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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밸류업 중간점검]공시 1호 키움증권, 첫해 ‘절반의 성과’ROE·주주환원율 달성…PBR 지표 등은 '역주행'

백승룡 기자공개 2025-03-12 07:53:05

[편집자주]

지난해 정부의 기업 밸류업 정책이 본격화면서 증권사들도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공시했다. 밸류업은 자발적인 노력의 일환이기에 구속력은 없지만, 시장과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약속이라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더벨은 밸류업 선언 후 증권사들의 움직임과 중간 성과를 점검해 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25년 03월 10일 14시22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기업 최초로 ‘기업가치 제고(밸류업) 계획’을 공시한 키움증권이 첫해부터 자기자본이익률(ROE), 주주환원율 등 주요 목표치들을 달성하면서 ‘쾌조의 출발’을 알렸다. 다만 시가총액은 오히려 역주행하면서 아쉬움을 남겼다. 밸류업 핵심 방안이었던 ‘초대형 투자은행(IB)’ 진출이 해를 넘긴 데 이어, 키움증권의 최대 강점이었던 리테일 기반도 해외 주식거래에서 흔들린 영향이다.

◇증권사 순이익 3위 '우뚝'…시가총액은 뒷걸음

키움증권이 지난해 5월 공시한 밸류업 목표 지표는 △ROE(별도) 15% 이상 △주주환원율(별도) 30% 이상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 이상 등 세 가지로 요약된다. 키움증권은 지난해 연간 ROE 17.6%, 주주환원율 31.0%를 기록하면서 두 지표의 목표치를 달성했다. 밸류업 목표치는 3개년 중기 목표지만, 키움증권은 첫해부터 여유 있게 주주들과의 약속을 지킨 모습이다.

이는 지난해 별도기준 8151억원의 순이익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하는 등 우수한 이익창출력을 나타낸 덕분이었다. 별도기준 연간 순이익 규모에서 한국투자증권(8549억원), 삼성증권(8188억원)에 이어 세 번째로 컸다. 자기자본은 5조원이 채 되지 않아 증권사 9위 수준이지만, 여타 대형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순이익 규모가 큰 덕분에 ROE가 10%대 후반까지 치솟은 것이다.

키움증권의 밸류업 계획에 따르면 순이익의 30%인 2445억원 이상을 주주환원에 사용해야 했다. 실제 키움증권이 주주환원에 배정한 자금은 △보통주·우선주 배당 2057억원 △자사주 취득 469억원 등 총 2526억원으로 이보다 소폭 많았다. 배당금은 상환전환우선주(RCPS) 제3·4차에 대한 배당 273억원, 보통주에 대한 배당 1784억원(1주당 7500원)으로 이뤄졌다. 이달 주주총회 승인 이후 지급될 예정이다. 취득한 자사주는 35만주(469억원)로, 이를 포함해 총 105만주를 이달 중 소각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PBR 1배 이상을 약속한 밸류업 지표는 달성하지 못했다. 밸류업 공시 당시 키움증권의 PBR은 0.7배 수준이었지만 최근 0.55배 안팎으로 고꾸라졌다. 순이익 증가에 따라 순자산 장부가치가 늘어난 와중에도 주가는 오히려 뒷걸음질한 영향이다. 밸류업 공시 당시 3조2000억원 규모였던 키움증권의 시가총액은 9개월여가 지난 현재 3조원으로 줄어든 상태다. 같은기간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 삼성증권 등 주요 증권사들이 실적 호조에 힘입어 20% 이상 시총이 불어난 것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초대형 IB 지연, 해외주식 점유율 역전 허용…올해 보완작업 ‘박차’

키움증권이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한 핵심 방안은 초대형 IB 진출이었다. 그간 리테일 1위 증권사로 군림하던 키움증권은 △부채자본시장(DCM) △주식자본시장(ECM) △부동산금융 등 IB 분야로 영역을 확장해 나가고 있는데, 초대형 IB로 지정되면 자금조달과 딜(deal) 소싱 등에서 탄력을 받을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다만 초대형 IB 신청이 해를 넘기게 되면서 지난해 역대급 실적에도 ‘밸류업’으로 이어지지 않은 모습이다.

특히 뼈아픈 대목은 키움증권이 20여 년간 1위를 지켜왔던 리테일 분야에서도 시장 장악력이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는 점이다. 지난해 개인투자자들이 국내 증시에서 미국 등 해외 증시로 이동하는 흐름이 두드러진 추세 속에서 해외주식 거래 점유율 1위 자리를 토스증권에게 빼앗겼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9월 말 기준 거래대금 점유율은 키움증권이 20.4%로 가장 높았지만 11월부터 토스증권에 역전당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짚었다.

종합하면 키움증권은 리테일 사업에 더해 IB 사업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 했지만 리테일과 IB 모두 잡지 못하면서 여타 증권사와 달리 기업가치 하락으로 이어진 모습이다. 박 연구원은 키움증권의 목표주가를 기존 18만원에서 16만원으로 11.1% 낮추는 등 해외주식 점유율에서 선두를 지키지 못한 것이 실질적인 디스카운트 요인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키움증권은 미국 주식거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현지 법인 설립을 추진 중이다. 최근에는 미국 주식 적립식 투자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리테일 기반을 지키기 위한 노력에 나서고 있다. IB 분야에서도 올해는 초대형 IB 인가를 매듭짓고 발행어음 사업에 진출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밸류업 공시 1호’였던 만큼 일부 디테일이 미흡했던 점을 인정, 주주자본비용(COE)과 총주주수익률(TSR)을 포함해 밸류업 계획 2차 공시를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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