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소 전선업체 리포트]사업재편 주도한 서명환 회장, 대원전선 체질 바꿨다②불황기에 신재생 사업 인수, 자동차용 전선 집중…외형 확장 '성공적'
유나겸 기자공개 2025-05-19 07:31:42
[편집자주]
미국과 유럽의 노후 전력망 교체와 AI 확산에 따른 설비 투자 증가로 AI 데이터센터(AIDC) 전력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주요 전선·전력 기업들에 대한 시장 관심도 커지고 있다. 특히 '빅4' 전선사와 주요 전력 설비 기업 외에도 기술력과 성장성을 갖춘 강소기업들이 주목받고 있다. 이들은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과 함께 자동차 부품 등 신사업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국내 주요 강소 전선 기업들의 현 상황과 미래 전망 등을 조명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5월 14일 16시07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서명원 대원전선 회장(사진)이 회사를 인수하기 전까지만 해도 대원전선의 매출은 600억원대에 불과했다. 그런 대원전선이 지난해 매출 5000억원대를 기록하며 국내 ‘빅4’ 전선 기업 뒤를 잇는 강자로 거듭났다.이러한 도약의 중심에는 단연 서 회장이 있다. 서 회장은 대내외적 위기 속에서도 인수합병(M&A)을 통해 사업 다각화를 추진했고 자동차용 전선을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판단해 사업 구조를 과감히 재편했다. 기존 전선 사업을 자동차용 전선 중심으로 탈바꿈시키며 대원전선의 체질 개선을 이끌었다.
◇작업복 입고 현장 누빈 서 회장, 6개 계열사 거느린 그룹으로 성장시켜
1955년생인 서 회장은 청화기업 창업주 서강희 회장의 아들로 서울 경동고등학교, 한양대학교 섬유공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University of California)에서 대학원 과정을 마쳤다.
이후 1987년 11월부터 빌딩 임대사업을 하는 부동산 임대업체 갑도물산의 대표이사로 경영에 본격 나섰다. 갑도물산은 현재도 서 회장이 지분 65%를 보유한 기업이다.
서 회장은 1999년 대원전선을 인수하면서 전선업계에 첫발을 내디뎠다. 인수 직후 대표이사에 올라 공장 기숙사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직접 작업복과 기름장갑을 착용하고 현장을 누비는 등 현장 경험을 쌓는 데 집중했다.

계열사 확대에 나선 것은 2000년대 후반부터다. 다만 서 회장은 2020년에 이르러서야 공식적으로 그룹 체제를 선언하고 회장 직함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현재는 갑도물산과 대원전선의 대표이사를 겸직 중이며 총 6개 계열사를 보유한 대원전선그룹을 이끄는 총수로 자리매김했다.
지배구조 역시 단단히 구축했다. 서 회장은 지배 구조 최정점에서 갑도물산, 대원전선으로 이어지는 라인업을 만들었다. 서 회장이 갑도물산의 지분 65%를 보유하고 있고 갑도물산은 대원전선의 지분 22.12%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서 회장이 직접 보유한 대원전선 지분은 3.27%다.
최근에는 장남인 서정석 대원전선 전무와 함께 지배력을 공고히 하고 있다. 2016년까지만 해도 서 회장이 직접 보유한 대원전선 지분은 6.29%였으나 2018년 0.76%, 2019년 0.2%까지 줄었다가 현재는 3.27% 수준이다.
같은 기간 서 전무의 지분은 꾸준히 증가했다. 올 1분기 기준으로 서 전무는 3.14%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2019년 초까지만 하더라도 서 전무의 대원전선 지분은 1.41%였다.

갑도물산도 마찬가지다. 2023년까지 서 회장이 74.37%, 서 전무가 10.63%를 보유했지만 지난해 말 기준 각각 65%, 17.5%로 변경됐다. 지배구조 정비를 통해 경영 승계의 발판을 다지는 모습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광통신 전선 비중 줄이고, 자동차용 전선사업에 130억 투자
이처럼 지배구조를 정비하는 한편 서 회장은 대원전선의 사업 체질 개선에도 속도를 내왔다. 1999년 인수 당시만 해도 대원전선의 매출은 600억원대에 불과했으나 올해 1분기 연결 기준으로 5527억원을 기록하며 26년 만에 821.2% 성장했다. 이 같은 성장은 서 회장의 과감한 전략 변화와 체질 개선이 주효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서 회장은 2010년대 미·중 무역분쟁과 국내 건설경기 침체 등 대내외 악재 속에서도 사업 다각화를 위해 과감히 인수합병(M&A)을 추진했다. 전선업은 경기 변동에 민감한 전형적인 사이클 산업이기 때문에 서 회장은 비경기 산업을 확보해 수익성을 높이는 데 주력했다.
이런 배경 속에 서 회장은 폐기물 처리와 재생에너지 사업을 새로운 성장축으로 낙점했다. 대원에코그린, 대원그린에너지, 신대원에너지 인수 등이 대표적이다. 당시만 해도 전선업과 직접적인 연관성이 적은 데다 수익성에 대한 의구심도 있어 내부 실무진조차 회의적이었지만 서 회장은 직접 사업 구조를 분석한 뒤 판단을 바꿨다.
서 회장은 사이클 없는 폐기물처리와 재생에너지 사업을 낙점했다. 대원에코그린, 대원그린에너지, 신대원에너지 인수가 대표적이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서 회장은 처음 대원전선 실무진으로부터 대원에코그린 인수 관련 보고를 받았을 당시만 해도 수익성과 전선업과의 연관성 부족 등을 이유로 회의적인 시각을 가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서 회장은 사업 구조를 직접 들여다본 이후 생각을 바꿨다. 폐기물 수거 수수료 외에도 소각을 통해 발생한 열을 판매하며 매출을 내는 구조가 대원전선의 수익성 강화에 기여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실제 2015년 전선업 불황기 당시 대원전선은 본업인 전선 실적이 위축됐음에도 불구하고 대원에코그린의 견조한 수익 덕분에 영업이익이 130% 가까이 증가했다. 같은 해 대원전선은 상장 전선 제조사 중 유일하게 매출과 영업이익이 동반 성장하는 성과를 냈다.
서 회장의 안목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서 회장은 대원에코그린과 대원그린에너지를 각각 2017년과 2018년에 매각해 총 303억원 규모의 시세 차익을 실현하며 자산 효율성까지 챙겼다.
자동차용 전선에 집중하기 시작한 것도 서 회장의 성장전략 중 하나였다. 서 회장은 2010년대 초반 대원전선의 연결 매출 중 약 25%인 1400억원이 자동차용 전선 사업에서 발생한다는 점을 감안해 사업적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자동차 부품 업체 M&A를 검토하기도 했다.
대원전선이 본격적으로 자동차용 전선에 집중한건 2018년경이다. 2019년 하반기부터 수익성이 낮은 광통신 전선사업의 비중을 줄이기 시작했고 2020년 하반기에는 충남 당진과 예산 공장에 총 100억원을 투입해 자동차용 전선 생산 능력을 30% 확대했다. 이후 2022년에는 30억원을 추가 투자하며 생산 역량을 한층 더 끌어올렸다.
이 같은 전략적 투자와 사업 재편 덕분에 대원전선은 현재 현대차·기아 등 주요 완성차 업체를 고객사로 두고 있으며 자동차용 전선 분야에서 업계 2위로 올라섰다.
서 회장은 최근에도 인수합병을 통해 사업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지난해 말 현대차그룹 1차 벤더인 알루미늄 휠 제조업체 '대원알텍'을 인수하며 사업 영역을 자동차 부품까지 확장했다. 대원전선은 이를 통해 미래차 핵심 부품사로서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게 됐다.
전선업계 관계자는 "서 회장은 전선업의 특성을 꿰뚫고 과감한 사업 전환과 투자를 실행한 인물"이라며 "불황기에도 흔들림 없이 중장기 전략을 밀어붙인 뚝심과 판단력이 지금의 대원전선을 만들었다"고 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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