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 신약 로드맵]숫기 없어도 '논리·전문성' 있다, 서진석이 그리는 전략은⑥서진석 대표 "시장성 확보 ADC 겨냥, 속도감 있는 임상 개발 추진"
한태희 기자공개 2025-04-10 08:48:18
[편집자주]
바이오시밀러로 시가총액 38조원을 이룬 셀트리온그룹. 서정진 회장 복귀 후 통합 작업까지 완료하고 본격적으로 신약 개발사로의 도약에 나섰다. 그간 베일에 가려졌던 신약 파이프라인이 올해 본임상에 진입한다. 하지만 수익성 개선 등 당장 현실에 놓인 과제를 지적하는 시장의 요구 속 셀트리온의 신약 여정은 순탄치 않다. 가야만 하는 길에 대한 지지를 이끌어내는 일이 과제다. 더벨은 셀트리온그룹이 그리는 신약 방향성을 짚어봤다.
이 기사는 2025년 04월 09일 14시15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캐주얼한 옷차림에 유려하지 않은 언변. 강하진 않아도 조근조근 논리로 무장한 콘텐츠들. 신약을 얘기하는 자리에는 어김없이 서정진 회장의 장남 서진석 대표(사진)가 선다.부친의 강력한 리더십에 가려 '숫기가 없다, 나서지 못한다' 등 아버지만 못하다는 소문들이 파다했지만 정면돌파하며 자신만의 색깔을 시장에 드러내고 있다. 2023년 경영사업부 총괄 대표로 선임된 그는 1월 JPM을 기점으로 부친 없이 단독으로 하는 대외활동을 늘리고 있다.
8일 인천스타트업파크에서 열린 송도 혁신신약살롱에 참석해 셀트리온의 신약 개발 전략에 대해 소개했다. 더벨은 현장에서 서 대표를 만났다.
◇신약연구본부 신설 후 공식화, 초기 전략 '네거티브 셀렉션'
"항체로 신약을 하기 전 바이오시밀러를 뭘 할지 고르는 것부터 참여했다. 처음 1년은 우리가 잘할 수 있는 신약이 무엇일까에 대한 고민 속 '네거티브 셀렉션'을 거쳤다"
강단에 선 서 대표가 내건 '네거티브 셀렉션'은 과감하게 지우는 것에 있다. 셀트리온의 신약 개발은 2021년 연구개발부문 내 신약연구본부를 신설하며 공식화됐지만 초기 연구는 이전부터 이뤄져왔다. 서 대표는 초기 연구 단계에서 잘 되는 물질을 추리기보다는 안 되는 물질을 제거하는 방식으로 신약 개발 전략을 구상했다고 소개했다.

그 과정을 통해 선정된 모달리티가 바로 ADC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상업성을 크게 인정받지 못했으나 다이이찌산쿄, 아스트라제네카가 공동 개발한 엔허투가 DXd라는 신규 페이로드를 적용해 유방암에서 좋은 임상 성과를 내면서 전환점을 맞이했다.
서 대표는 "엔허투의 성공과 함께 ADC가 주목받았고 시스테믹(systemic)하고 넓은 적용 범위의 MOA(작용기전)가 각광받았다"며 "항체를 잘하는 셀트리온의 신약 개발은 ADC와 다중항체라는 투트랙으로 집중해 가자는 결론을 내리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셀트리온이 잘하는 건 패스트팔로워 전략으로 물질 개발에 딱 2년이 걸렸다"며 "안전성은 검증됐는데 유효성이 부족했던 타깃으로 토포아이소머레이스 억제제(Topoisomerase I) 기반 페이로드를 적용한 ADC 개발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다중항체 개발에서는 세 가지 트렌드에 주목하고 있다. 암세포 외에도 정상세포에 발현되는 독성 이슈를 줄이기 위한 2x2 구조 기반 물리적 설계, 암 특이적 환경에서만 활성화되는 조건부 활성 다중항체, CD3 외에도 새로운 면역 활성 타깃의 발굴이다.
◇M&A는 꾸준한 검토, AI 접목한 신약 개발 속도
새로운 기전을 통한 신규 시장 진입보다 이미 시장에서 인정받는 모달리티를 기반으로 실패를 최소화한 접근법을 추구한다. 이는 바이오시밀러의 성공 사례를 통해 신약에서도 동일 기전에서 최소 비용으로 최대 마진을 낼 수 있다는 자신감에서 비롯됐다.
서 대표는 "패션 업계로 비유하면 셀트리온이 다이소, 유니클로, 폴로, 입생로랑 같은 회사 중 어디가 될 거냐는 고민이 있다"며 "바이오시밀러를 하며 생긴 노하우나 인프라로 봤을 때 우리의 현재 포지셔닝은 유니클로에서 폴로로 넘어가는 회사"라고 말했다.
이어 "유니클로, 폴로 같은 기업이 소재 회사(바이오텍)와 협업하면 신약 개발 속도를 높일 수 있다"며 "대중적으로 다 하고 있고 큰 틀에서 멀어지지 않는 중립적인 트렌드를 보여드리는 게 우리 회사가 잘하는 걸 잘 어필할 방법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신약 개발 속도를 높이기 위한 M&A(인수합병)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지만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파트너사의 의중, 회사 내부 정책, 투자금에 대한 합의 등 삼박자를 갖춰야 하는데 아직 이를 충족하는 적합한 대상을 찾지 못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서 대표는 "대기업 집단으로 지정된 후 지분율 요건 등으로 인한 M&A 결정이 더 엄중해졌다"면서 "최근에는 좋은 기술을 보유한 회사들이 무조건 M&A를 바란다기보다 라이선스 딜이나 공동개발을 통한 리스크 공유를 선호하는 경향도 있다"고 말했다.
본임상 진입을 앞둔 ADC, 다중항체 신약 개발 외에도 초기 물질 발굴 단계에서 AI(인공지능)를 접목한 시도를 늘리고 있다. 내부적인 GPU 클러스터 구축 외에도 자동화된 실험 인프라 구축을 통해 신약개발의 효율화를 추진하는 차원이다.
서 대표는 "AI는 이미 많이 적용돼 타깃 히트의 리드를 예측해 실험 결과를 뽑아내는 형태로 활용하고 있다"며 "질병 발생 기전 자체를 이해하고 타깃 연구를 향한 데이터베이스 확보를 위해 복잡한 예측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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