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회사채 발행 절차, 별로 떨 것 없다" (4)예상 발행 소요 시간 24일 정도...자율성도 많이 부여된 편
서세미 기자공개 2012-01-18 10:04:38
[편집자주]
2012년, 회사채 발행시장에 큰 변화가 예고됐다. 금융당국과 증권업계가 고민 끝에 만들어 낸 제도개선이 본격 시행된다. 사실상 무늬에 그쳤던 대표주관사의 수요예측과 기업실사가 의무화된다. 이로 인해 관행으로 굳어졌던 수수료녹이기나 바터(barter) 등도 사라질 것으로 기대된다. 새로 도입되는 발행절차의 내용은 무엇이고 그로 인해 어떤 변화가 생길 것인지 머니투데이 더벨이 기획시리즈를 마련했다.
이 기사는 2012년 01월 18일 10:0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회사채 발행 제도개선에서 수요예측과 기업실사가 의무화되면서 증권업계와 발행사들이 크게 긴장하고 있지만, 실제로 추가되는 부담은 별로 늘지 않을 전망이다. 대표주관사의 역할이 커진다고 하지만, 그 동안 하지 못했던 역할을 하게 된다는 것이지 추가적인 역할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또 많은 실무에 대해 제도개선의 내용이 강제성을 띄기 보다는 납득할 만한 수준이라면 자율성이 보장되고 있다. 특히 증권업계 입장에서는 수요예측이나 기업실사가 부채자본시장(DCM) 파트에서 소홀했지만 주식자본시장(ECM)에서는 해 오고 있던 사안이라 학습 자체도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지난 13일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금융투자협회가 주관한 '회사채발행 제도개선 설명회'에서 맹학남 삼성증권 IB사업본부 이사의 설명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맹 이사는 기업과 증권사가 가장 부담스러워하는 기업실사에 대해, 대부분의 회사채 발행에서 기업공개(IPO) 수준보다 훨씬 간소화된 형태로 진행될 것으로 내다봤다. 향후 시장의 정보요구 수준이 확대될 수는 있지만 기업실사 도입 초기에는 A등급 위주의 시장에서 IPO만큼의 세세한 실사를 필요로 하지도 않을 것이고, 정책당국에서 과도한 책임이나 역할을 부여하기보다는 자율에 맡기는 방향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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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업실사 길어야 5일…제도 개선후에도 발행 절차 기간은 비슷할 것
전체 회사채 발행에 걸리는 기간은 지금이나 제도개선 이후나 큰 차이가 없을 것으로 맹 이사는 보고 있다. 기업실사에 3~7일 정도, 수요예측에 2일 정도가 소요된다고 하더라도 지금 입찰제안요청(RFP)을 보내고 사전 수요예측하는 데 걸리는 시간과 발행 여유기간까지 고려하면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현재의 관행으로는 RFP를 공고하고 실제 발행일까지 통상 18일 정도가 소요된다. 기업실사와 수요예측이 의무화되고 나면 여기에서 약 5~6일 정도가 추가돼 24일 가량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도 실제 발행일까지 여유시간을 두는 경우가 일반화 돼 있기 때문에 그리 부담스러운 지연은 아니다. 다만 지금은 (기업이 원하기만 한다면) 초고속으로 진행될 수 있는 발행절차가 제도개선 이후에는 물리적으로 어려워질 수 있다.
특히 국내 회사채 시장은 A등급 이상의 발행 비중이 높기 때문에 정식실사가 아닌 체크리스트 방식으로 빠르면 3일 내에 실사를 완료할 수 있다. '체크리스트 방식'은 최근 사업보고서 제출 이후의 주요 변동사항을 중심으로 완화된 범위와 수준으로 진행하는 실사 방식이다. 한편 최근 크레딧 이슈가 발생했거나 신용도가 낮은 기업에 대해서는 대표주관사의 판단에 따라 정식실사를 진행하면 된다.
오히려 발행기간보다 더욱 큰 차이는 발행을 위한 대부분의 절차가 시장에 노출되고, 그 시간도 늘어난다는 점이다. 지금은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기 전까지 수요예측이 사실상 다 이루어지고 대표주관사는 물론 인수단까지 확정된다. 증권신고서 제출 후에는 사실상 추가로 이루어지는 게 거의 없다. 청약과 납입이 남아 있지만 이것 역시 수요예측 후에 이미 결정된 그대로다.
하지만 제도개선 후에는 증권신고서 제출 후에 수요예측이 이루어지고, 인수단이 최종 확정된다. 금리와 물량도 증권신고서가 제출된 이후 확정된다. 사전에는 딜이 노출되기 이전에 모두 확정돼 있었던 것들이 발행이 만천하에 공개되고 나서 결정되기 때문에 보는 눈이 많아지게 된다. 지금의 IPO나 유상증자와 비슷해지는 셈이다. 세간의 눈이 부담스러운 것이지 시간이 부담스러운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기업실사의 주된 이유는 투자자 보호에 있다. 발행사의 분기보고서에 공시 되지 않은 사항들까지도 증권신고서에 반영해 투자자들에게 투명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목적이다. 즉 비공개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IPO와 달리 회사채 관련 실사는 공시된 정보를 바탕으로 수행하되 미공시 정보는 정기적으로 확인하고 공유하면 된다. 발행절차 개선의 실질적인 이슈는 투자자보호에 있는 것이고, 투자자보호에서 신의성실의 의무를 다 하면 되는 것이다.
◇ 대표주관사의 경쟁력은 '시장 내 평판'…강제성보다는 자율성을 존중
실사과정이 예상보다 간소화되면서 기업실사에서 대표주관사 간 경쟁력 차이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대표주관사간 차별화는 RFP 이후 제안서에서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제안서에 담긴 금리·인수 물량 등 발행 조건은 강제성을 지니지 않는다. 모든 발행조건은 수요예측을 통해 시장에서 결정되기 때문이다. 다만 시장 상황에 근거해 얼마나 실제 발행조건과 가까운 조건을 제시할 수 있는지가 증권사의 경쟁력을 좌우할 것으로 예측된다.
맹 이사는 "얼핏 제안서에 제시한 조건이 무의미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여기서 제안한 금리밴드, 발행물량이 증권사의 평판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 관련 트랙레코드(track record)가 나중에 가장 중요한 대표 주관사 선정 기준이 될 것"이라 내다봤다.
전반적으로 이 번 발행제도 개선은 발행사와 대표주관사의 판단에 맡기는 영역이 많다. 강제성보다는 자율성을 골자로 한다. RFP 공고나 증권사 배포 여부는 전적으로 발행사의 판단에 따른다. 대표주관사 선정도 발행사 내부 기준에 따라 결정하면 되고 인수회사 수나 주관사와 인수회사간 업무 분담도 자율적인 판단에 맡긴다. 실사에 참가하고 싶은 인수사가 있을 경우 실사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공동으로 진행이 가능하다.
기업실사가 끝나고 1차 인수계약 체결을 통해 인수회사별 인수금액 배분 방식도 융통성있게 진행된다. 발행사의 기준에 따라 각 증권사의 판매역량, 딜 기여도, 수요 미달 시 역할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배분이 가능하다. 즉 수요예측에 실패로 미매각 물량이 많이 남을 상황에 대비해 미매각 분 처리에 적극적인 인수회사에 더 많은 양을 배정할 수 있다. 딜 기여도를 고려해 대표주관사가 상대적을 많은 양을 배정받을 수 있음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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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연한 만큼 패널티는 분명히
새로 도입하는 제도인 만큼 융통성 있는 규제는 시장에 긍정적인 호응을 이끌어냈다. 하지만 너무 느슨한 나머지 제도 개선의 목적이 퇴색될 것을 우려한 금융당국이 곳곳에 강제성을 띄려는 노력이 엿보인다. 대표적인 예가 금융투자협회 '수요예측 모범규준'에 명시된 '불건전 인수행위를 유발할 수 있는 인수확약서 등 일체의 서류 및 구두 확약은 요청 불가' 항목이다.
맹 이사는 "새로운 제도 아래서는 지금처럼 사전수요 조사를 통해 청약행위를 하거나, 수수료를 녹여서 실제 발행금리보다 더 높은 금리에 발행을 한다거나, 사전매수 예약으로 발행금리와 상이한 조건으로 판매한다거나 등의 행위는 규정상으로는 물론 현실적으로 어렵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대표주관사를 선정한 후에도 주관사를 교체하거나 해지할 수 있지만 대표주관계약은 증권신고서 제출 10영업일 전에 체결해야 하기 때문에 주관사를 바꿀 경우 발행절차가 지체되는 경우가 발생한다. 그 외에도 인수계약체결 시 미매각 분 발생시 처리방안에 대해서 보다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작성을 요구한다던지 대표주관 선정 기준과 이유에 대한 공시를 해야 한다던지 등의 규제도 마련돼 있다. 맹 이사는 "이 번 회사채 발행 제도의 핵심은 기업실사를 통해 투자자에게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하는 등 투명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시장에서 우려하는 만큼 과정이 길어지거나 손이 많이 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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