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전체기사

갈 길 먼데..M&A '매물가뭄', 증설도 '암초' 亞 유화기업 몸값 껑충...증설은 관세·금융이 걸림돌

김익환 기자공개 2012-01-16 09:31:25

[편집자주]

롯데의 석유화학 사업이 가파른 성장세를 구가하고 있다. 유통사업을 넘어 주력사업으로 자리매김했다. 롯데는 이미 '2018년 매출 40조, 아시아 넘버원 화학기업'이란 비전을 제시했다. 비전 달성에는 디딤돌과 걸림돌이 공존한다. 롯데 석유화학 사업의 전략과 전망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12년 01월 16일 09:3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롯데 계열사인 케이피케미칼은 2008년 PTA업체인 파키스탄 LPTA를 인수한다. 그룹 내에서 최고로 손꼽는 딜이다. 당초 인수를 제안했던 일본 마루베니 상사도 손을 뗀 매물이었다. 현지에 테러 문제 등 리스크가 컸기 때문. 반면 롯데는 주저하지 않았다. 보수적이라는 롯데가 위험을 무릅 쓴 결과 열매는 컸다. 인수 이듬해 인수대금을 웃도는 수익을 올렸다.

인수합병의 성과물을 확인한 뒤부터 롯데의 석유화학 계열사들은 더 과감해진다. 저마다 인수합병과 증설을 통한 생산능력 확대를 꾀하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계획이 생각보다 여의치 않아 고민이다.

우선 화학시황이 호조세를 보이면서 아시아 시장의 화학기업 매물이 말라버렸다. '무리한 베팅'을 하지 않는 롯데로선 더 부담이 크다. 생산능력 확대도 만만찮다. 파키스탄 플랜트는 관세가 증설의 걸림돌로 작용했다. 주목 받는 인도네시아 설비 신설은 잠잠하다.

◇ 매물가뭄에 고심..."좋은 매물 없소?"

지난해까지 롯데 석유화학 계열사는 인수합병을 꾸준히 타진했다. 호남석유화학은 최근까지 인도네시아 석유화학업체인 찬드라아스리의 소수 지분 인수를 검토했다. 케이피케미칼도 인도네시아 PTA업체인 TPPI 인수를 타진했다. 하지만 현재는 인수 작업이 중단된 상태다. 업계에선 인수가를 둘러싼 격차를 주요 원인으로 꼽고 있다.

향후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의 석유화학 제품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면서 주요 '매물'인 아시아 지역 석유회사의 몸값도 덩달아 올라가고 있다. 손지우 SK증권 애널리스트는 "석유화학의 슈퍼 싸이클이 2010년 이후 시작돼 2014년까지 호조세가 이어질 전망"이라며 "중국에서의 제품 수요가 크게 늘어나는 등 2014년까지 수요가 공급을 웃도는 수급 여건이 지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clip20120112124010
자료: Indsry Data, KITA, Ciscem, SK증권 추정치

한 인수합병 관계자는 "지난해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5~6개의 석유화학업체에 피합병 의사를 물었지만 모두 거부했다"며 "아시아 시장에서 시황이 호조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매물이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호남석유화학은 인수합병 대상을 더욱 폭넓게 검토하고 있다. 호남석유화학 관계자는 "전 세계, 화학 전 업종에 걸쳐서 매물을 보고 있다"며 "매물정보나 인수제의를 전 세계 네트워크를 통해 빠르게 제공받고 있다"고 밝혔다.

◇ 증설 전략, 암초 만났다

생산능력 증대도 주로 아시아지역에서 펼쳐지고 있다. 해외에선 롯데 파키스탄 PTA(LPPTA)의 증설규모가 가장 크다. 허수영 케이피케미칼 사장은 4억~5억달러를 투자해 현지 생산능력을 기존 50만톤에서 150만톤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케이피케미칼도 설비 증설과 노후화 설비 보수를 위해 경험 많은 엔지니어 수십 명을 파키스탄에 파견했다.

clip20120112212348
LPPTA 공장
하지만 파키스탄 증설전략은 난관에 봉착했다. 석유화학제품에 대한 현지 관세가 너무 낮기 때문이다. LPPTA의 주력생산품인 PTA의 파키스탄 수입관세는 3%다. PTA 수입관세는 중국과 인도가 각각 6.5%, 5%이며 유럽연합(EU)도 6%로 파키스탄보다 높다. 수입관세를 적용한 PTA 수입가격은 LPPTA의 생산가보다 저렴하다. 그 까닭에 현지 PTA 생산 유인이 떨어지는 셈이다.

아시프 사드 LPPTA 사장은 지난 10월 화학 전문지 ICIS와의인터뷰에서 "3% 관세를 적용하면 국내 생산품의 가격경쟁력이 떨어진다"며 "파키스탄 당국에 PTA 상품에 대한 최소 7.5% 관세 적용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아시프 사드 사장은 "현지 관세 문제가 풀리지 않는다면 중동지역에 증설을 추진할 것" 이라고 덧붙였다. 현재까지도 파키스탄 공장 증설은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있다. 케이피케미칼 관계자는 "현지 당국과 협상을 계속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호남석유화학이 추진하는 인도네시아 석유화학 플랜트 건설도 진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예정대로 2012년안에 공장을 착공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금융조달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당초 호남석유화학은 인도네시아에 40억~50억달러를 투자해 자바섬에 석유화학 플랜트를 건설한다는 계획이었다.

일반적으로 플랜트 투자금의 70%는 금융회사에서 프로젝트파이낸싱(PF) 방식으로 차입을 한다. 저렴한 금리로 외화를 제공하는 외국계 금융회사가 PF대주단으로 참여하는 게 필수적이다. 문제는 최근 유럽재정위기 탓에 유럽 금융회사가 PF 대출을 줄이고 있다는 점이다. 한 금융회사 관계자는 "신흥국인 인도네시아는 장기 자금을 조달하는 게 쉽지가 않다"며 "수출입은행을 비롯한 신용보증기관(ECA)이 금융보증을 상당수 제공한다고 해도 대주단을 꾸리는 게 여의치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5년간 지연됐던 우즈베키스탄의 수르길사업은 본 궤도에 진입했다는 분석이다. 수르길사업은 호남석유화학을 비롯한 한국 컨소시엄과 우즈벡국영가스공사가 합작해 가스전을 개발하고, 화학플랜트를 건설하는 사업이다. 호남석유화학은 지분 22.5%를 보유하고 있다. 당초 이 사업은 우즈벡국영가스공사가 지분출자 비중 축소와 신흥국인 우즈벡에 대한 정치적 불확실성 때문에 금융조달이 수월치 않았다.

하지만 지난해 8월 한국과 우즈베키스탄 당국 간 수르길 개발건설 사업 계약을 맺은 후 급물살을 탔다. 조만간 수출입은행과 무역보험공사가 보증을 제공하고, 독일계 수출신용보증기관(ECA)이 금융조달을 지원할 방침이다.

clip20120112212003
자료:호남석유화학, 한국가스공사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