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2년 02월 03일 15:0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중소기업청과 한국벤처캐피탈협회가 설립한 엔젤투자지원센터가 설립된 지 2개월이 지났다. 짧은 시간이지만 출발은 순조롭다. 엔젤투자클럽의 등록 숫자는 목표치에 거의 도달한 상태다. 엔젤매칭펀드를 통한 투자도 벌써 6건이나 신청됐다. 반면 엔젤투자자 대부분이 수도권에 편중돼 있다는 점, 경험이 없는 엔젤투자자가 다수 포함된 점, 확실한 검증체계가 아직 갖춰지지 않은 점 등이 숙제로 남겨져있다. 향후 중기청과 벤처캐피탈협회의 제도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다.

◇엔젤클럽 등록 목표 30개 초과 달성할 듯


1월말 기준 엔젤투자클럽은 15곳이 등록했다. 첨단의료기기에 투자하는 바이오엔젤클럽, 업계에서 인지도가 높은 고벤처엔젤클럽, 소셜마케팅포럼인 SMF엔젤클럽, 연세대 MBA 출신의 연대광화문MBA엔젤클럽 등이 포함돼 있다. 현재 등록 신청을 한 11개 엔젤클럽까지 합치면 26개가 된다. 올해 목표치인 30개 달성은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엔젤매칭펀드 접수도 6건이나 이뤄졌다. 이중 지난해 12월에 신청된 3건의 투자(2억8000만원 규모)가 집행을 앞두고 있다. 모태펀드의 투자적격판정을 통과할 경우 오는 10일 투자가 이뤄질 예정이다. 지난 1월 신청된 3건의 투자(4억3000만원 규모) 역시 내달 10일까지는 투자 여부가 결정된다. 투자 접수 신청 이후 실제 집행까지 걸리는 시간이 40일에 불과하다. 당초 60일로 잡았지만 자금 조달 여력이 없는 초기기업의 사정을 감안해 기간을 단축시킨 것이다.

투자 방식을 살펴보면 엔젤투자자 혹은 엔젤투자클럽이 초기기업에 투자할 경우, 같은 금액을 모태펀드에 매칭해 줄 것을 요청한다. 엔젤투자자가 3억원을 투자히면 모태펀드에서도 3억원을 투자해달라고 제안하는 것이다. 모태펀드는 자사가 90억원, 모태펀드 본계정 1억원, 벤처캐피탈협회와 청년기업가정신재단 4억5000만원 등을 출자해 결성한 총 100억원 규모의 엔젤매칭펀드를 통해 투자한다.

투자는 매칭된 금액을 합해 1회 4억원까지 가능하다. 추가 투자 2억원까지 합치면 6억원이 최대 한도다. 단, 총투자금액은 엔젤투자자는 4억원, 엔젤클럽은 10억원으로 차이가 크다.

벤처캐피탈협회 관계자는 "개인이 활동하는 것보다는 여러 명이 모여 결성한 엔젤클럽에 더 많은 혜택을 준 것"이라며 "엔젤클럽은 엔젤투자자에 비해 검증이 쉽고 협회 차원에서도 관리가 수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벤처캐피탈협회는 향후에도 엔젤클럽 중심으로 엔젤투자지원 사업을 전개한다는 계획이다.


◇수도권 편중 심각·투자자 검증도 쉽지 않아

단기간에도 불구하고 엔젤투자지원센터의 성과가 상당하지만 향후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우선 엔젤클럽의 수도권 편중이 극심하다. 등록된 15곳 중 14곳이 서울(13곳)과 경기도(1곳)에 위치해 있다. 지방은 강원도에 위치한 프라이밍워터엔젤클럽이 유일하다. 전체 엔젵투자자 529명 중에서도 수도권 출신이 458명으로 86.5%에 달했다. 중기청에서도 이를 고려해 지방 벤처기업을 대상으로 투자유치 IR을 벌이고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엔젤투자자 중 다수가 투자경험이 없다는 점도 불안요소다. 529명 중 68.9%인 365명이 투자경험이 전혀 없다. 투자 부실화가 우려되는 부분이다. 엔젤투자는 리스크가 커 다양한 투자 경험이 필수적인 분야다. 물론 엔젤투자를 단순히 성공과 실패라는 획일화된 잣대를 적용시키는 것 자체가 맞지 않다는 의견도 많다.

엔젤투자자에 대한 검증이 쉽지 않다는 점도 해결해야 할 부분이다. 엔젤투자자 혹은 엔젤클럽은 등록할 시 자신의 투자 이력을 직접 작성한다. 과거 부실화된 투자 혹은 도덕적 문제가 불거진 투자를 본인이 얼마든지 감출 수 있다. 벤처투자 뿐 아니라 엔젤투자도 아직 투자이력제도가 자리 잡지 않은 탓이다.

벤처캐피탈협회 역시 이 점을 인정하고 있지만 현재로선 제도 개선이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벤처캐피탈협회 관계자는 "일단은 위축된 엔젤투자 시장을 육성하기 위해 엔젤투자자와 엔젤투자클럽 숫자를 늘리는 것이 우선"이라며 "엔젤투자의 경우 투자 적격성 여부를 판단한다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