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02월 11일 07시07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주 ETF(상장지수펀드) 업계가 두 번 깜짝 놀랐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먼저 '세상을 놀라게 할 소식'을 공개한다고 예고했다. 베일이 벗겨진 그 뉴스는 자사 '효자상품'인 '미국S&P500'과 '미국나스닥100' ETF 운용보수를 업계 최저선으로 낮추는 것이었다. 다음날 삼성자산운용이 동일한 기초지수를 추종하는 상품 보수를 또 '업계 최저선'으로 받겠다고 했다. 누굴 겨냥한 마케팅인지 선명했다.양 운용사로서는 70억~80억원의 수익을 포기한 결정이다. 하지만 운용사가 흙퍼서 장사할 리 없다. 혹시 운용보수를 낮춰서 고객을 유입시킨 후 나중에 보수를 올리려는 '플랫폼 전략'은 아닐까. 이를 두고 한 ETF 운용역은 "한 번 내린 운용보수는 절대 다시 올릴 수 없다"고 꼬집었다. 요즘처럼 투자자들이 전문가처럼 영리하게 움직이는 이상 보수를 낮춘 ETF가 '미끼상품'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낮다.
이들이 보수 경쟁을 하는 이유를 살펴보면 하나의 지표를 가리키고 있다. 시장점유율이다. 임직원 평가 KPI(핵심성과지표) 중 하나인 점유율은 대표이사부터 주요 운용역들의 명줄을 쥐는 장치로 활용되고 있다. 이미 점유율이 높은 운용사가 더 그렇다. 미래에셋자산운용 ETF운용부문 내에 '1위를 할 경우 더 많은 보상'이 약속됐다는 사례가 이같은 분위기를 잘 보여준다.
그러나 당장 줄어들 수익보다 더한 부작용이 있다. 사람을 잃는 것이다. 운용역 성과급의 기초는 '얼마 벌었느냐'인데 지속된 보수 인하로 ETF본부가 벌어들이는 수익은 시원찮아질 것이다. 가뜩이나 캡(성과급 상한선)이 뚜렷한 공모 운용사에서 보상에 실망을 느낀 젊은 운용역들은 다른 대안을 택할 수밖에 없다. 과거 국내 모 대형 헤지펀드 운용사가 기관펀드 운용보수를 20bp로 낮추자 운용역들이 모두 타운용사로 이탈했던 사례를 보자.
양대산맥이 피 튀는 경쟁을 할 때 조용히 미소짓는 운용사가 분명히 있다. 운용보수가 높지만 팬심이 확실한 해외 액티브 상품을 착착 만들어가는 운용사들이다. 여기에 사관학교로 불리는 삼성자산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 출신 역량있는 새 운용역들이 유입된다면 금상첨화다. 미래에셋이 삼성에 대한 반기로 보수를 더 내린다는 소문이 들려온다. '남 좋은 일'은 아닌지 반문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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