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발 반도체 생크션 리스크]한층 거세질 '레드 메모리' 공세, 한국 공습경보 확산②CXMT·YMTC 등 급성장, 범용품 가격 교란 가속화
김도현 기자공개 2025-02-12 09:55:41
[편집자주]
트럼프 2.0 시대 도래로 반도체 생태계가 급변하고 있다. 정권 1기 때부터 자국 중심 공급망을 꾸리려던 계획을 2기 들어 더욱 밀어붙이는 모양새다. 장기간 갈등을 빚어온 중국은 물론 동맹국까지 예외 없다는 의지다. '반도체 관세'까지 거론하며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수출 비중에서 반도체가 압도적인 한국은 비상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에 미칠 영향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2월 07일 16시00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미국의 중국 반도체 제재가 오히려 긍정적인 '자극제'가 됐다. 앞으로 중국 업체들이 치고 올라올 일만 남았다고 본다."최근 만난 삼성전자 고위관계자는 이같이 말했다. 그는 '중국이 못할 이유가 없다'며 경계심을 내려놓지 않았다.
실제로 중국 기업들은 연일 반도체 업계를 놀라게 하고 있다. 점점 실체가 드러나는 가운데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어서다. 한국의 최대 수출품목인 메모리가 직격탄을 맞았다. 중국 침투로 중저가 제품 가격이 대폭 하락하면서 수익성이 저하된 것이다.
◇'메이드 인 차이나 진격' 내수 이어 글로벌 공략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중국의 D램 시장점유율은 상승세다. 올 하반기부터는 두 자릿수까지 오를 것으로 관측된다. 한국이 여전히 70% 내외로 압도적이나 추격 속도를 감안하면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당초 중국 메모리는 낸드플래시부터 존재감을 드러냈다. 통상 낸드는 D램 대비 기술 난도가 낮은 것으로 여겨진다. D램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3강 체제인 데 반해 낸드는 6~7개 업체가 경쟁하는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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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제 중국은 D램 시장마저 잠식하는 추세다.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는 '빅3' 대비 여러 세대 뒤진 제품을 내놓고 있지만 거대한 자국 시장과 가격경쟁력을 앞세워 영향력을 키워가고 있다.
지난해에는 최신 D램에 근접한 더블데이터레이트(DDR)5와 인공지능(AI) 메모리 고대역폭 메모리(HBM)까지 양산한 것으로 파악된다. 수율(양품 비율) 및 물량 등에서 선두권 업체와 비교할 바는 아니나 생산 돌입했다는 자체만으로도 위협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앞서 200단 이상 낸드로 주목받은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도 거듭 단수를 갱신하면서 톱5에 다가서고 있다. YMTC의 2024년 연매출은 전년대비 약 150%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방수요 부진으로 낸드 시장이 주춤한 것을 고려하면 대단한 성장세다.
국내외 반도체 업계에서는 이러한 중국의 확장세는 미국의 노골적인 공격이 한몫했다는 평가다. 미국 제재를 이겨내기 위해 중국 정부 차원에서 막대한 자금을 투입한 것이 지금의 결과로 나타났다는 의미다.
더욱이 해외에서도 중국 메모리 채택 사례가 빈번해지고 있다. 애플이 아이폰에 YMTC 낸드를 활용하려던 게 대표적이다. 최종 무산되긴 했으나 상징적인 사건으로 여겨진다.
이를 두고 일부 외신에서는 '트럼프는 중국에 유용한 바보'라고 표현하기까지 했다. 중국이 왕성한 활동을 펼치자 메모리 단가는 하락세로 접어들었다. 2023년 9월 이후 상승 또는 보합을 이어오던 D램 및 낸드 범용품 몸값은 작년 3분기부터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역대급 추락으로 1년 넘게 회복한 가격을 반납한 상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지난달 실적 컨퍼런스콜을 통해 아직 중국과 기술 격차가 크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다만 내부적으로는 예상보다 큰 중국발 충격파에 대한 우려가 상당한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고대역폭 메모리(HBM) 사업에서 고전 중인 삼성전자에 타격이다. 범용 메모리 매출 의존도가 적잖은 만큼 실적 회복이 지연될 수 있어서다. 증권사들은 일제히 올 1분기 삼성전자 영업이익을 하향 조정하는 분위기다.
삼성전자도 "모바일, PC 수요는 여전히 약세"라며 "1분기 범용 D램 판매량이 기대보자 부진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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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템반도체 약진도 '부각', 중국 경제 변수
SMIC를 비롯한 중국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업계와 화웨이 자회사 하이실리콘 등 반도체 설계(팹리스) 업계도 만만치 않다.
이들은 미국의 직접적인 방해공작을 뚫어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극자외선(EUV) 장비 없이도 첨단 반도체 생산이 가능하다는 걸 입증하기도 했다. 한계도 분명하나 가볍게 바라볼 사안은 아니었다.
추후 트럼프 행정부의 반도체 관세가 중국 반도체에 힘을 실어줄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현재 주요 반도체 생산기지는 아시아권에 몰려있다. 미국산 비중이 높지 않아 대다수가 반도체 관세 영향권이다.
결국 반도체 가격 상승이 불가피한데 중국 업체들은 자국 정부 지원으로 증가 폭을 최소화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빅테크들이 중국산 반도체를 고려할 수밖에 없게 된다. 역효과가 나는 셈이다.
변수는 중국 경기침체다. 중국 역시 내부 사정이 좋지 않아 예전처럼 천문학적인 자금을 지원할 수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미 디스플레이 등 일부 업종에서는 지원금 규모가 대폭 줄거나 조건을 상향하는 등 조치가 이뤄지고 있다.
또한 중국 반도체 업계도 외부로 눈을 돌리고 있는 시점이어서 반도체 관세 여파에서 마냥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미국과의 무역분쟁 장기화가 궁극적으로는 부담될 수 있는 데다 최첨단 설비 확보 난항도 발목을 잡을 요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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