로 개념이 재정의되면서 삼성전자에도 기회가 생긴 덕분이다.이같은 명분과 별개로 삼성전자 디바이스익스피리언스(DX) 부문에 돌파구가 필요한 상황이다. 세계적인 불황이 길어지는 데다 주요 제품 경쟁 심화로 수익성이 악화한 여파다. 이번 움직임에는 단순 판매가 어려운 시점에서 구독이라는 '변화구'로 반등을 모색하겠다는 의지가 내포돼 있다.
◇추격자 입장으로 출발, 다양한 포트폴리오 기대
삼성전자는 지난해 연간 영상디스플레이(VD) 및 생활가전(DA)사업부 매출과 영업이익을 56조5000억원, 1조7000억원으로 집계했다. 전년(1조2000억원) 대비 영업이익 불어나면서 표면적으로 선방했으나 경쟁사와 비교하면 아쉬운 수치다. 수조원 더 팔고도 수천억원 덜 번 사태가 발생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다각도로 대응책을 준비했다. 이중 하나가 구독 서비스다. 그간 삼성전자의 구독 사업 개시 여부는 업계 화두였다. 가전, TV 등 분야에서 글로벌 선두권을 형성 중인 삼성전자가 진입한다면 시장 판도가 급격하게 달라질 수 있어서다.
이미 LG전자가 생태계를 흔들어 놓은 경험이 있는 만큼 삼성전자까지 가세한다면 기존 업체들의 입지가 좁아질 것이라는 예상이 우세했다. 삼성전자는 뛰어든 지 약 2달이 흐른 가운데 벌써부터 심상치 않은 행보를 보이고 있다.
구독 서비스로 운영 중인 TV와 냉장고, 세탁기 등의 90% 이상을 인공지능(AI) 라인업으로 채웠다. 이름부터 'AI 구독클럽'으로 설정한 배경이다. 서비스 초기 가전 구매 고객 10명 중 3명이 해당 플랫폼에 가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적잖은 비중이다.
이를 가속화하고자 삼성전자는 여러 파트너사와 제휴를 맺고 혜택을 제공 중이다. 신라면세점, 에버랜드, SK브로드밴드, CJ제일제당, 노랑풍선, 밀리의 서재, 대명아임레디 상조 등 상품과 연계해 할인, 현금 지원 등에 나선다.
삼성전자는 판을 더 키우기 위해 스마트폰과 로봇으로도 구독 범위를 넓힌다. 타사에 없는 기기 활용을 통해 소비자에 다채로운 선택지를 제공하겠다는 의도다.
지난달 선보인 '갤럭시S25' 시리즈 구매한 고객 대상으로 출고가 절반 가까운 금액을 보상하는 구독 서비스를 출시했다. 일단 제품을 선구매한 뒤 가입할 수 있다는 점이 일반적인 구독과는 차이가 있다. TV, 가전 등과 평균 교체주기가 다른 점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올 2분기 출시 예정인 AI 집사 로봇 '볼리'도 추후 구독 대상에 들어간다. 처음 내놓는 디바이스라 높은 가격대가 불가피한데 이를 상쇄하겠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먼저 발을 들인 경쟁사 대비 노하우 등이 부족할 수 있다. 선점 효과도 누릴 수 없다. 이처럼 난관이 존재하나 브랜드 파워 및 제품군의 양과 질을 앞세워 단숨에 영향력을 대폭 키우겠다는 방침이다.
◇'비용 높아지는' 구독의 모순 극복 과제
구독 서비스는 유인책은 적은 초기 비용으로 최신 가전을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는 모순이 존재한다.
가령 삼성전자의 2024년형 네오QLED 75인치 TV는 일시불로 산다면 279만원이 든다. 이를 5년간 구독할 시 438만원을 쓰게 된다. 가정마다 환경이나 활용 빈도는 다르나 통상 TV를 한 번 구매하면 5년 이상 사용한다고 생각하면 갈수록 손해가 될 수 있는 셈이다.
물론 무상수리, 케어 등 서비스를 못 받는다는 점, 초기 비용에서 월 10만원 이상 차이나는 점 등을 고려하면 AI 구독클럽의 메리트가 없는 건 아니다. 단기간에 신상 TV로 바꿔 써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결국 소비자의 가치 판단에 달린 문제다. 삼성전자로서는 이같은 간극을 줄여 소비자를 끌어들일 수 있을지에 대한 고심이 이어질 전망이다.
또 다른 이슈는 해외 진출이다. 중국처럼 내수 시장이 크지 않아 국내만으로는 확장이 제한적이다.
이를 인지한 삼성전자도 인도 등 해외법인에서 구독 서비스를 실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미 본격화한 지역도 있다. 나라마다 다른 문화나 생활습관 등을 반영한 전략 수립이 필수적일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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