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매물 분석]매물로 나온 페퍼저축, 자산 6년 전으로 '회귀'순손실 961억, 업계 최하위…OK금융그룹 인수 후보 상상인저축 보단 건전성 지표 '우위'
유정화 기자공개 2025-04-15 12:35:46
[편집자주]
지난해 M&A 시장에 다수의 보험사 매물들이 나왔지만 단 한 곳도 거래가 종결되지 못한 채 해를 넘겼다. 인수 후보가 나타나지 않은 곳도 있지만 후보자가 있음에도 다양한 이유로 절차가 멈춰버린 곳들도 있다. 보험업을 둘러싼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지속 중인데다 새로운 회계 가이드라인의 반영으로 매물 보험사들의 가치는 시시각각으로 바뀌고 있다. 보험사 매물들의 현황과 강점, 약점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4월 11일 12시48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업계 돌풍을 일으키며 '빅5' 저축은행으로 꼽히던 페퍼저축은행의 자산이 가파르게 감소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페퍼저축은행의 자산 규모는 2019년 수준으로 돌아가며 업계 7위까지 떨어졌다. 보수적으로 여신을 취급하는 동시에 부실채권 정리에 속도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자산 축소와 대규모 대손충당금 적립 여파로 적자를 면치 못했다. 순익은 지난해 말 기준 업계 최하위다. 다만 악화하던 연체율 지표가 진정세에 접어든 점은 긍정적이다. OK금융그룹이 페퍼저축은행과 상상인저축은행의 인수를 두고 저울질하고 있는 가운데 페퍼저축은행은 올해는 실적 반등을 이뤄낸다는 계획이다.
◇주담대 돌풍 페퍼저축, 부동산 대출에 '발목'
페퍼저축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당기순손실은 961억원으로 나타났다. 2023년 1072억원 손실에 이어 2년 연속 대규모 적자를 이어 나갔다. 순익은 79개 저축은행 가운데 최하위로 나타났다. 페퍼저축은행의 업무이익(충당금적립전 이익)은 마이너스(-) 371억원으로, 여기에 820억원의 충당금을 쌓으며 적자를 기록했다.
페퍼저축은행 한 관계자는 "지난 2년은 고금리, 부동산 경기 침체, 개인회생 증가 등 복합적 대외 악재 속에서 리스크 관리와 체질 개선에 집중했다"라며 "큰 고비를 넘었고 대출 영업 재개 및 BIS 비율, 유동성 지표 역시 개선되고 있어 올해부턴 본격적인 실적 반등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대형 저축은행 가운데 유독 페퍼저축은행의 실적이 크게 악화한 건 부동산 활황기 공격적으로 확장했던 주택담보대출 영향이 크다. 부동산 시장 침체로 개인사업자 등 주요 차주의 상환 능력이 떨어지면서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이 크게 상승했고, 이에 따라 페퍼저축은행은 신규 영업을 축소하고 부실채권 관리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페퍼저축은행의 자산총계는 2조8914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고점을 찍었던 2022년(6조2554억원) 대비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페퍼저축은행은 2018년 자산 2조원을 돌파한 뒤 2022년까지 업계 '빅5(SBI·OK·한투·웰컴·페퍼)' 자리를 유지했다. 그러나 자산 순위는 2023년 6위로 떨어진 데 이어 지난해 7위로 하락했다.
페퍼저축은행은 업계에서 가장 급격한 성장을 이룬 곳이다. 호주계 자본인 페퍼그룹이 2013년 인수해 국내에서 본격적인 영업을 시작했다. 출범할 당시만 해도 자산 규모는 4004억원으로 업계 내에서 중형급 저축은행으로 분류됐다. 하지만 이후 경기도 및 호남지역을 중심으로 공격적인 영업으로 자산을 빠르게 증식했다.
자산이 급격히 축소되면서 이자수익도 급감했다. 지난해 말 페퍼저축은행의 이자수익은 2828억원으로 전년(4963억원) 2135억원(43.0%) 감소했다. 반면 이자비용은 2257억원에서 1210억원으로 1047억원 줄어드는 데 그쳐 이자손익이 악화했다. 페퍼저축은행은 인건비, 경비 등 판관비를 193억원 줄였지만 적자를 막진 못했다.
◇PF 부동산 연체율 22.8%, 부실채권 정리 속도
다만 작년 상반기까지 가파르게 악화하던 건전성 지표는 진정세에 접어들었다. 지난해 말 페퍼저축은행의 연체율은 9.82%다. 전분기(9.17%) 대비 0.65%p 악화했지만 상승폭은 완만해진 모습이다. 지난해 6월 19.15%까지 치솟았던 NPL비율은 14% 내외에서 관리되고 있다.

BIS비율은 11.76%로 전분기(11.83%) 대비 0.07%p 하락했다. 위험가중자산은 2조2772억원으로 전분기(2조4462억원) 대비 1690억원 줄어들었으나, 연이은 적자로 이익잉여금도 동시에 감소하면서 소폭 악화한 모습이다. 감독규정은 BIS비율 규제를 1조원 이상 대형 저축은행의 경우 8% 이상으로 적용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저축은행업권에 BIS비율 11% 이상을 권고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페퍼저축은행은 금융당국의 권고 기준을 맞추기 위해 올해만 300억 원의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2023년과 지난해 각각 200억원씩 증자를 진행한 데 이은 것으로, 재무 건전성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이다.
다만 부동산 대출 연체율은 여전히 골치다. 페퍼저축은행의 부동산PF 연체율은 22.81%로 나타났다. 이외에 건설업 17.98%, 부동산업 16.51%로 집계됐다. 다른 대형 저축은행에 비해 페퍼저축은행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규모가 큰 편은 아니지만, 부실채권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상상인저축은행 인수를 타진하던 OK금융그룹은 경기권 영업구역을 확보한 페퍼저축은행에도 관심을 보이는 분위기다. 건전성 관리 측면에서 자산을 줄인 페퍼저축은행이 상상인저축은행 보다 더 매력적인 매물이 될 수 있다는 평가도 있다.
실제 상상인저축은행의 지난해 말 연체율과 고정이하여신비율은 18.70%, 26.9%로 페퍼저축은행 보다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BIS비율은 10.5%다. 저축은행 한 관계자는 "최근 저축은행업계는 건전성이 곧 실적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연체율, BIS비율과 같은 지표를 핵심적으로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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