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맹희의 '반격 카드' 핵심은? 87년 삼성전자 주주명부·차명재산 관리하던 증인 등 확보 관건
문병선 기자공개 2012-06-05 14:23:06
이 기사는 2012년 06월 05일 14:2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1차 심리에서 이건희측은 재반박하기 쉽지 않은 논리를 내세우며 원고(이맹희 등)측을 압박했다. 공은 소송을 제기한 이맹희에게로 돌아갔다. 이맹희가 동생 이건희의 반박 논리에 대응해 공동상속권리를 입증할 어떤 새로운 증거와 재반박 논리를 내밀지에 따라 소송의 '홈런' 여부가 결정된다.그 첫번째 반박 증거로는 1987년 이병철의 타계 직후 삼성전자와 동방생명의 주주 명부가 될 가능성이 높다. 원고(이맹희)측은 이병철의 '차명주식'이 1987년 이건희로의 경영권 승계와 연관이 없다는 불(不)연관성, 그래서 그 '차명주식'은 공동상속재산이어서 소송이 합당하다는 이유 등을 먼저 입증해야 한다. 이를 입증하기 위해서는 1987년의 주주명부가 필수다.
◇1987년의 삼성전자 주주명부, 국내 기관투자가와 우호관계 여부
1987년의 삼성전자 주주명부는 현재 알려진게 없다. 이건희가 지분 약 3.3%를 가지고 있었고 그를 포함한 특수관계인이 8.13%의 지분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 게 전부다. 이 사실은 이병철에서 이건희로의 '경영권 승계'가 '기명주식+차명주식'을 포괄적으로 포함하고 있을 개연성을 높인다. 8.13%의 지분율로는 지배력이 불안하기 때문에 '차명주식'도 함께 승계했다고 보는 것이다.
이를 반박하기 위해서는 그 당시의 정확한 주주명부를 원고측은 구해야 한다. 그리고 주주명부를 기초로 8.13%의 지분율을 훨씬 상회하는, '차명주식'을 빼고도 이건희 영향력 하의 지분 구조가 형성돼 있다는 것을 밝혀야 한다. 그래야 이맹희에게는 유리한 증거다.
정황상 이맹희에게만 불리하진 않을 수 있다. 그 당시 이건희가 10%의 지분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동방생명은 국내 여러 시중은행의 최대주주다. 구체적으로 동방생명은 조흥은행, 상업은행, 한일은행, 서울신탁은행 등의 최대주주 또는 주요대주주로 이름을 올렸다. 그리고 이들 은행은 삼성그룹 계열사 지분을 두루 갖고 있었다. 서울신탁은행은 삼성물산의 최대주주(18.6%)였다. 장기신용은행은 전주제지의 최대주주(9.3%)였다. 상업은행은 안국화재의 지분 2%를 가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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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봤을 때 시중은행들이 삼성전자의 지분도 가지고 있었을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이는 곧 '차명주식'을 빼고도 이건희가 기관투자가를 중심으로 한 우호지분을 특별한 제휴관계 하에 광범위하게 확보하고 있음을 시사해준다.
다시 말해 이건희는 이병철의 '차명주식'이 없었어도 삼성그룹을 이런 우호지분의 도움을 받아 '충분히' 지배할 수 있었다는 결론이다. '경영권 승계=기명주식+차명주식'이 아니라 '경영권 승계=기명주식'일 뿐이다. 차명주식은 지배력 승계와 별개이므로 이건희로의 승계물이 아닌 공동상속재산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를 입증하기 쉽지 않다. 그 당시 기록을 구하기가 먼저 어렵다. 그리고 확보했다 하더라도 은행이 아닌 삼성그룹 비서실 임직원이 주종을 이루는 주주명부가 나오면 국면은 달라진다. 이 가능성도 없지 않다. 그 예가 동방생명(삼성생명)이다. 1999년 참여연대에 의해 알려진 1998년 기준 삼성생명 주주명단을 보면 40%에 육박하는 지분을 삼성그룹 전현직 임직원이 갖고 있었다. 그보다 10년전이긴 하지만 1987년의 삼성전자도 은행 등 우호세력이 보유한 지분보다 이건희가 차명주식으로 갖고 있었던 지분이 훨씬 더 많았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이병철 차명주식 관리자 증인 확보가 관건
두번째로 원고측은 이건희가 2009년초 실명전환한 삼성전자 주식이 이병철의 차명주식이었음을 입증해야 한다. 이 주식은 이번 상속권 회복 청구 소송의 직접 대상물이기도 하다. 이건희측은 이 주식을 "선대회장이 물려준 삼성전자 주식을 이미 처분했고 이건희가 별도로 사뒀던 주식"이라고 주장한다. 이 논리를 깰만한 증거자료나 증인을 내놓아야 하는 것이다.
원고측 소송 대리인인 법무법인 화우는 2008년 삼성 비자금 사건 관련 특검 수사 기록을 요청했다. 말로만 떠돌던 '차명주식'의 존재를 실제 '팩트'로 등장시킨 수사 결과이기 때문이다. 또 이 수사결과가 나온 지 약 10개월 후 이건희는 실제 삼성전자 주식 225만여주를 '실명전환'한다고 공시했었다.
그래서 당시 이건희의 실명전환 주식은 일반에 '이병철의 차명주식'으로 알려지게 됐다.
하지만 어려움은 여기에도 있다. 특검 기록에는 "(차명주식의) 자금원을 명확히 밝힐 수는 없으나 이 회장(이건희 지칭) 쪽은 선대 회장(이병철)으로부터 물려받은 상속재산을 '관리하고 있는 재산'이라고 주장하고 있다"라고만 결과를 기록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차명주식이 이병철의 것이었는지, 이건희의 것이었는지를 가리기 버거웠다는 방증이다.
이 때문에 이맹희는 특검도 밝혀내지 못한 진실을 찾는 숙제를 안고 있다. 이병철의 차명주식을 관리하던 관계자를 확보해 증인으로 내세우거나, 특정 차명주식의 계좌 추적 자료 등을 확보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의 상속포기 요구 문서에 담긴 의도 파악
마지막으로 원고측은 2009년에야 비로소 이건희가 '참칭상속인'이 됐던 사실관계, 결과적으로 제척기간이 도과하지 않았다는 점을 입증하기 위한 자료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쉽게 풀면 "이맹희는 부친 타계 후 차명주식의 존재 사실을 몰랐고 따라서 해당 주식이 공동상속재산인지를 모를 수 밖에 없고, 공동상속권리의 침해 여부를 알지 못했다"는 점을 입증하는 것이다.
몰랐다는 사실은 어떻게 증빙해야 할까. 이맹희측은 차명주식이 공동상속재산임을 알게 됐던 증빙자료를 제출하는 것으로 그 이전에 몰랐다는 사실을 우회적으로 입증하려 한다.
원고측은 이미 관련 자료를 재판부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자료는 국세청에서 삼성가 2세들에게 보낸 공문과 삼성측이 CJ측에 보낸 일종의 상속포기 요구 문서다. 업계에 따르면 국세청은 지난해 6월 초 이맹희 씨 등 이건희 회장의 형제들에게 "고 이병철 회장의 차명재산이 2008년 12월 이건희 회장 명의로 넘어갔는데, 상속인들이 지분을 포기하고 이 회장에게 증여한 것이냐"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그러자 이건희 회장 측은 이맹희씨의 아들인 CJ 이재현 회장 측에 "선대 회장 재산은 상속 당시 분할이 결정됐고 모든 상속인은 다른 상속인 재산에 대해 어떤 이의도 없다"는 내용의 문서를 보내고, 해당 문서를 서명날인해 서울지방국세청으로 보낼 것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고측은 "이 문건이 오기 전에 이건희의 실명전환 주식이 선친의 차명재산인 줄 몰랐다"며 "이 문건에 의하면 이건희가 공동상속재산의 권리를 침해한 날이 2008년이고, 이를 다른 상속인이 인지한 시점은 2010년이므로 이건희가 참칭상속인이 되는 시점 역시 2010년이어서 제척기간이 도과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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