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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평가 시그널: PBR 0.3]지주사 만성적 저평가…16개가 0.3배 미만 해당5년간 PBR 지속적 하락 기업 85곳 …승계 포석 위한 저평가 의도 지적도 제기

이돈섭 기자공개 2025-05-09 08:01:48

[편집자주]

주가는 단기적으론 인기 투표지만 길게 보면 계량기라는 말이 있다. 왜 헐값에도 투자자가 발길을 돌릴까. 시간이 지나면 진짜 무게가 드러난다. 그 괴리를 찾는 과정에 사용되는 지표가 주가순자산비율(PBR)이다. 최근 유력 대선후보는 PBR이 0.3배도 안되면 시장에서 정리해야 한다며 강하게 압박하기도 했다. 가시방석에 앉은 종목들을 더벨 SR본부가 저울에 올렸다. 저평가인지, 벗어날 수 없는 밸류트랩인지, 시장평가와 본질가치 사이에 존재하는 간극을 재고 구조적 원인을 파헤쳐 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4월 30일 08시08분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주사의 저평가 문제는 만성적이다. 지난해 말 기준 PBR이 0.3배에 미달한 기업은 코스피·코스닥 통틀어 225개에 해당하는데 이중 최근 5년간 지속적으로 PBR이 하락한 상장사가 85개사였다. 해당 상장사 중 지주사는 16개였다. 최근 5년 간 PBR이 계속 하락한 상장사 중 5곳 중 1곳은 지주사라는 얘기다.

지주사들의 저평가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지주회사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적어 상대적으로 저평가를 받는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반면 지배구조의 점정에 있는 회사를 승계에 활용하기 위해 주가를 의도적으로 낮게 유지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더벨 SR(서치앤리서치)본부가 코스피 상장사 808개, 코스닥 상장사 1675개 등 2483개 기업을 전수조사한 결과 2024년 말 기준 PBR이 0.3배에 미달한 기업은 225개로 집계됐다. 이중 2020년 말부터 지난해 말까지 최근 5년 간 PBR 배수가 연속 감소세를 기록한 곳은 78개로 집계됐다. 최근 5년 사이 새롭게 상장한 기업 중 PBR이 감소 추세를 보이는 곳은 7개로 확인돼 총 85개사의 PBR이 5년 간 계속 하락했다.

해당 상장사를 각 업종별로 나눠보면 지주사가 16개(18.8%)로 가장 많았다. 2020년 말 대비 2024년 말 5년 간 16개 지주사 PBR은 많게는 91.1% 적게는 17.9% 감소했다. F&F홀딩스의 경우 2020년 PBR 2.25배에서 매년 감소해 지난해 말 0.21배를 기록, 5년 사이 91.1% 감소했다. 코스닥 상장사 CS홀딩스의 경우 2020년 0.28배에서 지난해 말 0.23배로 17.9% 감소, 16개 지주사 중 가장 낮은 감소폭을 기록했다.

PBR 배수가 5년 간 감소세를 벗어나지 못한 건 주가 관리에 의지가 없다고 간주해도 무방하다는 게 시장 관계자들 설명이다. PBR은 주가를 BPS(주당순자산가치)로 나눈 값인데, 수치가 1배 미만이라는 것은 당장 회사를 청산하더라도 자산 장부상 가치 전액을 돌려받지 못한다는 뜻이다.


저평가 원인은 다양하다. 상장 지주사 산하 계열사 중복 상장으로 지주사 가치가 절하될 수 있고 계열사 업황 부진으로 배당 수익이 줄어 주가 흐름이 부진할 수 있다. 대개 지주사 최대주주는 지주사 지분 일부를 갖고 산하 계열사에 지배력을 행사하는데, 해당 지분을 승계하는 데 따르는 각종 증여·상속세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도 주가 관리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는 점 역시 저평가를 초래하는 요소 중 하나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최대주주 입장에서는 그룹 전체에 대한 지배력을 유지하고 이 지배력을 승계하기 위해서는 주가를 최대한 낮추는 것이 효과적"이라면서 "지주사는 밸류를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고 산하 계열사 밸류를 활용해 자본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식의 행태가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대주주와 일반주주의 이해관계가 극명하게 갈라져 갈등을 야기하는 부분이 바로 여기"라고 부연했다.

지난해 말 F&F홀딩스가 산하에 거느리고 있는 계열사는 상장·비상장사 22곳. 작년 한해 F&F홀딩스가 배당금 수익으로 계상한 금액은 약 400억원인데, 이중 주력 계열사 F&F가 지급한 배당은 221억원 수준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F&F는 2021년 인적분할로 출범한 그해를 시작으로 매년 보통주 한 주당 1600원(2022년), 1700원(2023~2024년)을 결산배당하고 있다. 배당성향은 최근 3년 간 15% 안팎을 유지했다.

주력 계열사 매출액이 대체로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고 배당도 꾸준히 지급하고 있지만 시장은 부정적이다. 2021년 초 9만원대였던 주가는 이후 급락해 현재 1만2000원대에서 거래되고 있는 실정이다. 시장에서는 주가부양 의지 자체를 의심하는 분위기다. 지금까지 자사주를 매입키도 했지만 이를 소각한 바는 없다. 별도의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선보인 적도 없다. 최근 3년 현금배당을 주당 50원씩 확대했을 뿐이다.

현재 F&F홀딩스의 최대주주는 김창수 회장이다. 시장에선 김 회장이 현재 보유하고 있는 지분 62.84%를 그의 장남인 김승범 상무에게 상속·증여하기 위해서는 세 부담 최소화를 위해 주가를 낮은 상태로 유지하는 게 좋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김 상무가 현재 보유하고 있는 F&F홀딩스 지분은 6.7%에 불과하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경영수업을 받고 있는 만큼 향후 지분승계 이슈가 고민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현재 F&F홀딩스 이사회는 김창수 회장을 필두로 김승범 상무, 박의현 대표, 마정만 전무 등 4명의 사내이사와 유에이스 세무앤컨설팅 대표인 한성덕 사외이사와 디케이밸류솔루션 대표 김동일 사외이사 등 2명의 사외이사로 구성하고 있다. 김 회장이 직접 이사회 의장을 맡아 지주사 이사회를 견인하고 있는 만큼, 주주환원 확대 정책이 나오기 위해서는 김 회장의 의지가 반드시 필요할 수밖에 없는 구도인 셈이다.

이 밖에도 DL그룹의 지주사 DL은 2020년 PBR 1.24배에서 매년 감소해 지난해 말 0.17배까지 줄어 5년 전 대비 86.3% 쪼그라들었다. KC그린홀딩스와 LX홀딩스, 한화, SK, 하림지주, 아이디스홀딩스, AK홀딩스, 크라운해태홀딩스, 한솔홀딩스, GS 등 주요 상장 지주사도 5년 내내 PBR이 0.3배 안팎 수준에서 계속 감소세를 기록했다. 이 지주사 대부분은 개인 최대주주가 지분 일부를 통해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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