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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창걸 서현 재무자문 대표 "R&D랩·DB, 차별화 전략 자산 강점" [thebell interview]2023년 M&A 조직 신설 후 성과 가시화, 지난달 대표로 승진

임효정 기자공개 2025-04-08 08:07:09

이 기사는 2025년 04월 07일 10시54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의 본질은 타이밍과 맥락이다. 그리고 그것을 가능케 하는 건 결국 사람과 데이터다. 재무자문 업계에서 보기 드문 'R&D 조직'을 앞세워 2년 만에 약 5000억원 규모의 딜 성과를 만든 이가 있다. 오창걸 PKF서현회계법인 재무자문본부 대표다. 2023년 M&A조직을 꾸린 데 이어 지난달 대표로 승진했다. 변방에서 중심으로 뛰어오른 그가 이끄는 서현의 M&A팀은 10인 규모의 정예 조직이다.

판을 설계하는 전략가이자 고객의 니즈에 가장 먼저 닿는 현장형 자문가인 오 대표는 인터뷰 내내 ‘데이터’와 ‘공감’이라는 키워드를 반복했다. 그의 화법은 조용했지만 방향은 분명했다. 정공법으로 작지만 밀도 높은 딜을 쌓아갈 것이라는 말에서 서현 M&A팀의 전략과 색채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진행 중인 딜 6건 '1.5조', 글로벌 초크포인트 기술 기업 겨냥

오 대표가 서현회계법인의 M&A 조직을 처음 만들었던 건 2023년 4월이다. 당시 4명으로 시작한 팀은 현재 총 10명 규모로 확장됐다. 이 가운데 4명은 오로지 데이터 분석과 산업 리서치에 집중하는 R&D 조직, 일명 ‘딜 R&D랩’이다.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본사에서 만난 오 대표는 “모든 고객 베이스와 컨택 히스토리를 SDB(서현 딜 데이터베이스)에 통합하고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딜 가능성이 있는 고객 DB 1000개를 구축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오창걸 서현회계법인 재무자문본부 대표
이는 대형 회계법인에서도 보기 어려운 시도다. 대부분은 파트너 중심, 유닛별 움직임에 그치지만 서현은 M&A에 대한 데이터와 인사이트를 조직 단위로 집적하고 있다. DB에는 고객군별 특성뿐 아니라 주요 기업의 산업분석, 경영진 이력, 오너 성향 등도 담긴다. 기록되지 않으면 지식은 사라진다. "반복되는 현상 속에서 미래 딜의 맥락을 읽어야 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성과도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 2023년 메쉬코리아, 경남제약, 지오엘리먼트 등의 딜을 수행했다. 지난해 특수소재 기업 이노캠 매각과 한빛·제성내장의 자문을 맡으며 업계 주목을 받았다. 현재 진행 중인 딜은 총 6건, 금액 기준 약 1조5000억원 수준이다.

그는 “주력하는 분야는 B2C보다는 B2B, 그중에서도 핵심 기술을 보유한 '초크포인트(choke point)기술 기업'”이라며 “반도체·바이오·원전·자동화 부품 등 글로벌 공급망에서 없어선 안 될 기업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진행 중인 대부분의 딜이 해당 분야에 속한다.

◇고객의 본질을 읽는 자문, “분신처럼 회사를 대하는 팀”

서현 M&A팀의 철학은 딜 구조나 밸류에이션이 아닌 고객사의 존재 이유를 먼저 파악하는 데서 출발한다. 오 대표는 “대부분 매도자는 자신의 회사를 과대평가하고 매수자는 지나치게 싼 회사를 찾으려 한다”며 “자문사는 이 사이에서 진실한 맥락을 짚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팀 내에서 진행하는 딜은 초기 리드 타임이 길다. 단순히 가격 협상에 앞서 고객의 산업, 조직문화, 리더십, 인재 구성까지 종합적으로 파악한 후 전략을 세우기 때문이다. 그는 “고객이 회사를 분신처럼 생각하듯 우리도 고객의 분신처럼 움직여야 한다”며 “그 철학이 맞았을 때만 딜을 본격적으로 시작한다”고 했다.
오창걸 대표가 이끄는 서현회계법인 M&A팀.
서현의 조직은 평균 연령 30대 초반으로 구성돼 있다. 오 대표와는 한 세대 이상 차이나는 이들과 함께 일하지만 그는 오히려 이를 장점으로 꼽았다. 그는 “젊은 팀원들이 시대의 흐름을 훨씬 빠르게 읽는다"며 "그들의 인사이트는 조직 전체에 에너지가 되고 이 과정에서 많이 배운다”고 말했다.

오 대표는 올해 서현의 재무자문 부문이 회계법인 리그테이블 3위에 오르는 것이 단기 목표라고 밝혔다. 중장기적으로는 SDB를 고도화해 시장 내 ‘절대 질량’을 만들어가는 것이 그의 전략이다.

데이터를 모으고, 사람을 연결하고, 맥락을 분석하는 일. 오창걸 대표의 M&A는 단순한 거래 이상의 의미를 품고 있다. 타이밍을 읽고 딜을 빚는 일은 결국 사람의 일이다. 그가 데이터에 집착하면서도 ‘공감’을 놓치지 않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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