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전체기사

[금융사 임베디드 동맹 분석]은행과 기업 플랫폼, '경쟁자→동반자' 인식 바뀌었다[총론] 완숙기 접어든 자체 뱅킹앱, 신성장 동력 필요한 시점…전방위적 제휴로 '윈윈' 도모

최필우 기자공개 2025-05-15 14:00:50

[편집자주]

임베디드 금융이 금융권 핵심 비즈니스로 부상하고 있다. 임베디드 금융이란 금융사가 비금융사 플랫폼을 통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과거 금융사는 플랫폼 경쟁력을 바탕으로 금융 기능을 추가하는 비금융사를 경쟁자로 여겼으나 최근에는 동반자로 인식하고 있다. 완숙기에 접어든 금융사 자체 플랫폼을 진일보하기 위해 가상자산, 제조업, 유통업, IT 등 업권을 가리지 않고 동맹을 맺는 중이다. 비금융사 뿐만 아니라 플랫폼에 강점이 있는 금융사와의 제휴도 활발하다. 막이 오른 임베디드 금융 시대의 헤게모니를 어떤 금융사가 잡을 수 있을까. 주요 금융사의 임베디드 동맹 현황과 전략을 분석했다.

이 기사는 2025년 05월 13일 09시44분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임베디드(embeded) 금융이 금융사 핵심 비즈니스로 떠올랐다. 금융사가 비금융사 플랫폼에 금융 서비스를 탑재하는 전략이다. 넓게는 다른 금융사와 손잡는 전략도 포괄한다. 주요 금융사는 다양한 업권의 사업자들과 제휴를 맺고 플랫폼 협업을 도모하고 있다. 지난 10여년 동안 자체 플랫폼을 바탕으로 디지털 경쟁력 강화를 추진하던 전략과 차이가 있다.

임베디드 금융 부상 배경에는 기업 플랫폼에 대한 은행권의 인식 변화가 자리한다. 수년 전만 해도 기업이 빠르게 성장하고 플랫폼에 금융 기능을 탑재하면서 잠재적 경쟁사로 인식됐다. 은행권은 자체 뱅킹앱을 강화해 대응하려 했으나 완숙기에 접어들며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고 있다. 이젠 금융사가 비금융사를 경쟁자가 아닌 동반자로 인식해야 플랫폼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KB 업권별 '최상위 사업자' 맞손…신한 '공급망 금융·ERP 뱅킹' 차별화

KB금융은 선제적으로 임베디드 금융 강화 의지를 드러낸 곳이다. 양종희 KB금융 회장은 취임 후 얼마 지나지 않은 지난해 신년사에서 임베디드 금융을 언급하며 전략 변화를 암시했다. 올해 신년사에서도 재차 임베디드 금융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양 회장 취임 후 KB금융은 각 업계의 톱 플레이어와 손잡는 방식으로 임베디드 동맹을 늘려가고 있다. KB국민은행이 주축이다. KB국민은행은 삼성금융네트웍스 모니모, 스타벅스, 빗썸, SK텔레콤과 잇따라 제휴를 성사했다. 각사에 KB국민은행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고 통장 개설 등으로 고객 유입을 유도하고 있다.


신한금융은 공급망 금융으로 차별화된 전략을 내세웠다. 현대모비스, 현대제철 등 기업 공급망 유통 또는 판매 플랫폼에 입점한 기업을 대상으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한다. 임베디드 금융은 통상적으로 소매금융 잠재 고객을 유치하는 방식으로 받아들여지지만 신한금융의 경우 기업금융에 전략을 도입하고 있는 것이다.

ERP 뱅킹도 신한금융이 준비하고 있는 임베디드 금융 전략이다. 신한금융은 최근 제주은행 유상증자를 통해 더존비즈온의 투자를 유치했다. 신한금융과 더존비즈온은 디지털 비즈니스에서 오랜 기간 협업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번 투자 유치를 기점으로 더존비즈온 ERP 플랫폼 이용 고객 대상 금융 서비스 개발을 본격화한다.

하나은행도 페이먼트 기업 중심으로 동맹을 맺고 있다.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과 손잡고 지역 맞춤형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선불 충전금인 '당근 머니'를 예금자보호법을 바탕으로 보호하고 금리 혜택을 제공한다. 유사한 방식으로 네이버페이와도 제휴를 맺었다. 최근엔 여행·여가 플랫폼 야놀자를 운영하는 놀유니버스와 손을 잡았다.

지방은행과 인터넷은행도 유사한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광주은행, 전북은행, 부산은행은 각각 토스뱅크, 카카오뱅크, 케이뱅크와 공동대출 출시 제휴를 맺었다. 인터넷은행 플랫폼에서 양사가 절반씩 자금을 부담하는 대출 신청이 가능하게 한 것이다. 금융사인 지방은행이 플랫폼에 강점을 가진 인터넷은행에 서비스를 제공한 사례다.


◇자체 플랫폼 강화 한계점 도달…기업 손잡고 외연 확장

이같은 전략은 수년 전만 해도 금융권에서 찾아보기 어려웠다. 주요 금융사의 디지털 플랫폼 전략이 뱅킹앱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기 때문이다. 금융지주의 경우 은행, 증권, 카드, 보험 등 주요 계열사 플랫폼을 합친 유니버셜 뱅킹 앱을 구현하는 데 힘을 쏟았다. 외부 제휴보단 자체 플랫폼 경쟁력을 강화해 편의성을 제고하고 이용자 수를 늘리는 데 초점을 맞췄다.

비금융사가 잠재적 경쟁자로 인식된 것도 외연 확장에 걸림돌이었다. 2010년대 후반, 2020년대 초반 국내외 IT 기업이 약진하면서 빅테크로 거듭나고 금융업 경계를 허물기 시작하자 위기감이 고조됐다. 기업들도 자체 플랫폼을 구축해 고객을 유입시켰다. 이에 금융 플랫폼은 물론 비금융 플랫폼을 구축해 대응하는 게 지난 수년간 금융사의 주된 디지털 전략이었다.

자체 뱅킹앱이 완숙기에 접어들면서 금융사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했다. KB금융은 지난 1분기 월간활성이용자수(MAU) 3175만명(금융·비금융 플랫폼 합산)을 기록했다. 신한금융은 2639만명이다. 그룹 차원의 노력으로 MAU 우상향 추세가 이어지고 있으나 국내 금융시장 규모와 경쟁사 수를 고려하면 앞으로 이용자를 비약적으로 늘리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현 시점에 임베디드 금융은 금융사의 디지털 플랫폼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대안으로 꼽힌다. 금융사 플랫폼은 대부분 비슷한 수준에 도달했고 비금융사 플랫폼에 우위를 점하는 것도 어려워지고 있다. 임베디드 금융 전략을 사용하면 금융사별 네트워크와 아이디어에 따라 차별화된 서비스가 가능해진다. 금융사가 비금융사를 플랫폼 동반자로 인식하면서 임베디드 금융 확산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사가 자체 플랫폼 강화에 주력하는 트렌드가 수년간 이어졌으나 금융 플랫폼에서 모든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비금융 플랫폼을 만들어 기업과 경쟁하는 건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며 "기업 플랫폼에 침투해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고 자체 플랫폼으로 유입을 도모하는 식으로 윈윈 효과를 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더벨 서비스 문의

02-724-4102

유료 서비스 안내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4층,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김용관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황철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