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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실사 한달…발행사-IB 달라진 역학관계 <13>바터, 특정 증권사 몰아주기 관행 축소…주관사 선정 '신중'

황철 기자공개 2012-03-12 16:48:13

[편집자주]

2012년, 회사채 발행시장에 큰 변화가 예고됐다. 금융당국과 증권업계가 고민 끝에 만들어 낸 제도개선이 본격 시행된다. 사실상 무늬에 그쳤던 대표주관사의 수요예측과 기업실사가 의무화된다. 이로 인해 관행으로 굳어졌던 수수료녹이기나 바터(barter) 등도 사라질 것으로 기대된다. 새로 도입되는 발행절차의 내용은 무엇이고 그로 인해 어떤 변화가 생길 것인지 머니투데이 더벨이 기획시리즈를 마련했다.

이 기사는 2012년 03월 12일 16:4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회사채 발행 제도를 손본 지 한 달여가 지났다. 기업실사·수요예측 등 전례 없던 제도를 도입한 만큼 잡음과 혼란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2월 의무화한 기업실사는 시행착오 속에서도 조금씩 자리를 잡으며 잘못된 시장 관행을 바꿔 나가고 있다.

대표주관사의 역할이 커지자 발행사·IB간 역학구도에 조금씩 변화가 발생했다. 대형 증권사 중심으로 인력 확충, 리서치 능력 배양에 주력하자 기업들도 대표주관사의 역할을 인정하기 시작했다. 가장 좋은 조건을 제시하거나 기존 거래관계에 있던 IB보다는 실질적인 대표주관 능력을 갖춘 증권사를 조달 파트너로 삼는 사례가 늘었다. 바터 거래가 줄어들고 대표주관사에 수수료를 통해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는 경우도 목격됐다.

특히 금융당국이 정책 의지를 갖고 타이트한 사후관리에 나서고 있는 것도 시장 변화에 일조했다. 최근 증권신고서 정정 사례가 부쩍 늘어난 것은 제도 개선 의지가 구호성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의지의 표현으로 풀이된다.

◇ '3S 체제' 붕괴?… LG그룹·우리투자증권 관계도 변화 조짐

기업실사 의무화 이후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난 현상은 국내 IB의 역할 재정립과 이들을 보는 시각의 변화다. 무엇보다 발행사에 과도하게 집중해 있던 힘의 불균형이 조금씩 제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이름뿐이던 대표주관사가 듀 딜리전스(Due-Diligence)를 통해 일정부분 역할을 수행하자 발행사도 조달 파트너 선정에 신중을 기하기 시작했다. 기업·업종 분석, 시장 리서치, 도큐멘테이션 등 실질적인 자문 능력을 갖춘 IB와 대표주관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가 늘었다. 이 과정에서 기업실사 평가 능력이 떨어진다는 평을 받은 증권사를 인수단에서 배제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A발행사하면 B증권사'와 같은 등식에 균열이 일고 있다. 회사채 시장에서 '3S 체제'로 통하는 SK·삼성·신한의 끈끈한 릴레이션십의 변화가 대표적이다. 여전히 절대 물량에서는 바터를 의심받을 만하지만 최근 들어 타 증권사가 그룹 회사채의 대표주관을 맡는 일이 빈번해 졌다.

대표주관(3월9일)

삼성그룹은 올해 총 1조68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이중 1조3000억원은 여전히 SK증권의 몫이었다. SK그룹도 9300억원의 물량 중 7200억원 어치를 삼성증권에 몰아줬다. 신한금융그룹 회사채 1300억원 중 1000억원도 삼성증권이 대표주관했다.

하지만 시계열로 따지면 이같은 구도에 미묘한 변화가 감지된다. 기업실사를 본격화한 2월 중순 이후 SK그룹 딜 3건 중 2건(SK케미칼, SK해운 총 2100억원)은 한국투자증권에 돌아갔다. 지난해만해도 한국투자증권은 SK그룹 딜을 단 한건도 따내지 못했다. 삼성증권은 SK가스 1000억원짜리 딜을 대표주관했을 뿐이다.

삼성그룹 두건의 딜도 SK증권과 현대증권이 양분했다. SK증권은 실사 초기인 2월14일 발행한 삼성중공업 7000억원 짜리 빅딜을 대표주관하며 돈독한 릴레이션십을 과시했다. 하지만 기업실사 의무화가 어느정도 자리를 잡은 이후 나온 삼성카드 딜(3월9일 발행)은 현대증권이 따냈다.

전통적 우호관계에 있던 LG그룹과 우리투자증권의 관계도 소원(?)해졌다. 올해 LG그룹은 7600억원 어치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이중 6100억원을 우리투자증권이 대표주관했다. 하지만 2월 중순 이후 우리투자증권은 철저히 LG그룹 딜에서 배제되고 있다. 3월5일 발행한 LG CNS 딜은 KB투자증권이 대표주관했고 LG상사(3월8일) 역시 한국투자증권을 조달 파트너로 삼았다. 우리투자증권에는 RFP조차 돌리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GS그룹도 IB와의 관계 설정에 변화를 줬다. 지난해 그룹 채권의 절반 가량(금액 기준)을 대표주관했던 KB투자증권은 올해 단 한건의 딜도 따내지 못했다. 대신 IB사관학교라는 별명을 가진 대우증권에 대표주관을 몰아줬다. 대우증권은 4500억원 어치의 발행물 중 3500억원의 딜을 따냈다. GS에너지, GS EPS 등 이달 중순 발행될 회사채 대표주관도 맡았다. 30일 발행할 GS칼텍스 5000억원 어치 채권은 대신증권의 몫으로 돌아갔다.

◇ 대표주관수수료 등장, 역학 구도 변화

대표주관수수료의 등장도 발행사·IB간 역학구도의 변화를 단적으로 드러내는 사례다. 특히 GS에너지·GS EPS·대신증권 등 AA급 이상 우량사의 수수료 지급은 IB에 대한 기업의 인식이 크게 바뀌고 있음을 보여준다.

현재 대표주관수수료를 지급한 회사는 두산건설·대신증권·코오롱글로벌·한솔테크닉스·한신공영·화인파트너스·GS에너지·GS EPS 등 8곳(발행 예정분 포함)이다.

수수료(3월9일)

동양증권은 화인파트너스·한신공영·코오롱글로벌·두산건설 등 4개 기업으로부터 총 1억9000만원의 수수료를 수취했다. 평균 수수료율은 8bp 정도다. KB투자증권도 한솔테크닉스로부터 2000만원(10bp)의 대표주관수수료를 받았다. 이들 발행사는 모두 건설·부동산개발 등 고위험업종에 포진하며 자기 등급 내에서 디스카운트 수준이 높은 기업들이다. 회사채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적고 유동성 또한 풍부하지 않다. 투자자 모집 과정에서 IB에 대한 의존도가 높을 수밖에 없는 구조.

3월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GS에너지·GS EPS·대신증권의 대표주관수수료 지급이 더욱 의미있게 다가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대우증권은 이들 회사채의 대표주관을 맡아 1억3000만원의 수수료를 받기로 했다. GS그룹 채권의 평균수수료율은 1bp에 불과했지만 국내 굴지의 대기업 계열사로부터 주선사의 역할을 인정받았다는 데 의미가 크다. 대우증권의 우량채 대표주관수수료 수취는 기업-증권사가 진정한 조달 파트너로 자리잡는 계기를 만들 수 있다는 기대 또한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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