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발 관세전쟁]K푸드 주역 '라면 3사', 생산 전략 재편할까관세 부과시 '수출 100%' 삼양식품 타격 전망, 정책 상황 모니터링 '긴장감'
정유현 기자공개 2025-02-07 14:57:03
이 기사는 2025년 02월 05일 15시24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1차 타깃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있다. 전반적으로 트럼프발 관세 정책이 국내 유통사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지만 한미 FTA 협정 이후 대미 수출 비중이 확대되고 있는 '라면' 품목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주요 라면 기업 중 미국 현지에 생산 거점을 확보하고 있는 곳과 수출 의존도가 높은 기업의 희비가 교차하는 모습이다. 가격에 민감한 품목인 만큼 보편 관세가 현실화될 경우 기업의 수익성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생산 전략을 재점검하는 동시에 수출 지역 다변화를 위해 머리를 맞대는 분위기다.
◇한미 FTA 이후 라면 무관세 적용, K콘텐츠 타고 미국서 점유율 확대
2012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되면서 미국으로 라면을 수출할 때 부과되던 관세가 철폐됐다. 기존에 라면 등 한국산 인스턴트 상온 식품의 미국 관세율은 6.4% 였는데 무관세가 적용된 것이다. 관세는 매출원가에 영향을 준다. 세금을 아끼고 현지에서 홍보 및 마케팅을 강화한 덕분에 미국 시장에서 한국 라면의 시장 점유율이 크게 증가했다.
무관세 혜택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 K-콘텐츠가 확산되면서 2015년부터 한국 라면의 미국 수출액도 증가세를 타기 시작했다. 2024년 미국 수출액은 2억 달러를 돌파했다. 중국을 포함한 전체 라면 수출액은 10억 달러를 넘어섰다. K푸드 열풍의 주역으로 '라면'을 꼽는 배경이다.
최근 미국에 라면 수출을 주도한 것은 삼양식품이다. 2014년 유튜버 '영국남자'의 영상에 불닭볶음면이 소개된 이후 SNS를 타고 글로벌 시장에서 매운맛 챌린지 열풍이 불었다. 작년 3분기까지 누적 매출이 1조2000억원을 돌파했는데 미국 지역에서 약 2702억원의 매출이 발생했다. 매출의 20%를 차지하는 수준이다.
2021년 삼양아메리카 설립 후 마케팅을 강화한 영향으로 전체 수출액 규모도 대폭 증가했다. 수출 추이를 보면 2021년까지 3000억원 후반대였는데 2022년 6000억원을 넘어섰고 작년 3분기까지 9620억원을 달성했다. 연간 기준으로 수출 규모가 1조원을 달성했을 것에 무게가 실린다.
일찍부터 미국에 한국의 매운맛을 알려온 농심도 미국에서 존재감을 계속 키우고 있다. 2024년 기준 미국 시장 점유율은 21.5%를 기록했다. 일본의 도요스이산과 점유율 1위를 다투고 있다. 2030년까지 미국 내 매출을 15억 달러 수준으로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잡고 있다. 미국 2공장 가동을 계기로 신규 SKU(상품 수)를 늘려 점유율을 높여갈 계획이다.
내수 비중이 높은 편이지만 오뚜기도 2005년 현지 판매 법인을 설립한 후 라면, 카레, 소스 등의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라면의 경우 '보들보들 치즈면' 등 미국 시장에 특화된 제품 개발과 현지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 사업 강화를 위해 글로벌사업부를 본부로 격상하는 등 글로벌 시장 확대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북미 생산 거점 전략이 가른 '희비', 수출 비중 높은 삼양식품 대응책 '관심'
라면 3사 모두 미국 시장을 중심으로 파이를 키워가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에 안테나를 세울 수밖에 없다. 당장은 수출 전략을 수정할 필요는 없으나 최악의 시나리오를 대비하지 않을 수 없다. 현지 생산 공장 보유 유무에 따라 희비가 교차하는 분위기다.
현지 생산 거점이 없는 기업의 경우 부과되는 관세를 결국 라면 가격에 전가할 수밖에 없다. 가격이 오르고 이는 수익성이 악화되는 구조다. 현지에 생산 거점을 마련하는 비용과 가격 인상으로 대응하는 것 중 더 유리한 방식을 택하기 위해 계산기를 두드려야 한다. 일단 관세가 현실화 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유럽, 동남아 등 수출 지역 다변화에 적극 나서는 전략을 취할 것으로 보인다.
일단 농심은 미국 현지에 생산 공장을 갖추고 있어 한시름을 놓은 모습이다. 2005년 LA에 첫 번째 공장을 설립했고 2022년 제2공장을 건립해 생산량을 확대했다. 2023년 정기주주총회에서 미국에 3공장 설립 추진 의지를 드러냈지만 계획을 잠시 보류한 것으로 보인다.
공식적인 발표는 없었지만 미국 3공장이 아닌 국내(부산 녹산국가산업단지) 수출 전용 공장을 준비하고 있는 상황에서 유추할 수 있다. 향후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에 따라 미국 3공장 건립 카드를 다시 꺼내들 수 있다.
오뚜기의 경우 2028년 글로벌 매출 1조원 달성을 목표로 미국 시장에 힘을 주기 시작했다. 2023년 8월 미주지역 생산 법인 '오뚜기 푸드 아메리카'를 신설했다. 이미 미국 현지 생산과 판매를 통한 사업 확대를 위한 준비 태세에 돌입한 상태지만 구체화된 계획은 아직 없다. 트럼프 행정부 정책에 발맞춰 기존보다 생산 공장 건립에 계획보다 더 많은 투자를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시장의 관심은 삼양식품의 행보다. 삼양식품은 해외에 생산 기지를 두지 않고 현재 경상남도 밀양 1공장에서 제품을 생산해 라면을 수출하고 있다. 밀려드는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밀양2공장을 준비하고 있다. 여기에 중국 지역에 현지 공장을 설립해 국내에 집중된 생산 캐파를 분산할 계획을 짜고 있었다.
국내에서 생산되는 제품은 북미 및 유럽 지역에 대응하고 동남아 및 중국의 수요는 중국 현지 공장이 담당하는 밑그림을 그린 것이다. 중국 현지 공장 설립 계획은 작년 12월 발표됐다. 트럼프 정권 재집권이 예고된 상황에서 결정된 것이다. 일단 계획대로 중국 공장을 설립하면서 추가적으로 관세 리스크를 고민하면서 전략을 짤 것에 무게가 실린다.
삼양라운드스퀘어 측은 "고율관세 적용이 현실화된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실질적인 정책 방향이 드러난 후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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