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병호 미래에셋운용 본부장 "나쁜 커버드콜, 시장 물 흐린다" [thebell interview]"고배당 경쟁, 하락장 손실·선택권 박탈로…TDF ETF 빈티지 올해 추가"
구혜린 기자공개 2025-04-28 10:53:09
이 기사는 2025년 04월 22일 08시04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투자자들이 커버드콜 ETF(상장지수펀드)를 수익률이 아니라 분배율을 가지고 선택하는 상황이 안타깝다. 그래서 '분배율 올리기' 경쟁 상황이 나오고 있는데 결과적으로 투자자가 가장 손해를 보게 되는 셈이다. 시장에 적정 분배를 주는 상품이 더는 나올 수가 없기 때문에 고분배 상품에 투자하지 않는 이들에게도 간접적인 피해가 분명히 있다."윤병호 미래에셋자산운용 전략ETF운용본부장(사진)은 최근 서울 종로구 본사에서 더벨과 만나 커버드콜 ETF 시장과 관련해 작심 발언을 했다. 윤 본부장은 미래에셋자산운용 금융공학팀에서 지난 2012년부터 비상장 커버드콜 공모펀드를 운용하던 옵션 상품 전문가다. 최근 ETF운용본부에 합류해 커버드콜 등 전략 ETF의 운용을 전담하게 됐다.

◇커버드콜 전문가가 본 시장…고배당 경쟁 '빨간불'
상장 커버드콜 펀드 시장에 발을 들인 이후 그가 받은 인상은 비이성이다. 운용사들이 경쟁적으로 커버드콜 ETF 분배율을 올리면서 20% 수준에 육박하는 상품이 등장하고 운용 기간 중에도 분배율을 높이는 상황을 마주하면서다. 투자 대상과 전략에 따라 기대수익률이 다르듯 분배율도 상이해야 하나, 모두가 '고배당'에 혈안이 돼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과도한 분배를 택한 상품들을 '나쁜 커버드콜'이라고 꼬집었다. 윤 본부장은 "나쁜 커버드콜은 시장 하락에 따른 손실을 만회하는 데 오래 걸리는 상품"이라며 "시장이 하락할 때 옵션 매도 규모나 행사가 등을 조절하면서 빠르게 손실을 만회해야 하는데 성과보다 분배에 중점을 둔 상품들은 이렇게 대응할 수 없으므로 나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원금을 갉아먹는 상황이 닥치면서 투자자가 직접적인 피해를 보게 된다. 그는 "ETF가 분배율을 올릴만한 근거가 없다면 과도하게 높은 분배금으로 인해 투자금이 줄어드는 상황을 피할 수 없고 분배금 역시 점차 줄어들면서 최종적으로 소멸할 수 밖에 없다"면서 "ETF 간의 경쟁 속에서 투자자가 손해를 보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배당 커버드콜 ETF에 투자하지 않은 이들에게도 선택권 박탈과 같은 피해가 있다고 그는 지적했다. 윤 본부장은 "최근 커버드콜 전략도 다양화되면서 좋은 전략은 분명 많은데 '고분배' 딱지를 안 붙이고는 상품이 나갈 수 없다는 게 현재 고민스러운 지점"이라며 "업계 전반적으로 고분배 경쟁을 더는 안 했으면 좋겠다 바라게 되는 이유"라고 말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경우 커버드콜 고배당 경쟁에는 합류하지 않는 것으로 내부 방침을 정했다. 차라리 그간의 행보와 같이 특별배당을 택하겠다는 설명이다. 윤병호 본부장은 "기계적으로 일정 보수를 준다는 것은 기계적으로 판다는 것인데 분배는 액티브하게 해야 한다고 본다"며 "고배당을 꼭 해야 한다면 특별배당 형태로 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고관여 투자자에 TDF 설득…버퍼 ETF는 '갸우뚱'
TDF(타깃데이트펀드) ETF 운용도 그가 맡는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지난달 TDF ETF를 처음으로 출시했다. 상장 간담회에서 윤 본부장이 상품 설명을 진행하며 데뷔식을 치르기도 했다. TDF ETF는 3년 전 삼성자산운용과 키움투자자산운용, 한화자산운용, KB자산운용이 동시 출시했으나, 시장의 조명을 크게 받지 못했던 상품 유형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시큰둥했던 TDF ETF 시장에 지금에서야 발을 들인 이유는 킥(Kick, 결정적 한방)을 찾아냈기 때문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상품을 제외한 TDF ETF는 모두 액티브 유형이다. TDF는 은퇴시점에 맞춰 노후자금을 굴리는 게 주목적인 펀드인데 매니저의 기량에 의존하는 액티브는 적절치 않다는 게 미래에셋운용의 견해다.
윤병호 본부장은 "(3년 전에는) TDF 펀드가 대표 연금상품으로 잘 되니까 펀드의 성공 방정식을 ETF에 적용하는 데 매몰됐던 것 같다"며 "우리는 그게 아무 의미가 없다고 판단했고 (고객에게) 실질적인 기여를 할 수 있는 차별화된 상품이 준비됐을 때 론칭을 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구조가 매우 단순하지만, 이 상품 아이디어를 냈을 때 다들 깜짝 놀랐다"며 "'콜롬버스의 달걀' 같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TDF ETF를 시리즈로 확대하면서 힘을 줄 계획이다. 현재 상장된 상품은 2045 하나이나, 올해 추가 빈티지를 지속 상장하겠다는 설명이다. 그는 "TDF 2045에 이어 빈티지를 계속 추가할 계획"이라며 "TDF (비상장) 펀드 투자자와 ETF 투자자는 각각 저관여 투자자, 고관여 투자자로 성향이 완전히 다른데 고관여 투자자에게 연금계좌 리밸런싱을 돕는 상품을 TDF ETF로 소개하는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버퍼 ETF 역시 상황이 동일하다는 입장이다. 삼성자산운용이 최근 국내 최로로 버퍼 ETF를 출시하면서 시장의 관심은 버퍼 상품에 쏠려 있는 상태다. 버퍼 ETF는 기초자산 외 옵션 등 파생상품에 투자해 증시 하락 시 버퍼 범위 내로 손실을 제한하도록 설계되나, 반대로 증시가 상승할 때 캡(Cap) 이상의 수익은 포기해야 하는 구조의 상품이다.
윤병호 본부장은 "미국에서 버퍼 ETF는 본래 개인이 아닌 전문가가 대신 편입해주는 상품"이라며 "개인이 직접 매매할 만큼 매력적이고 직관적인 상품인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TDF ETF 때와 마찬가지로 버퍼라는 구조를 통해 새로운 기회를 드릴 수 있다면 (론칭을) 안 할 이유는 없다"며 "우리는 '확실한 혜택을 드릴 수 있을 때 버퍼를 만들자'는 입장이고 그래서 계속 고민을 하고 있는 상태"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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