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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랜B는 '빅딜'? ④IPO무산 가능성·세금부담에 상속 어려워…KB금융·신한지주와 빅딜 가능성

민경문 기자공개 2012-05-29 10:59:04

이 기사는 2012년 05월 29일 10:5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신창재 회장은 재무적 투자자(FI)들의 요구대로 교보생명의 기업공개(IPO)를 진행할 수 있을까.

대우인터내셔널과 캠코가 보유한 교보생명 지분을 인수하려는 사모투자펀드(PEF) 입장에서 최대 관건은 단연 엑시트(투자금 회수)다. 본입찰(29일) 전이지만 신 회장 측과 IPO보장 조건을 둘러싸고 물밑 협상을 벌이고 있는 이유다.

문제는 약속된 IPO가 향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다. 시장 상황 악화에 따라 IPO 일정이 예정보다 불가피하게 늦어질 수는 있다. 하지만 여건이 마련된 상태에서 신 회장 측이 지분율 하락을 우려해 맘을 바꿔 먹는다면 PEF 입장에선 난감할 수밖에 없다. 자칫 소송으로 번질 수도 있다.

신 회장은 지난 2010년 IPO를 위한 특별추진팀(TF)을 만들기도 했지만 실질적으로 진척된 것은 없었다. 당장 자금 확충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데다 삼성생명, 동양생명 등 증시에 상장해 있는 생명보험사들의 주가가 좋지 않다는 게 표면적인 이유였다.

PEF들은 IPO 무산 가능성을 대비한 플랜B를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코세어, 핀벤처스 등 기존 FI들까지 연합전선을 구성해 신 회장을 압박한다고 해도 적대적 인수합병(M&A)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는 게 중론이다.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을 둘러싸고 해외 PEF에 대한 국내 정서가 좋지 않은 데다 금융당국의 대주주 변경 승인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업계에선 교보생명 경영권을 둘러싼 '빅딜'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점치고 있다. 비은행 부문 강화를 노리는 대형 금융지주사가 교보생명을 인수한다는 시나리오다. 신 회장 측이 이들에 경영권 매각을 시도한다면 FI들은 ‘태그얼롱(Tag-along)' 권리를 행사해 동반 매각을 성사시킬 수 있다.

인수 후보 1순위는 단연 KB금융지주다. KB금융은 비은행 부문 포트폴리오 다각화와 시너지 창출을 위해 생명보험사 인수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 그룹에서 국민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이 90%를 넘는데다, KB생명이 생보업계 중하위권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4조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ING생명 한국법인 인수에 공을 들이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만약 ING생명 인수에 실패한다면 당연히 업계 3위 교보생명에 눈을 돌릴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KB금융은 신 회장이 보유한 교보생명 지분과 자사의 신주를 맞교환하는 형태의 주식스왑(equity swap)을 추진한 적이 있다.

신한금융지주도 계열사인 신한생명이 자산 기준으로 생보업계 8위 수준에 그치고 있는 만큼, 덩치를 키우기 위해 교보생명 인수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만약 대한생명이 동양생명을 인수하고, KB금융이 ING생명을 사들이면 신한생명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수밖에 없다. 신한지주가 교보생명을 인수할 경우, 자산 규모는 80조원에 육박해 삼성생명에 이어 ‘넘버 2'로 올라서게 된다. 신한지주도 주식스왑 형태로 신 회장과의 딜을 고려했지만, 여러 이유로 무산됐다.

이 같은 빅딜은 신 회장 입장에서도 '최후의 수단'으로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현재 60세(53년생)인 신 회장이 언제까지 경영 일선에 있을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결국 보유 지분을 상속해야 하는데 문제는 수천억 원의 상속세를 부담할 여력이 없다는 점이다.

수출입은행이 갖고 있는 교보생명 지분(5.9%)은 2003년 교보생명 창립자인 신용호 전 회장이 타계한 뒤 신 회장 등 유족들이 상속세로 정부에 물납한 것이다. 이번에도 물납을 통해 상속을 시도한다면 추가적인 지분율 하락은 불가피하다.

투자은행(IB) 관계자는 "FI들이 이사회에서 신 회장을 압박할 것이 불 보듯 뻔한 상황인 만큼 신 회장의 입지는 더욱 위축될 수밖에 없다"며 "차라리 경영권 매각을 통해 자금을 회수하는 방안을 택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PEF로서도 이 같은 동반 매각은 어쩌면 IPO보다 확실한 엑시트 플랜일 수 있다. 교보생명에 눈독을 들이는 금융지주사들끼리 경쟁을 붙이면 주당 30만~40만원까지 받아낼 수 있을 거란 전망도 나온다. 모두가 윈윈하는 구조가 되는 셈이다.

PEF 관계자는 "새롭게 교보생명 지분을 인수하려는 FI 입장에선 신 회장이 경영권 매각에 반대할 경우를 대비해 주주간 협상에서 드래그얼롱(Drag-along) 조항을 넣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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