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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AC의 실패, 벤처캐피탈의 한숨

강철 기자공개 2012-05-30 08:39:45

이 기사는 2012년 05월 30일 08:3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벤처캐피탈의 주요 업무는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조합 결성을 위한 출자금 조달, 투자할 기업의 소싱(Sourcing) 및 투자 집행, 마지막으로 투자금의 회수(엑시트)다.

이 중 투자금의 회수는 벤처캐피탈의 업무를 마무리 짓는 중요한 과정이다. 투자금의 회수가 이뤄져야 조합의 청산이 가능하고, 수익률에 따른 성과보수(Incentive)를 받을 수 있다. 따라서 벤처캐피탈은 투자금 회수를 위한 다양한 루트를 찾기 위해 항상 고민한다.

2009년 12월 SPAC(Special Purpose Acquisition Company) 제도가 처음 국내에 도입됐을 때 벤처캐피탈 업계의 반응은 뜨거웠다. IPO와 M&A가 전부였던 회수 시장에 새로운 엑시트 모델이 등장했다는 기대에서였다. 기 투자 업체를 SPAC과의 합병을 통해 합법적으로 상장한 뒤 투자금을 회수하는 구조는 직상장과 비교해 시간과 비용의 절감 측면에서 매력적이기도 했다.

다수의 벤처캐피탈이 SPAC 설립에 동참했다. 여기에는 대부분의 SPAC이 합병 대상 기업의 업종을 '신성장 동력' 분야로 선정한 점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2011년 12월 기준으로 상장 SPAC 22곳에 20개가 넘는 벤처캐피탈이 발기인으로 참여했다.

하지만 SPAC은 벤처캐피탈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 2012년 5월 현재 최종 합병에 성공한 SPAC은 4곳에 불과하다. 합병 기업을 찾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10곳이 넘는 SPAC이 아직 합병 대상을 찾지 못했다.

주주총회에서 기관투자가의 반대로 합병이 무산되는 경우도 많았다. SPAC을 둘러싼 제도나 투자자 성향 등의 외부적인 제약이 SPAC의 목적인 인수합병 추진에 큰 걸림돌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그나마 합병에 성공한 SPAC도 주가가 합병가액을 하회하면서 벤처캐피탈의 투자금 회수 창구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는 점도 문제다. 이는 제대로 된 SPAC 합병 사례가 아직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국내 첫 SPAC 합병 사례로 주목 받았던 화신정공은 합병 이후 주가가 합병가액을 넘긴 적이 없다. 두 번째 사례였던 알톤스포츠의 경우 상장 직전 상환전환우선주(RCPS)를 투자했던 벤처캐피탈들이 주가가 상승의 기미가 보이지 않자 투자 지분 절반을 상환 청구했다.

이에 대해 증권업계 관계자는 "합병 대상 기업의 성장성을 시장에서 냉정하게 평가하고 있는 것"이라 설명한다. SPAC이 합병에 성공했다고 무조건 주가가 오른다고 봐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SPAC 제도가 도입된지 이제 2년이 조금 지났다. 지금까지 상황만 놓고 봤을 때 SPAC 역시 프리보드나 세컨더리 펀드처럼 성공하지 못한 엑시트 모델이 될 가능성이 많다.

SPAC이 성공적인 엑시트 창구로서 평가 받기 위해서는 청산 전 합병 완료, 합병 후 주가 부양 등의 확실한 성과를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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