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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은행 사무라이채, '규모'보다 '금리' 투자수요 더 있었지만 규모 늘리지 않아…"공모채는 평판 고려해야"

한희연 기자공개 2012-06-14 13:47:15

이 기사는 2012년 06월 14일 13:4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산업은행이 올해 한국물 중 가장 낮은 금리의 사무라이채권 발행에 성공했다. .지난달 수출입은행 사무라이채권(1000억 엔)에 비해 규모는 300억 엔으로 적지만, 금리는 더 낮았다. 국내 금융기관으로는 올 들어 국민은행, 수출입은행에 이어 세 번째 발행이다.

산업은행은 올들어 일찌감치 외화유동성을 충분히 확보, 사무라이채 발행이 갖는 외화조달 의미는 자체는 크지 않았다. 그러나 미국이나 유럽 등 글로벌본드 시장이 경색될 때마다 한국 금융기관이나 기업에게 오아시스의 역할을 해 주는 사무라이채 시장을 외면할 수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를 반영하듯 산업은행은 채권의 발행 규모보다는 금리에 신경을 집중했다. 300억 엔은 사무라이채권 시장에서 표준에 속하는 발행액으로 산업은행이 마음만 먹었다면 더 늘릴 수 있었다. 그러나 산업은행은 발행 금리를 더 낮추는 쪽을 선택했다.

시장 일각에서는 산업은행이 한달 전 발행된 수출입은행 사무라이채권을 크게 의식한 것 같다는 관전평을 내놓았다. 수출입은행이 상당히 좋은 금리조건으로 아시아 발행사 중 최대 규모인 1000억 엔의 사무라이채를 발행하자, 산업은행이 이를 의식해 '수출입은행보다 낮은 금리'로 발행했다는 기록을 세우고 싶어 했다는 것이다.

◇ 올해 한국물 사무라이 중 가장 낮아…수출입은행 채권보다 5~6bp낮은 가산금리

산업은행은 14일 300억 엔의 사무라이채권 발행조건을 확정지었다. 2년·3년·5년 트렌치로 나눠 각각 '엔리보(¥LIBOR)+65bp', '엔리보+77bp', '엔리보+85bp'에 발행금리를 결정했다.

산업은행은 이번 채권 발행을 위해 지난 5월 중순 노무라증권, 다이와증권, 미즈호증권, BofA메릴린치, 씨티글로벌마켓증권을 주관사로 선정했다. 5월24일 킥오프 미팅을 시작으로 발행 준비에 착수, 지난 6일과 7일에는 일본 도쿄 등지에서 넌딜 로드쇼를 실시했다.

지난주 초 소프트사운딩을 시작으로 시장을 탐색하던 산업은행은 로드쇼 후, 지난 6일 2년·3년·5년 만기 각각 '+60~75bp', '+70~85bp', '+80~95bp'의 이니셜 가이던스를 발송했다. 투자자 반응이 좋았던 점을 감안, 지난 8일에는 각각 '+62~72bp', '+72~82bp', '+82~92bp'로 수정 가이던스를 제시했다.

결과적으로 최종 발행금리를 가이던스 내에서 많이 낮춤으로써 산업은행의 이번 딜에서 관건은 금리 낮추기였음을 엿볼 수 있다.

국제금융시장 관계자는 "최근 유럽 재정위기가 악화되면서 엔화 자금이 유럽에서 일본으로 회귀하고 있고, 이에 따른 시장 변화를 잘 포착한 것 같다"며 "몇 bp를 차이에 두고 투자수요가 더 있었지만 이번에는 금리에 중점을 두고 딜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 "유동성 풍부, 규모보다 금리 초점 맞췄다"

실제로 직전 한국물 사무라이채권 발행물인 수출입은행과 비교해 볼 때 각각의 만기별로 5~6bp정도 가산금리가 낮다. 수출입은행 채권이 1000억 엔이라는 규모 면에서 주목을 받았던 반면, 산업은행은 금리 면에서 이목을 끌만 하다.

같은 정책금융기관이지만 각각의 기관 특성상 규모에 초점을 둬야 하는지와 조달 비용에 더 초점을 둬야 하는지 속사정은 달라질 수 있다. 한달을 두고 연이어 나온 두 기관의 사무라이채권 발행은 이러한 기관 속성을 여실히 드러내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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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산업은행의 입장은 분명했다. 공모채권의 경우 '평판'의 의미도 크고 현재 유동성 사정도 상당히 좋아 굳이 규모를 늘리지 않아도 아쉬울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공모채권은 평판에도 신경 써야 하는데, 이미 다른 수단들을 통해 우량한 자금을 많이 확보한 상태에서 굳이 금리를 높이면서까지 규모를 늘릴 필요가 없었다"며 "기본적으로 일본시장 단골 이슈어로, 평판 제공기관 기능도 고려할 때, 낮은 발행금리를 제시하는 것이 앞으로 줄줄이 대기한 국내 시중은행 사무라이채권 발행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해 줄 수 있는 길이라고 봤다"고 설명했다.

◇ "금리 1~2bp 더 낮추려다 주요 대형 투자자 놓쳤다" 지적도

일각에서는 최저 금리 발행이라는 '기록'을 얻었지만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손해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조달 금리를 낮추는데 지나치게 신경 쓴 나머지 주요 기관투자가와의 관계를 간과했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일본 현지에 따르면, 산업은행이 제시한 이니셜 가이던스 수준에 투자 의향을 밝힌 기관은 더 있었다. 채권규모를 좀 더 늘렸어도 처음 원했던 금리수준에서 발행이 가능했다는 얘기다. 그러나 산업은행이 발행금리를 낮추기 원하면서 일부 기관은 채권 투자를 포기해야 했다.

일본 내 주요 큰손 투자기관이라 할 수 있는 곳이 공공기관과 은행 등 일부 몇 군데 있는데 산업은행의 이번 발행금리는 이런 기관들이 수용하기에는 부담스러웠다는 후문이다. 발행금리를 1~2bp 더 낮추는 과정에서 이 같은 대형 투자자를 놓쳤을 가능성이 크고, 이는 당장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손해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몇달 간 굳게 닫혀있던 사무라이채권시장의 포문을 지난달 수출입은행이 1000억 엔의 규모로 시원하게 연 이후 우리, 신한, 하나 등 시중은행들은 줄줄이 사무라이채권 발행을 준비하고 있었다. 이번 산업은행 딜도 발행을 앞둔 시중은행들 입장에선 주목하는 딜 중 하나였다.

산업은행은 매년 일정규모의 발행으로 일본 시장에서 단골 이슈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537억엔, 2010년6월 270억 엔, 2009년9월 300억 엔의 사무라이채권을 발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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