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채 캡티브 논란]금감원장 입장 변화에 눈치보는 증권사들①기업 조달과 직결 미온적 당국, 1년만에 선회
김슬기 기자공개 2025-03-27 08:05:00
[편집자주]
회사채 수요예측과 관련된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주관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계열사 참여를 약속하는 캡티브 영업 관행이 암암리에 이뤄졌고 발행사는 이를 적극적으로 요구하는 모양새였다. 금융당국은 수년째 이런 관행을 묵인해왔지만 올해 본격적으로 현장검사에 나서겠다고 밝히면서 칼을 빼들었다. 더벨은 회사채 캡티브 영업을 둘러싼 쟁점들과 향후 과제 등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3월 24일 15시01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융감독원이 회사채 수요예측 제도에 대해 면밀히 들여다 보기로 했다. 회사채 수요예측 제도가 2012년 도입된 이후 10여 년이 지난 현재 해당 제도가 캡티브 영업관행으로 인해 시장금리를 왜곡하고 있고 애초 도입 취지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다는 문제가 지적되고 있어서다.특히 이복현 금융감독원 원장이 이달 초 대대적으로 회사채 캡티브 영업에 대해 들여다보겠다고 하면서 급물살을 탔다. 다만 회사채 캡티브 영업과 관련된 문제는 최근 몇 년간 지속되어 왔고 가이드라인을 주길 희망했던 업계와 달리 그간 당국의 태도는 소극적이었다. IB업계에서는 시장 자정노력이 필요하지만 개별 증권사에 대한 잘잘못을 따지는 것은 위험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복현 원장이 꺼낸 화두, 금융검사국 움직임 주시
이달 초 이 원장은 증권사 최고경영자(CEO) 간담회 이후 "채권시장 캡티브 영업과 관련된 문제점을 올 상반기 검사 역량을 집중해 채권시장 내 불공정한 부분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채권형 랩·신탁 검사에 이어 채권시장 혼탁 관행 정상화 시즌 2라고 밝힐 정도로 강력한 검사 의지를 밝힌 셈이다.

이 발언으로 인해 커버리지를 강화해왔던 대형 증권사들은 상황 파악에 여념이 없었다. 물론 이 원장이 발언을 한 시기와 맞물려 홈플러스 회생신청이 겹치면서 당국의 관심사에서 비껴간 듯 보이지만 금융감독원의 검사 의지는 여전하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회사채 캡티브 영업은 그간 누적이 돼 있었던 문제고 본격적으로 시장을 들여다볼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그간 제도개선 담당 부서에서도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었고 이번에 검사국이 현장을 들여다볼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회사채 수요예측 제도는 2012년 발행시장의 문제점인 수수료 녹이기나 바터 거래(barter·대기업 계열 증권사끼리 회사채 서로 바꿔서 주관하거나 인수) 등을 해소하기 위해 도입됐다. 발행사와 주관사가 공모 희망금리 밴드를 제시하고 기관투자자들의 희망금리와 물량을 반영, 최종적으로 발행조건을 결정하는 절차를 거치게 됐다.
하지만 제도 도입 10여년 만에 캡티브 영업이 화두에 떠오르게 됐다. 캡티브 영업은 증권사들이 주관 계약을 따내기 위해 보험사, 자산운용사, 캐피탈사 등 계열사 참여를 약속하며 수임을 따내는 방식의 관행을 통칭하는 말이다. 다만 이를 입증하기 쉽지 않은 데다가 그간 회사채 수요예측 모범규준을 어긋나는 범위에서 이뤄지진 않았다.
◇2023년 이후 캡티브 영업 본격화…임기 말 변화 가능할까
IB업계에서는 캡티브 영업 관행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은 3년이 채 되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2022년 하반기 강원중도개발공사 회생신청(레고랜드 사태) 이후 시장 위축으로 기관투자자 수요가 줄어들었고 이를 채우기 위해 주관사의 캡티브 영업이 본격화됐다는 평이 다수다. 발행사가 증권사의 경쟁 구도를 적절히 활용해 왔다는 얘기다.
2023년 이후 매년 회사채 수요예측과 관련된 논란이 불거졌다. 시작은 GS건설 회사채 발행이었다. NH투자증권이 단독 주관사를 담당했었다. 당시 시장에서는 GS건설이 일정 금리 이상에서 입찰한 유효 주문을 인위적으로 배제하고 2500억원 증액 발행을 단행했다고 봤었다.
금리 밴드를 '개별민평금리 대비 -30~+170bp'로 제시했고 목표 물량(1500억원)을 +140bp에서 채웠었다. 증액발행을 위해서는 +170bp로 청약을 해야 했지만 +140bp에서 금리를 확정 지으면서 혼란을 가져왔다. 이 때문에 금감원과 금융투자협회는 NH투자증권을 제외한 국내 대형 증권사 부채자본시장(DCM) 본부장을 소집, 의견을 듣기도 했었다.
다만 수요예측 모범규준 수정까지 진행되진 않았고 GS건설이 증액발행을 철회하면서 일단락됐다. 이후에는 발행사들이 주관사단을 대형화하는 쪽으로 선회했다. 최대한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하고자 하는 발행사의 입장과 주관사단에 들어오고자 하는 증권사의 수요를 충족시키는 방향이었기 때문이다.
같은 해 금융투자협회는 회사채 수요예측 캡티브 영업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주요 증권사 IB들을 소집해 의견을 들었고 관련 내용을 금감원에도 전달했다. 2024년 1분기에도 마찬가지였다. LG화학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대표 주관사단이 캡티브 영업을 통해 금리를 인위적으로 낮췄다는 얘기가 나오기도 했었다. 이 때도 당국이 조사에 나섰기만 큰 변화는 없었다.
수년 간 금융당국이 큰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던 상황에서 올해에는 '현장검사' 카드를 꺼냈다. 그간 회사채 시장은 기관투자자가 참여하는 데다가 기업들의 조달과 직결되기 때문에 개입하지 않았다는 시각도 있었다. 다만 해당 문제를 꺼내 든 이복현 원장의 임기는 오는 6월초면 끝나기 때문에 가시적인 개선이 있을지는 미지수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그간 금융당국이 회사채 수요예측과 관련된 문제들을 방관해 왔는데 갑작스레 이를 들여다본다고 해서 당황스럽다"며 "업계에서는 지속적으로 가이드라인을 달라고 요구해 왔었는데 아예 변화가 없었고 점점 시장이 과열됐다"고 밝혔다. 이어 "개별 증권사별들이 잘못했다는 식이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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