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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스타트업 설전]FI의 구주매각 요구, 푸드컬쳐랩 자금조달 실패 원인?②직접적 영향 크지 않아…"신규 투자 유치 부진은 '꺾인 성장세' 때문"

이기정 기자공개 2025-04-23 08:49:00

[편집자주]

투자자와 스타트업 간 관계를 하나의 단어로 정의하기는 어렵다. 스타트업은 FI의 자금지원을 받아 성장하고 투자사는 포트폴리오 기업의 성장을 통해 수익을 만들어낸다. 얼핏 '갑을' 관계로 보이기도 하고, 때로는 '동반자' 면모를 보여준다. 이들의 관계가 언제나 좋은 것은 아니다. 반목하는 경우도 상당하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어반베이스와 신한캐피탈이 투자금 반환소송으로 갈등을 겪었다. 더벨이 스타트업과 투자사간 대립 사례를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4월 21일 10시51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투자사의 구주매각은 다양한 이유로 이뤄진다. 단순하게 보면 엑시트를 위한 경우가 대다수다.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펀드 만기 이슈, 보유 지분율 조정, 신규 투자사의 요구 등 복잡한 사정이 얽혀 있는 경우가 많다. 스타트업의 자금 조달에 직접적인 영향은 주지 않는다는 평가가 많은 편이다.

푸드테크 기업 '푸드컬쳐랩'은 전략적투자자(FI)인 성홍의 과도한 구주매각 요구로 자금조달에 어려움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성홍은 구주매각은 신규 투자유치 과정에서 기존 투자자로서 제안할 수 있는 방안 중의 하나였을뿐이라고 반박한다. 성홍의 구주매각 추진은 정말로 푸드컬쳐랩 자금 유치에 영향을 줬을까.

◇엑시트 위한 자금조달 요구 주장…"강요 없었다" 반박

식품 브랜드 '서울시스터즈'를 운영하는 푸드컬쳐랩은 2020년 설립된 기업이다. 김치 시즈닝, 김치 우동, 김치 수제비 등 K-푸드를 글로벌 시장에 알리겠다는 포부를 품고 있다. 삼양화학그룹 계열사인 성홍은 푸드컬쳐랩의 유일한 투자사로 세차례에 걸쳐 총 25억원을 투자했다. 마지막 투자 시기는 2022년 1월이다.

푸드컬쳐랩은 최근 투자유치 과정에서 성홍이 과도하게 구주매각을 요구해 신규 투자사와 논의가 어렵다고 호소하고 있다. 성홍이 유상감자를 통해 투자 원금을 돌려주거나 신규 투자사가 구주를 매입하는 방법으로 딜을 진행해달라는 요구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푸드컬쳐랩의 주장에 따르면 신규 투자사들은 자금을 사업 경쟁력 강화가 아닌 기투자자 엑시트 용도로 활용해야 한다는 것에 반감을 드러내고 있다.

성홍은 신규 투자사가 선택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로 구주매각을 제시했다는 입장이다. 유상감자 역시 같은 맥락에서 언급했다. 특히 푸드컬쳐랩이나 신규 투자사에게 이를 강요한 적은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성홍 관계자는 "구주 인수 의사가 있는 투자사를 대상으로 논의할 의향이 있다고 전하기는 했지만 구주를 우선해달라는 주장을 한 적이 없다"며 "오히려 신규 투자사들은 푸드컬쳐랩의 사업 역량이 기대치에 미치지 않아 투자 의사를 철회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구주매각을 추진한 이유는 투자사로서 투자 스타트업에 대한 불신이 생겼기 때문"이라며 "과도한 판관비 지출과 무리한 신사업 확장 계획, 투자사와의 소통 거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점진적인 구주매각을 통한 지분 조정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했다.

푸트컬쳐랩의 실적은 최근 역성장하고 있다. 매출이 2021년 16억원이었지만 2022년 6억원으로 감소했고 2023년과 2024년에도 각각 9억원, 11억원에 그쳤다. 영업이익 역시 2021년 2000만원에서 2022년 5억원 적자로 돌아섰고 2023년과 2024년 각각 4억원, 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기업에 도움주는 사례가 더 많아…핵심은 '기업가치·사업 경쟁력'

벤처캐피탈(VC)업계에서는 기존 투자사의 구주매각이 신규 라운드에서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신규 투자금을 모두 구주 매입에 활용한다면 문제가 있겠지만 실제 이같은 경우가 발생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업계에서는 스타트업의 성장성과 밸류에이션이 더 중요한 투자 판단 요소라고 입을 모은다.

기투자자의 구주매각이 스타트업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경우가 많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 대형 VC의 임원은 "구주매각이 이뤄지는 딜의 9할 이상에서 구주와 신주의 밸류에이션을 맞추기 위해 스타트업의 기업가치를 높인다"라며 "밸류에이션이 100억원이라면 구주를 80억원, 신주를 120억원으로 가격을 매겨 평균단가를 맞추는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스타트업은 목표로 했던 수치보다 더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며 "추가로 신규 투자사들은 특정 FI가 많은 지분을 보유하는 것을 불편해 하기 때문에 구주매각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고 초기 기업이라면 그 경우가 특히 더 심하다"고 했다.

부정적인 영향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또 다른 VC의 임원은 "스타트업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기존 투자사가 구주를 매각한다고 하면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일 수 있다"며 "이에 신규 투자사에게 불안감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구주매각에 나서는 이유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라며 "신규 투자사의 요구가 있거나 펀드 만기 이슈로 구주 물량이 나오면 신규 투자사들은 이를 오히려 반기는 경우가 더 많다"고 부연했다.

또 한 중대형 VC의 최고투자책임자(CIO)는 "기존 투자사가 과도한 밸류에이션으로 구주매각을 추진하고 있었던 상황이면 푸드컬쳐랩의 주장처럼 신규 딜이 어려웠을 수 있다"며 "다만 그럼에도 회사 성장에 확신이 있다면 투자를 진행했을 것"이라고 했다.

성홍은 "여러 이유로 엑시트를 추진한 것은 맞지만 포트폴리오가 잘 돼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기에 강요는 하지 않았다"며 "기본적으로 푸드컬쳐랩이 경쟁력을 시장에서 인정받아야 구주거래도 활발할 수 있다는 생각에 투자유치 과정에서 지원을 아까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최근 VC업계에서는 회수 시장 어려움이 가중되면서 세컨더리투자가 대안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실제 IMM인베스트먼트, DSC인베스트먼트, 신한벤처투자 등이 대규모 세컨더리펀드를 최근 몇년 사이에 결성했다.

VC업계 관계자는 "세컨더리투자가 활발해지면서 구주거래에 대한 인식도 변해가고 있다"며 "최근에는 신주보다 오히려 구주가 비싸게 거래되는 사례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투자사와 스타트업 간 협력 여부가 중요하지 구주매각 자체는 투자 의사판단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 기조"라고 했다.

한편 더벨은 보다 구체적인 내용을 듣기 위해 푸드컬쳐랩에 연락을 시도했으나 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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