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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항공유 원료확보 전쟁 [thebell note]

김지원 기자공개 2025-04-30 10:00:08

이 기사는 2025년 04월 28일 10시35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글로벌 탄소중립 기조 속에서 지속가능항공유(SAF) 수요가 급증하며 국내 대형 정유사들을 비롯한 바이오에너지 기업들의 발걸음이 분주해지고 있다. 올해 들어 SAF 원료 생산 공장을 가동한 국내 바이오디젤 생산 업체 A사도 그중 하나다. 지난해 글로벌 정유사와 조단위 공급계약을 따낼 정도로 시장에 급부상했다.

A사는 최근 예상치 못한 변수에 대응하고 있다. 시장 성장세를 내다 본 국내 사모펀드(PEF)가 SAF의 원료로 쓰이는 폐식용유, 동물성 유지, 음폐유 등을 수집·정제하는 업체들을 잇따라 인수하면서다.

폐유가 돈이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후 해당 업체들은 빠르게 판매처 다각화에 나섰다. 국내보다 해외에서 훨씬 나은 값에 팔 수 있게 된 셈이다. 이전에는 헐값에 버려졌던 쓰레기의 단가가 고공행진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의 수요 확대에 더해 원자재를 공급하는 플레이어의 공격적인 행보까지 겹친 탓에 시장은 그야말로 SAF 원료확보 전쟁터가 됐다.

이미 계약을 체결해 둔 고객사와의 납품 기한을 맞추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원료 확보가 필수적이다. 월 4200톤 이상의 원료를 공급해 줄 업체를 새로 찾기는 힘든 형편이다.

국내에서 조달할 수 있는 물량은 한정돼 있다. 당장 원료 수급이 절실한 만큼 급히 해외로 눈을 돌렸지만 이미 국내에서 해외로 빠져나간 물량을 되사오는 과정에서 원료 수급 가격이 1kg당 30% 이상 뛰었다. 글로벌 기업 수요에 사모펀드가 새 주인으로 들어선 국내 원자재 업체가 부응한 결과다.

SAF 사업의 핵심은 원료 확보다. 일반 항공유에 비해 SAF의 생산 단가가 훨씬 높기 때문에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원료를 저렴하게 대량으로 들여오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수한 설비와 기술을 갖추고 있더라도 원료 수급 불안정이 지속된다면 SAF 시장에서 국내 기업의 경쟁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근 중국의 대형 에너지 기업들까지 SAF 시장에 발을 들이며 물량 공세를 펼치고 있다. 경쟁국들이 자국 기업에 대한 지원책을 내놓고 있는 가운데 국내 기업이 글로벌 SAF 시장에서의 골든타임을 놓치는 건 국가적으로도 큰 손해다.

각박한 경쟁 구도에서 국내 SAF 원료마저 놓치는 것은 아쉬움이 크다. 더 높은 값을 받고 영리하게 행동하는 사모펀드를 나무라는 것은 아니지만 국내 시장이 선순환할 수 있도록 완충구조가 만들어지지 못한 점은 생각해볼 문제다. 원자재 업체를 사들인 사모펀드 역시 밸류체인에서 순기능할 수 있도록 고민해볼 여지가 있다.

한정된 자원이 해외로 계속 유출돼 국내 기업들의 원료 수급 자체가 어려워진다면 우리나라 SAF 산업의 기반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 정부도 지난해 항공, 정유사들을 불러 모아 국내 바이오연료 인프라를 구축하겠다고 발표했다. 조금 더 긴 호흡으로 국내 SAF 밸류체인을 점검하고 이를 지킬 수 있는 안전망을 마련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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