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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건설과 아시아나항공의 몽니

배장호 M&A팀장공개 2012-03-15 10:32:03

이 기사는 2012년 03월 15일 10:3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한통운의 재무적 투자자(FI)들과 옛 주주들 간에 때아닌 풋옵션 이자 논란이 일고 있다. 옛 주주는 특정 기간 이자는 쳐줄 의무가 없다 하고, FI들은 "무슨 소리냐"며 펄쩍 뛰고 있다.

해당 풋옵션(Put Option)은 금호아시아나 그룹이 2008년 대한통운 인수 당시 자금 조달을 위해 끌어들인 투자자들과 맺은 계약으로, 약정한 시일에 미리 정한 이자를 쳐서 되팔 수있는 FI들의 권리다.

여기서 풋옵션 권리자인 FI는 우정사업본부, 유진자산운용PEF, 칸서스파트너스PEF 등 세곳이고, 의무자인 옛 주주는 대우건설과 아시아나항공이다. 문제되고 있는 특정기간 이자는 풋옵션 행사 이후부터 이행시까지 최대 6개월간 발생하는 이자를 의미한다.

이 풋옵션은 이달 14일부로 행사 시한이 도래했다. 이날부터 한달 내에 FI가 대우건설과 아시아나항공에 대해 권리를 행사하면 두 기업은 행사일로부터 6개월 내에 FI 보유 대한통운 지분을 미리 정한 조건에 되사야 한다. 대우건설은 FI 투자원금에 연 9%의 이자를 가산한 가격, 아시아나항공은 연 9.7%를 가산한 가격이다.

만약 FI가 권리 행사 첫날인 14일 풋옵션을 행사하고 당일 의무를 이행한다 가정하면 대우건설은 대한통운 주식 114만2239주를 1주당 25만9000원 내외 가격에, 아시아나항공은 47만8147주를 1주당 26만5000원 내외 가격에 FI로부터 사들여야 한다. 현재 대한통운 주가는 8만2500원.(14일 종가) 시가보다 3배 넘는 가격에 되사야 하다니 이들 두 기업들로선 속이 쓰릴 만도 하다.

FI들의 선택에 따라 풋옵션 부담을 피해갈 수도 있었다. FI들은 대우건설과 아시아나항공에 대해 풋옵션을 보유하고 있었던 동시에 대한통운 인수자인 CJ그룹에 대해 테그얼롱(Tag-along) 옵션도 가지고 있었다. 만약 FI들이 테그얼롱을 택했다면 속쓰릴 일도 없었을 것이다.

속은 쓰리지만 계약은 계약인지라 지켜야 한다. 대우건설과 아시아나항공 모두 풋옵션 의무를 이행 못하겠다고 버티지도 않았다.

하지만 뒤틀린 심사를 가라앉히기는 쉽지 않았던 모양이다. 대우건설과 아시아나항공 모두 FI들에 대해 옵션 의무 이행 시한 마지막날인 10월에 대한통운 주식을 매수하겠다고 통보했다고 한다. 그것도 옵션 행사부터 이행까지의 6개월 기간 동안 이자에 대한 합의 사항이 없으니 해당 이자분은 이행 의무가 없다고 선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느닷없는 선언에 FI들은 어이없어 하고 있다. 풋옵션을 최대한 늦춰 이행하겠다고 미리 통보한 게 "사정이 이러저러 하니 양해를 구한다"는 게 아니라 "약올라 바로는 못해준다"는 의미로 FI들은 받아들이고 있다.

더욱이 이행시까지의 이자를 못 주겠다고 한 것도 '몽니'로 밖에 안 보인다고 토로한다. 그 6개월간의 이자가 작은 금액도 아니다. 대우건설과 아시아나항공 지급분을 합치면 200억원에 육박한다. 가장 큰 FI인 우정사업본부에겐 이 이자가 나랏돈이기도 하다.

대우건설과 아시아나항공 측은 계약서상에 이 기간 이자에 대한 별도의 약정이 없기 때문에 이행 의무가 없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FI측은 별도의 약정이 없더라도 당연히 계산되야 하는 것이 사회통념에 부합한다고 맞선다.

이 이자 부분의 권리와 의무에 관해서는 계약 당사자와 법률가들이 다툴 영역인지라 제 3자 입장에서 가타부타 하고 싶진 않다.

하지만 이번 사안의 경우 계약 의무자가 권리자에 대해 성심껏 의무를 이행할 마음이 없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밝히기 어려운 당사자간의 복잡한 사정이나 연유가 있을 수 있겠지만, 합리적 이유없이 풋옵션 이행을 최대한 늦추겠다며 권리자를 자극한 것은 다분히 의도적이라고밖에 보여지지 않는다.

모든 거래가 당사자 모두에게 이익이 되지는 않는다. 결과적으로 일방이 손해를 보는 거래도 부지기수다. 그럼에도 모든 계약은 지켜져야 한다. 그것도 신의에 등돌리지 않고 성실하게 지켜져야 한다. 그래야만 온갖 거래관계로 이뤄진 시장 시스템이 지켜질 수 있다는 사실을 상기해야 한다. 'pacta sunt servan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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