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04월 04일 08시07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자사주는 모두의 것입니다." 지난 달 주주로서 참석했던 사조대림의 주주총회에서 한 주주가 의장을 향해 던진 이 말이 유독 또렷하게 기억에 남는다. 기업의 자사주 매입이나 소각 등 활용법에만 관심이 있었는데 이날을 계기로 자사주의 진짜 주인이 누구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 남았다.법적으로 자사주는 회사의 것이 맞지만 그렇다고 기업이 마음대로 써도 되는 것은 아니다. 사용 여부와 방식은 단순한 내부 의사결정이 아닌 주주의 이익과 직결된 민감한 사안이다. 실질적으로는 주주 가치 제고에 기여한다는 점에서 '주주의 미래 가치'로 여겨진다. 그날 주주가 "우리의 것"이라 외쳤던 배경도 이 같은 인식에 기반했을 것이다.
이번 주총에서 자사주가 논란이 된 배경에는 사조대림의 지난해 주가 흐름과 그에 얽힌 거래가 있다. 오랜 기간 3만원대에 갇혀 있던 사조대림 주가는 작년 6월 미국에 냉동 김밥 수출 소식으로 장중 10만원을 터치했다. 잔잔하던 호수에 돌 하나가 던져진 듯 그 시기만 유독 파장이 컸다.
주가는 급히 오른만큼 하강 속도도 빨랐다. 주가가 원래 자리를 찾아가던 시기 계열사들이 사조대림의 주식을 매도한 거래 내역이 뒤늦게 공시됐다. 이건은 자사주와 무관한 거래였지만 내부자들이 주가 흐름을 예측해 고점에서 팔고 저점에서 되사는 듯한 인상을 남겼다. 이 시기는 단기 수익 실현 말고는 명분이 부족했기에 주주의 신뢰를 흔들 수밖에 없었다.
주가는 심리적인 부담을 안은 채 하락세를 이어갔다. 이후 사조대림은 자사주를 오너 일가가 지분을 보유한 사조시스템즈에 블록딜로 5만원대에 넘겼다. 대규모 M&A로 재무 건전성이 악화됐던 사조대림은 자사주를 팔아 유동성을 확보한 것이지만 내부 속 사정을 주주들과 시장이 알리는 만무했다. 연말에는 주지홍 부회장에게 자사주를 처분했고 없던 의결권이 부활했다. 연이은 거래에 오해는 쌓였다.
이날 주총장에서 자사주를 둘러싼 잡음이 나오는데도 대표이사는 달래기식 사과도 하지 않았다. 주주가 왜 화가 났는지도 이해를 못 했다고 보는 것이 맞다. 자사주 거래에 대한 명확한 설명은 끝내 나오지 않았다. 오너 기업 전문경영인의 한계를 이해는 하지만 질문이 나올 것이란 예상도 못한 눈치였다. IR은 물론 소통 자체에 익숙하지 않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자사주는 무기이자 방패다. 명분과 투명성 없이 행사된 자사주 거래는 기업 신뢰를 해치는 결과로 돌아온다. 정부도 자사주 남용을 방지하기 위한 제도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오너 기업의 자사주 거래는 더 조심스럽게 다뤄야 하는데 무게감을 인식하지 못하는 느낌이었다.
주주총회를 마친 후 대표와 간단한 대화를 나눴다. 대표는 "내부에선 나름 잘하고 있는데, 외부에서는 잘 몰라주는 것 같다"라고 아쉬움을 토로하는 것을 보고 많은 생각이 들었다. 시장의 의심과 주주의 분노가 어디에서 비롯됐는지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이었다.
이번에 주주는 자사주 거래를 지적했지만 어쩌면 소통 방식의 변화를 주문한일지도 모른다. 거래보다 더 실망스러웠던 건 설명 없는 태도였다. 시장은 이미 변했다. 지속적으로 소통을 하면 주주들은 기업의 선택을 이해하고 기다려준다. 결과는 숫자로 남지만 신뢰는 설명으로 쌓인다. 사조대림도 폐쇄적인 관행을 벗어나 시장과의 소통에 한 발 더 가까워져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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