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02월 04일 07시00분 THE BOARD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방준혁이란 사람을 제대로 만나 얘기해본 적은 없다. 행사장에서 몇번 스친 것이 전부다. 하지만 그는 늘 화제의 인물이었다. 2020년 게임업계를 출입할 때 만나는 이들마다 넷마블의 독특한 M&A를 안주 삼았다. 게임사(넷마블)가 정수기 렌탈회사(코웨이)를 인수하다니.처음에는 의아한 생각뿐이었다. '구독경제'를 인수 시너지로 내세운 것도 반농담으로 받아들였다. 정수기에 게임을 달아 팔려는 건 아니겠지. 이종사업 간의 M&A, 그간 게임사의 성장 공식과는 너무 다른 방향이기 때문이다.
게임사들은 신작 게임을 개발하고 흥행시키면서 성장해 왔다. 넷마블과 함께 게임업계 3대장, 일명 '3N'이라 불렸던 넥슨과 엔씨소프트는 그렇게 컸다. 대박 흥행작 하나면 증시에 대장주로 떠오를 수도 있다. 크래프톤(배틀그라운드 개발사)이 그랬다.
이같은 반응에는 방준혁의 이단아적 면모도 은연 중에 한몫했던 것 같다. 네이버, 카카오, 넥슨, 엔씨소프트. 소위 잘나가던 IT·게임사 수장들은 하나 같이 서울대, 개발자 출신이다. 고교 중퇴에 비(非)개발자 출신인 방준혁은 이 모든 선상에서 비켜나 있는 인사다.
지금 돌이켜 보면 코웨이 인수는 필연에 가까웠다. 작품 흥행에 따라 매출이 크게 출렁이는 모바일 게임 중심의 사업구조, 자체 IP(지식재산) 부족으로 매출의 상당분이 로열티로 빠져나가는 재무구조. 넷마블의 약점을 커버하기 위해선 안정적인 매출처가 필요했다.
코웨이가 주력하는 구독기반의 정수기 렌탈사업은 매출 변동이 적고 예측 가능성이 큰 업종이다. 넷마블의 약점을 정확하게 보완한다. 방준혁이 직접 이사회 의장으로 키를 잡았고 넷마블의 M&A 키맨인 서장원 대표가 나섰다.
최근 방준혁을 다시 살펴보게 된 이유는 행동주의 펀드 '얼라인파트너스'가 코웨이를 타깃으로 삼은 데 있다. 25.08%의 낮은 지분율, 저평가된 주가, 배당 자제와 내부유보로 쌓은 이익잉여금, 리스부채 만기로 돌아온 현금사이클. 행동주의가 노릴 만한 요인을 많이 갖고 있다.
달리 말하면 코웨이가 그만큼 탐스럽게 거듭났다는 뜻이다. 행동주의 펀드도 누울 자리를 보고 다리를 뻗는다. MBK파트너스가 코웨이의 최대주주이던 시절 평균 91% 수준이던 주주환원율이 넷마블이 최대주주가 된 직후 20% 내외로 축소됐다고 비판하지만 솔직히 91%씩 퍼가면 회사의 내실이 멀쩡할 수 있을까. 삼성전자도 주주환원율 목표가 잉여현금흐름의 50% 수준이다.
방준혁은 자기가 해보지 못한 업종에 도전하며 인수 초부터 비정규직인 정수기 코디의 파업 등 게임사에선 못 겪어본 일들을 겪었다. 여느 게임사 창업자와는 전혀 다른 행보를 걸었다. 예전에는 그를 게임사 오너라고 하는데 주저함이 없었으나 이제는 방준혁을 게임사란 틀로 규정하기가 어렵다.
'눈 덮인 들판을 함부로 걷지 마라. 오늘 걷는 나의 발자국이 반드시 뒷사람의 이정표가 되나니.' 이 같은 옛말은 지금도 무리 없이 적용된다. 방준혁이 남긴 선례는 누가 따라가게 될까. 코웨이 이후 그의 발길이 어디로 갈지 다시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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