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평가제도 개선 밑그림 그렸다 독자신용등급 도입·예비평가 결과 공시·크레딧 포럼 등 추진
김효혜 기자공개 2011-12-30 11:54:58
이 기사는 2011년 12월 30일 11:5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내년부터 국내 신용평가사들도 외부의 지원가능성에 의존하지 않는 '독자신용등급'을 공시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기업이 예비로 신용등급을 받아보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버리는 일도 줄어들 전망이다. 신용평가사와 금융시장 참여자의 소통을 한층 제고할 수 있는 크레딧포럼의 탄생도 기대해 볼 수 있게 됐다.3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가 주도해 당국·펀드매니저·크레딧애널리스트 등으로 구성한 신용평가 제도개선 TF가 최근 모든 미팅 일정을 완료한 것으로 확인됐다. TF는 신용평가의 공정성 제고와 발전을 위해 독자신용등급 도입, 예비등급 공시, 크레딧포럼 조성 등을 추진키로 개선안의 방향을 잡았다. 아직은 구상 단계지만 이 같은 밑그림을 바탕으로 금융감독원이 세부안을 만들 방침이다.
이달 중순 실시된 마지막 공식 미팅에서는 국내 신용평가 3사(한국기업평가, 한국신용평가, NICE신용평가) 담당자들을 불러 제도 개선안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금융위 관계자는 "신용평가사들이 제대로 평가를 하고 있는지 자체적으로 평가해봤다"며 "최근 공식적으로 문제점을 파악하는 것을 끝냈고 윤곽을 잡았다"고 밝혔다.
◇ 독자신용등급 공시 제도, 도입 추진…민간 기업에만 우선 적용 검토
가장 뜨거운 이슈는 독자신용등급(Stand-Alone Rating)의 도입이다. 정부나 모기업 등 외부의 지원을 배제할 경우 채무상환능력이 어느 정도 되는지를 평가해 신용등급과는 다른 별도의 기호로 공시할 지 여부다. 신용평가사들이 신용등급을 공시할 때 기존의 등급과 함께 독자신용등급을 동시 표기하자는 게 이 안의 골자다.
독자신용등급 도입에 대해서는 당국의 의지가 강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신용평가사들이 지원 가능성과 자체 상환능력을 평가할 방법론이 모호하고, 기업들의 반발이나 혼란이 강할 것을 우려했다. 특히 재무적인 지원 가능성은 그렇다치고 사업적으로 모그룹과 연계가 깊을 경우 이를 외부의 지원으로 볼 지, 자체적인 능력으로 볼지 애매했다.
그러나 정보공개 확대 등 투자자보호를 위해서는 도입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삼부토건, LIG건설 사태 등 대기업 집단이 부실 계열사를 '꼬리 자르기'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필요성이 더욱 부각됐다.
독자신용등급이 도입되더라도 전체 발행사에 일괄 적용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중앙정부 또는 지방정부로부터 보증 등 재정지원을 받고 있는 공기업의 경우 평가 대상에서 제외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방 공기업의 경우 외부의 지원가능성을 배제할 경우 신용수준이 투기등급에 가깝게 나올 수 있어 공사채 시장에 상당한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고 당국에서 우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선적으로 민간 기업에 한해 독자신용등급 공시를 시행하자는 의견이, 그래서 나왔다. TF팀 한 관계자는 "먼저 민간 사기업에 (독립등급 공시를) 적용하고 순차적으로 공기업과 지방 공사 등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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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급 쇼핑' 막자…예비평가 결과도 공시해야
발행사들의 무분별한 '등급 쇼핑'을 막기 위한 '예비평가 공시 제도' 도입도 추진되고 있다.
예비평가란 발행사가 발행계획을 확정하기 전에 검토 차원에서 신용등급 평정을 의뢰하는 것을 말한다. 실제 채권 발행 과정에서 받는 본 평가와 평정 내용 및 형식은 동일하지만 평정 결과는 의뢰 기업에게만 통보될 뿐 공시되지 않는다.
TF는 투자자에 대한 정보공개 수준 확대와 발행기업의 등급쇼핑을 방지하는 차원에서 예비등급 공시를 제안했다. 일부 기업들이 예비평가 결과가 공시되지 않는다는 점을 이용, 여러 신용평가사에 등급을 의뢰하고 그 중 불리한 결과를 주는 신용평가사에는 본 평가를 의뢰하지 않는 등 악용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해 왔다.
금융위는 이를 바로 잡고자 앞으로는 본평가 의뢰를 받지 않은 신용평가사의 경우 예비평가를 공시토록 하는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다. 예비평가 결과가 공시되면 발행사가 등급 쇼핑을 통해 가장 유리한 등급을 골라 받았다 해도, 투자자들이 다른 신평사들이 내놓는 예비평가 결과를 감안해 투자할 수 있게된다. 이에 금융위는 예비평가 결과를 공시하는 해외 사례들을 검토, 세부 실시안을 논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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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레딧 포럼' 으로 소통의 장(場) 연다
또 정기적으로 포럼을 열어 크레딧 이슈와 신용평가 상황을 점검하자는 의견이 제시됐다. 신용평가사들과 시장 관계자들이 한 자리에 모여 당시의 크레딧 이슈에 대한 의견을 나누는 일종의 공론장을 정기적으로 마련하겠다는 얘기다.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국제 신용평가사들에 비해 시장과의 연계가 매우 취약한 편이다. 이에 시장의 인식이나 불안과는 관계없이 높은 신용등급을 받는 기업들이 늘어왔다. 시장에서는 평가사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날로 높아졌고 시장과의 소통 부재는 국내 신용평가시장의 고질적인 한계로 지적됐다.
신한금융투자 윤영환 상무는 '주먹구구 신용이슈'라는 리포트를 통해 "평가사와 투자자는 물론 신용평가에 관심 있는 다양한 관계자가 참여하여 신용분석 가이드라인을 치열하게 논쟁하는 일종의 광장과 같은 채널로서 가칭 ‘신용평가 포럼'을 생각해봐야 한다"며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신용이슈에 대한 공감대를 찾아가는 모임'을 제안한 바 있다.
금융위는 신용평가사들의 자체 노력만으로는 이 같은 문제점을 개선하기가 쉽지 않다고 판단, 당국이 직접 나서 소통의 기회를 열기로 했다. 다만 당국이 포럼의 전면에 나서기 보다는 후견인의 입장에서 '장(場)'을 조성하는 데까지만 참여하겠다는 방침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큰 그림은 그렸지만 하나하나의 개선안을 도입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문제들이 발생할 수 있다"며 "실제 실행까지는 실무 차원에서 더 많은 검토와 논의가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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