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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d & Blue]AI 숨은 기대주 대원전선, '전력 수요·구리값 상승' 호재부실 거래처 정리, 작년 영업이익 설립후 최대규모

이명관 기자공개 2024-06-17 07:42:35

[편집자주]

"10월은 주식에 투자하기 유난히 위험한 달이죠. 그밖에도 7월, 1월, 9월, 4월, 11월, 5월, 3월, 6월, 12월, 8월, 그리고 2월이 있겠군요." 마크 트웨인의 저서 '푸든헤드 윌슨(Puddnhead Wilson)'에 이런 농담이 나온다. 여기에는 예측하기 어렵고 변덕스러우며 때론 의심쩍은 법칙에 따라 움직이는 주가의 특성이 그대로 담겨있다. 상승 또는 하락. 단편적으로만 바라보면 주식시장은 50%의 비교적 단순한 확률게임이다. 하지만 주가는 기업의 호재와 악재, 재무적 사정, 지배구조, 거시경제, 시장의 수급이 모두 반영된 데이터의 총합체다. 주식의 흐름에 담긴 배경, 그 암호를 더벨이 풀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6월 12일 14:4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How It Is Now

인공지능(AI)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됐습니다. AI의 부상과 함께 반도체 기업들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는데요. 그 중심에 있는 엔비디아가 있습니다. 엔비디아에 대한 관심은 상상 이상입니다. 한때 주가가 1000달러를 돌파하면서 고공행진을 이어가다가 10분의 1 액면 분할을 통해 유통주식 수를 크게 늘렸습니다. 자연스레 주가는 하락했는데요. 시장에선 엔비디아의 성장 전망을 내놓으며 지속적인 주가 상승을 예상하고 있습니다. 비슷하게 SK하이닉스의 주가도 최근 1년 추세를 보면 가파른 우상향 곡선을 보이고 있습니다.

비단 AI의 수혜주로 반도체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전선기업들 역시 AI의 수혜를 받는 기업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AI로 파생되는 전력 수요의 증가 때문입니다. 최근 AI 데이터센터 신설로 전력 예상 수요가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그 덕분에 전선 소재인 구리 값이 급등하고 있는데요. 구리값 상승으로 전선기업들의 실적도 개선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실제 최근 전선기업의 주가가 오름세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그 중 한 곳이 대원전선입니다. 대원전선의 주가는 지난 4월 초 1400원대에 머물러 있었는데요. 최근 석 달 사이 큰 폭으로 상승했습니다. 장중 한때 5000원을 넘어서기도 했을 정도입니다. 물론 최근 주가는 대주주의 지분 매도 여파로 소폭 하락한 상태입니다.

2024년 대원전선 주가 추이

대원전선의 최대주주인 갑도물산은 지난 5월 17일 시간외 매매 방식으로 보통주 147만6091주를 국내외 기관에 매도했습니다. 처분단가는 주당 4664원으로 처분금액은 68억8400만원 규모에 달했는데요. 지분은 기존 22.39%에서 20.49%로 소폭 줄었습니다. 갑도물산은 대원전선그룹의 대표이사인 서명환 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곳입니다. 같은 날 특수관계자인 대원홀딩스 역시 보유하고 있던 대원전선 보통주 2만3909주를 시간외 매매로 전량 매각했는데요.

이 같은 공시 이후 주가는 10.69%나 빠졌습니다. 이후 대원전선의 주가는 오르내림을 반고하고 있습니다. 물론 그럼에도 전력 수요에 대한 기대감과 구리값 상승이라는 소재 덕분에 향후 전망은 밝은 편입니다. 지난 10일 종가 기준 주가는 3355원 수준입니다. 석 달 전과 비교하면 주가 상승률은 128%에 달합니다. 여전히 강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Industry & Event

대원전선은 1964년 '대원전업사'라는 이름으로 설립됐습니다. 1969년부터 대원전선이란 간판을 달고 사업을 영위해왔는데요. AI 수혜기업으로 주목받기 전부 기초 체력은 상당히 좋았다는 평가입니다. 특히 지난해 어닝 서프라이즈에 준하는 성적을 거두기도 했습니다.

대원전선은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5154억원, 영업이익 132억원을 각각 기록했습니다. 매출은 8.4%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9배나 껑충 뛰었습니다. 영업이익률을 보면 2021년과 2022년엔 모두 1%가 채 안됐는데요. 작년에는 2.6%로 눈에 띄게 개선됐습니다. 더욱이 영업이익 규모만 보면 설립이래 역대 최대치입니다.

최근 글로벌 전선 업황이 개선된 덕분이라는 게 대체적인 평가인데요. 이와 함께 부실 거래처를 정리했던 게 수익성 개선이 크게 기여한 것으로 보입니다. 매출 증대나 고정비 확보를 위해 원가보다 낮은 가격에 공급계약을 맺는 경우가 더러있는데요. 대원전선은 매출 감소보다는 제값을 받는데 주안점을 뒀습니다. 과감하게 부실 거래처를 정리한 것입니다. 여기에 전사적으로 원가절감도 이뤄졌습니다. 그 결과 매출 감소에도 불구하고 수익성을 극대화하는 성과로 이어졌습니다.


현재 대원전선을 포함한 전선주에 대한 기대감이 계속 이어지고 있는 배경은 구리가격 상승입니다.

현재 구리 가격은 톤당 1만달러 안팎을 유지하고 있는데요. 지난해 8600달러 선을 오가다 올해 들면서 가파르게 올랐습니다. 페루, 칠레 등 구리 생산국의 광산 폐쇄와 글로벌 구리 공급량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 제련소가 수익성 하락을 들며 생산량 감축에 들어간 탓이 큽니다.

구리 값이 오르면 전선주는 수혜를 입기 마련이데요. 전선업계는 수주 시 구리 값 상승에 따라 판매 가격을 연동하는 '에스컬레이터' 조항을 적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원자재 값이 치솟아도 제품 가격에 반영해 매출이 늘어나는 구조입니다.

대원전선처럼 '제값'을 받고 발주를 받으면 수익성도 뒤따라오게 되기 마련이죠. 더불어 구리 값 상승이 예상될 경우 더 오르기 전에 발주가 앞당겨져 수주 기대감도 동시에 커지게 됩니다. 여기에 AI를 필두로 전력 수요의 증가가 더해지면서 구리값 상승을 부추기고 있는 상황입니다.


◇Market View

시장에선 당분간 구리 가격의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이 나오고 있는데요. 대원전선 실적에 영향을 주는 요소인 만큼 당분간 좋은 주가 흐름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입니다. 앞서 강조했던 대로 최근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전기차 등 전력에 대한 수요가 급등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특히 구리가격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이 계속 이어지고 있는데요. 전 세계 구리 수요 급증으로 비축량이 바닥날 수 있어 공급이 수요를 따라잡기 힘들기 때문에 상승 추세가 계속 진행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전 세계는 전기차, 태양광 패널, 풍력 발전소뿐 아니라 군용 및 데이터 센터 등의 전기화로 인해 구리 수요가 급증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며 "공급이 수요를 따라잡기까지 5년 이상 걸릴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특히 대원전선은 자동차용 전선 사업에서도 힘을 내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인 대목으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대원전선은 2018년경 고부가 사업으로 분류되는 자동차용 전선 사업에 힘을 쏟기 시작했습니다. 2020년 공장 증설에 100억원을 투자하면서 한층 힘을 주기 시작했는데요. 이때 자동차용 전선 생산능력을 종전 대비 30% 가량 확대하는 효과를 거뒀습니다. 이후 지난해 30억원 규모의 추가 투자가 이뤄지기도 했습니다.

이 같은 투자로 대원전선은 빠르게 자동차용 전선 시장에서 입지를 다질 수 있었는데요. 대원전선은 현재 시장 점유율 1위인 경신전선에 이어 2위권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대원전선의 자동차용 전선 고객사로는 현대차와 기아, 한국지엠(GM) 등 국내 완성차업체들입니다.

향후 자동차용 전선 시장의 성장이 예상되는 만큼 대원전선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해당 사업을 키워나갈 것으로 예상됩니다. 내연기관차에 들어가는 전선은 통상 1대당 700m 정도인데 전기차에는 약 1㎞가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져있는데요. 기존보다 40%가 더 필요한 만큼 전선업체들에겐 호재가 될 수 있습니다. 대원전선의 투자 의사결정이 주효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Keyman & Comments

대원전선을 논할 때 이 사람을 빼놓을 수 없는데요. 바로 현재 대원전선을 이끌고 있는 서명환 회장입니다. 서 회장은 한양대 섬유공학과와 캘리포니아대학교 대학원을 졸업하고 1987년 갑도물산 대표로 취임했는데요. 이후 1999년 대원전선 대표로 취임해 두 회사의 대표를 겸직했습니다. 2020년부터는 회장 타이틀을 달았습니다.

좀처럼 외부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서 회장은 소탈하고 합리적인 성향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2000년대 후반부터 계열사를 늘려 왔지만 2020년에서야 그룹사로 선언하고 회장에 취임하는 것도 그의 이런 스타일을 보여주는 대목이라는 평가입니다.

대원전선은 1981년부터 통신케이블 관련 제조설비를 증설해 양산체제를 확립해 사업을 확장시켰습니다. 1988년 코스피 시장에 상장했고, 2000년부터는 광통신케이블과 UTP케이블의 제조·검사설비도 갖췄습니다. 특히 2003년에는 본사와 생산 공장을 예산으로 이전하며 한 단계 도약을 노렸는데요. 이 같은 의사결정은 주도한 인물이 바로 서 회장입니다.

특히 2010년대 들면서 미·중 무역분쟁과 국내 건설경기 침체 등 대내외 어려움에 직면했을 때도 서 회장의 결단력이 빛을 발했는데요. 사업 다각화 차원에서 M&A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서 회장은 그룹 차원에서 대원에코그린과 대원그린에너지, 신대원에너지 등을 인수했습니다. 누적 기준 수백억원이 투입됐는데요. M&A를 통해 폐기물처리와 재생에너지 사업 등의 분야에 발을 들여놨습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대원그린에너지와 신대원에너지는 인수 이후 다시 제3자에게 매각해 상당한 차익을 거두기도 했다는 점입니다. 투자 측면에서도 의미있는 레코드를 쌓은 셈입니다. 대원전선그룹은 2013년 대원에코그린을 인수해 2017년 230억원에 매각, 165억원의 차익을 실현했습니다. 대원그린에너지도 2015년에 인수해 2018년 200억원에 팔았는데요. 이때 차익은 138억원 정도였습니다.

현재 서 회장은 대원전선그룹을 총 6개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는 그룹사로 만들었습니다. 지배 구조의 최정점에서 갑도물산과 대원전선으로 이어지는 라인업을 구축한 상태입니다. 그동안 흩어졌던 지분 보유 구조를 재정리하면서 지배력을 강화하기도 했습니다. 서 회장은 갑도물산의 지분 74.37%를 보유하고 있는 최대주주입니다.

대원전선은 서 회장을 중심으로 순항 중인데요. 최근 대외환경이 우호적인 측면이 많아 당분간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대원전선 관계자는 "구리가격이 상승한다고 무조건 실적이 개선되는 것은 아니라 낙관하기엔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그럼에도 미국발 테이터센터, 반도체 공장, 미국의 전력 교체주기 등 겹쳐서 호재가 있는 것은 맞고, 여기에 중국기업이 미국 본토에 진입하기 어렵다 보니 해당 수주물량이 국내 기업에 기회가 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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