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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우리는 글로벌 기업"…한국色 지우기 구글·시스코를 피어그룹으로

한희연 기자공개 2012-04-03 17:16:40

이 기사는 2012년 04월 03일 17:1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전자는 글로벌본드 발행에서도 다른 국내 기업과 '격'이 달랐다. 국제 신용등급은 국가 등급의 굴레에 막혀 A등급(S&P 기준)을 받았지만, 흥행과 금리로 보면 미국의 동일 등급 기업을 압도했다.

글로벌본드 발행을 추진할 때부터 자신감이 남 달랐다. 일부에서 '오만하다(arrogant)'는 원망을 듣기도 했지만 홍콩 등 아시아지역 투자자를 배제하고 바로 본거지인 미국 시장으로 직행했다. 애초부터 정부 외평채에 적용되는 것보다 낮은 금리로 발행할 것을 당연시 하는 분위기.

처음에는 '그래도 한국 기업인데…' '사실상 데뷔 발행인데…'하며 아무리 삼성전자라도 수업료를 지불해야 할 것이라는 예상도 있었지만, 결국 삼성전자 뜻 대로 딜이 끝났다.

화려한 등장의 배경에는 철저한 준비가 필수적이다. 이번 삼성전자 채권 역시 확실한 타깃 투자자 선정과, 전략적인 마케팅이 자리하고 있다는 평가다.

◇ 삼성, '국가' 안에 갇히기는 거부한다…'한국색' 빼내기

3일 새벽 삼성전자는 뉴욕시장에서 10억 달러 규모의 5년만기 글로벌 본드를 발행했다. 삼성전자 미국 현지법인(SEA: Samsung Electronics America Inc.)이 발행하는 채권으로, 삼성전자 본사(SEC: Samsung Electronics Co. Ltd.)가 지급보증을 하는 형태다. 삼성전자가 국제채권 시장에 등장한 것은 외환위기가 임박한 지난 1997년 이후 15년 만이다.

프라이싱 결과 총 168개 기관에서 43억7000만 달러 규모의 주문이 몰렸다. 발행금리는 '5년만기 미국 국채 수익률(T)+80bp'로 결정됐다. 쿠폰금리는 1.75%이며, 만기일드(Yield)는 1.827%다. 국내에서는 이 수준에 명함을 내밀만한 기업이 없다. 심지어 정부가 발행하는 외국환평형기금채권보다도 금리수준을 대폭 낮췄다.

외평채 삼성전자 CDS프리미엄 추이

삼성전자 채권은 나오기 전부터 정부의 외평채와 종종 비교됐다. 삼성전자의 국제신용등급은 정부 신용등급과 같은 'A'(S&P기준)다. 삼성전자의 해외 인지도 등을 감안하면 정부채권을 넘어설 수 있다는 논리와, 기업도 결국 국가안에 있기 때문에 정부를 넘어서지 못할 것이란 의견이 팽팽히 맞섰던 것이 사실이다.

삼성전자는 이번 채권 발행에 앞서 철저히 '한국'색을 빼기로 했다. '한국의 삼성전자'가 아닌 '글로벌 기업 삼성전자'가 더 유리할 것으로 판단했던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기업으로 접근할 경우, 삼성전자의 피어그룹은 더 이상 국내에 존재하지 않는다.

대신 구글(Google Inc.: AA-, 안정적), 텍사스인스투르먼트(Texas Instruments Inc.: A+, 안정적), 인텔(Intel Corp.: A+, 안정적), 시스코(Cisco Systems Inc.: A+, 안정적), IBM(International Business Machines Corp.: A+, 안정적), 델(Dell Inc.: A-, 안정적), HP(Hewlett-Packard Co.: BBB+, 안정적), 소니(Sony Corp.: BBB+, 부정적) 등(S&P기준) 등의 기업들이 그 대상이 될 수 있다.

실제로 지난 2일 오후 삼성전자의 최종 발행 금리가 얼마로 결정될지 의견이 분분했던 상황에서 한 투자자는 "구글이나 시스코 등이 채권을 발행한다고 할 때 'T+60~70bp'정도로 추정할 수 있는데, 삼성전자가 발행한다면 여기에 조금 더 얹어 준다고 생각하면 될 것"이라고 예상하기도 했다.

투자자들에게 최대한 글로벌 기업으로 어필하고자 했던 노력은, 지난달 26일부터 일주일간 진행됐던 넌딜로드쇼 과정에서도 엿볼 수 있다. 투자자에게 제공하는 프레젠테이션(PT)의 발표자로 모두 외국사람을 내세운 것이다. 투자자들에게 글로벌 삼성전자의 이미지를 뚜렷하게 각인시키는 포석이었다.

삼성전자의 의도는 적중했다. 외국인이 진행하는 PT에서 투자자들은 '한국'이라는 이미지를 쉽게 연결시킬 수 없었다. 한 투자자는 이런 모습이 '아주 인상적'이었다고 전했다.

◇ 같은 'Tech'기업군에서도 돋보이는 사업구조, "펀더멘털로 평가해달라"

글로벌 기업만을 강조한다고 해서 모든 기업이 조달금리를 낮출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다른 글로벌 경쟁사들과는 다른 자신만의 매력을 찾아야 한다. 삼성전자의 매력 포인트는 다각화된 사업 포트폴리오와 각각의 사업이 수익을 고루 내고 있는 점이다.

삼성전자 사업보고서에는 △디지털 TV, 모니터, 프린터, 에어컨 및 냉장고 등을 생산/판매하는 디지털미디어 사업 △3G폰, 스마트폰 등 HHP, 통신시스템을 생산/판매하는 정보통신 사업 △메모리 반도체, 시스템 LSI 등의 제품을 생산/판매하고 있는 반도체 사업 △TV, 모니터, 노트북 PC용 LCD 디스플레이 패널 및 모바일용 AMOLED 패널 등을 생산/판매하고 있는 LCD 사업을 주요 사업으로 소개하고 있다.

디지털미디어와 정보통신 등 완제품과 반도체와 LCD 등 부품부문이 모두 포함돼 있는 포트폴리오다. 휴대폰이나 컴퓨터, 소프트웨어 등 어느 한 부분에 집중돼 있는 기업이 아니기 때문에 '도대체 뭘 하는 기업이냐'고 물어본다면 딱 한 부분을 꼬집어 답할 수는 없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그만큼 외부 충격에 대한 대비가 충분하다는 의미가 된다.

삼성전자는 이 점을 십분 활용한 것으로 보인다. 같은 테크(Tech) 산업군의 기업이더라도 삼성전자와 같은 사업 다각화를 이루고 있는 곳이 없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특정 사업 분야가 경기 사이클 상으로 침체를 보일 때, 이 부분에 주력하는 회사라면 당연히 기업 전체에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삼성전자처럼 사업군이 다변화 돼 있다면 한두 부문의 사업군이 흔들리더라도 다른 부분에서 이를 상호보완 할 수 있다. 게다가 삼성전자는 각 사업의 수익성도 골고루 양호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크리스 박 무디스 애널리스트는 최근 한 세미나에서 "삼성전자는 특정한 한 두 개 핵심 산업에서 실적이 악화되더라도 회수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고 언급했다.

이번 채권 발행에 앞서 등급을 평정하면서 S&P는 "삼성전자 등급은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디스플레이패널, TV 및 휴대폰 등 대부분의 핵심사업에서 보유하고 있는 양호한 시장입지를 반영하고 있다"며 "삼성전자는 우수한 기술력과 브랜드 파워를 기반으로 강력한 수익성 및 견고한 재무건전성을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S&P는 "삼성전자가 우수한 자본구조를 유지하면서 대규모 자본적 지출을 충분히 충당할 수 있는 수준의 양호한 영업현금흐름을 창출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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